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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인류의 세 번째 자살 시도를 막으려면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근대 유럽의 첫 자살 시도였던 1차 세계대전 종전(11월 11일이 100주년) 기념행사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야말로 그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고, 반드시 저지되어야 했음을 되새기기에 적절한 때다. 1차 대전은 권력에 취해 시민들의 불행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군 지휘관들과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무모하게 전개됐다. 전쟁은 수백만의 남성, 여성, 어린이와 기욤 아폴리네르와 샤를 페기처럼 일일이 거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천재의 목숨을 빼앗고 마을과 도시, 예술 작품을 재로 만들며 유럽 문명의 초대형 자살 시도로 귀착됐다. 그런데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광기에서도 살아남은 유럽이 그 뒤로 이룬 것은 희생자 규모로 보나 정신적 피해로 보나 첫 번째 때보다 훨씬 더 지독한 두 번째 자살 시도의 조건을 마련한 일이었다.
 
전쟁 이전부터 전쟁 당시를 거쳐 전쟁 이후까지도 너무나도 형편없는 국가 운영으로 시종일관했던 지도자들은 이 종전 기념행사에서 과연 무엇을 생각해왔을까. 이 행사는 오히려 인간, 그중에서도 특히 유럽인들의 본성과 스스로를 죽일 수도 있는 능력에 대한 광범위한 자기 성찰의 기회가 돼야 했었다. 항구적 평화 수립을 주된 목표로 하여 결성된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를 통해 주요 회원국 중 하나가 이탈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지금, 더 넓게 보자면 유럽 대륙이 재차 고립과 포퓰리즘의 시험에 직면한 이 시점에 말이다.
 
1910년의 유럽인은 그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행복하고, 가장 평화롭고, 가장 강력하며, 가장 창의적인 한 세기를 이룩해낼 수 있는 필요조건들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보호주의, 민족주의, 포퓰리즘, 군국주의, 제국주의 앞에 굴복하며 그 기회를 날려 버렸다.
 
만신창이가 되어 빠져나온 첫 자살 시도의 교훈은 완전히 잊어버린 채, 그로부터 20년 후, 유럽인은 식민 국가들과 그 외 다른 세계를 거듭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달라진 것이라면, 이번에는 나머지 다른 세계가 유럽의 목숨을 구했다는 정도다. 동맹국의 조력이 없었더라면 서유럽은 지금까지도 전체주의 압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아탈리 칼럼 11/30

아탈리 칼럼 11/30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잊었던 과거가 다시 고개를 드는 정황이 보이지 않는가? 굳이 어느 국가라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과거와 동일한 자살 광증에 휩싸여 있지 않은가? 미국의 고립주의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흑해나 중국해 일대의 긴장이 고조되는 일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내가 『미래의 물결』에 설명해 놓은 다섯 단계가 실제로 입증되고 있다. 미국 제국의 몰락, 세계 지배를 위한 여러 정부의 연합 불발, 시장이 이끄는 세계정부, 세계대전, 마지막 단계는 세계주권이다. 우리는 지금 둘째 단계의 끝자락에 와있다. 내가 예견한 나머지 단계는 아직 비켜 갈 방법이 있지만 향후 20년 내 전쟁 발발 가능성은 경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우리 유럽인들은 EU의 기틀을 수립한 이들과 선견지명이 있는 몇몇 유럽 지도자들의 위업 덕에, 자신들만은 이 광증을 안전하게 비켜 갈 수 있으리라고 믿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죽일 것 같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 군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매일 6000명의 남성을 전장으로 보내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은 하지 않는다. 우리 정치인들도 더는 전쟁 충동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대로 그 야만의 세기에서 얻은 교훈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죽어가는 무수한 사람들과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에 앞에서 무심하다면, 우리가 나머지 세상으로부터 따로 떨어져 살 수 있다고 순진하게 믿는다면, 우리가 우리밖에 모른다면, 우리가 다시 분열을 시작하고, 다시 제 세상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면, 우리가 갈 길은 단 하나다. 누군가의 야심에 희생되는 것이다. 그 길은 우리 유럽인이 다른 누구보다 더 이타주의자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뒤늦게나마 깨달았음을 그들 앞에 증명해 보이지 못했다는 의미이리라.
 
우리 모두, 특히 지도자들부터 이 세계의 윤리적 통찰을 갖춰야만 비로소 이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도덕적 관점에서 우리의 행동과 그에 따라오는 결과를 다시 생각해 볼 능력이 남아 있다면, 모든 남성과 모든 여성, 모든 어린이의 인간적 존엄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악의 감각이 남아 있다면 말이다. 이는 지난 100년 동안 수백만의 사람들이 유럽에까지 와서 목숨을 버리며 지켜내고자 했던 가치들이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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