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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꼬인 실타래 풀려면 1+1+1 기금 고려할 만”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고 박창환씨의 아들 박재훈씨가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뒤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든 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고 박창환씨의 아들 박재훈씨가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뒤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든 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대법원이 지난달 30일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데 이어 29일 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하자 일본은 다시 강하게 반발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이후 일본 아베 정부는 징용의 강제성까지 부인하며 공격적 태도로 한국을 비난하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기형적인 상황이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등 한·일 관계 전문가 4명에게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부 대책의 방향을 물었다.
 
◆누가 나서야 하나=대법원의 배상 판결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1965년 한·일 협정 이후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반영하는 묘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각론에서 차이는 있었지만 이른바 ‘1+1+1’ 방안이 전문가들의 공통적 제안이었다. ▶한국 정부 ▶일본이 낸 청구권 자금을 받은 한국 기업 ▶강제노동을 시킨 일본 기업 등 3자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전범기업들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통해 면죄부를 받았을 뿐 강제노동으로 이득을 봤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또 청구권 자금의 혜택을 본 한국 기업들 역시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단 ‘1+1+1’ 방안 중 누가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누가 자발적 또는 상징적으로 참여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은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일본 기업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문을 열어놔야 한다”(이원덕 교수, 윤덕민 석좌교수), “사법부는 배상 주체를 한국 정부가 아닌 일본 기업으로 특정했다.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한국 정부가 상징적인 의미에서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다”(양기호 교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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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방식 대안 될까=법적으로만 따지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대한 재산 압류 등 강제 조치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대법원 판결은 일본 내에서 효력이 없다. 실제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1+1+1이 주체가 된 기금을 마련하거나 재단을 꾸리는 방식을 제안했다. 신각수 전 대사는 독일의 ‘기억·책임·미래재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독일은 2000년 정부와 기업이 절반씩 낸 100억 마르크로 재단을 설립해 유대인과 동유럽 강제 노동 피해자들에게 보상했다. 3자 출연 기금으로 보상하는 것이 한·일 협력을 통한 원만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독일은 연방정부와 기업 6500곳이 출연한 기억·책임·미래재단을 통해 100여 개국 166만5000명에게 약 44억 유로(약 6조원)를 지급했다.
 
◆대내외 설득이 관건=이원덕 교수는 “일본의 우려는 한국에서 ‘배상 요구 쓰나미’가 벌어지는 것”이라며 “1+1+1 해법을 현실화하려면 한국 정부가 먼저 일본 정부를 향해 ‘65년 체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새로운 물질적 보상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적반하장’식으로 나온다 해도 일본 정부를 설득해야 일본 기업들이 움직인다는 얘기다. 현재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공세로 일관하면서 관련 일본 기업들은 배상 거부를 표명하고 있다. 양기호 교수는 “대책의 핵심은 피해자들이 일단 호응해야 하고, 일본 기업들이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강제징용 소송에서 원고 대리인을 맡은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1+1+1 방안에 대해 “사실 판결에 따른 이행 요구가 원칙적 주장이지만,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광범위하고 역사적 특징도 있기 때문에 대리인으로서 다른 방식의 협상에도 열려 있다는 입장”이라며 “일본 기업과 한국 수혜기업까지 함께 하는 방식의 배상이라면 우리도 검토해볼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위안부 합의와 차원 달라”=일본 정부는 미쓰비시중공업 징용 배상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오후 5시가 넘어 기자들 앞에 선 고노 외상은 "(독도)새우나 위안부 합의 문제 등과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양국 관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는 사태”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신속하게 (65년 청구권 협정 위반을)시정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의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사무차관은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이번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항의했다.
 
유지혜·이유정·권유진 기자, 도쿄=서승욱 특파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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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