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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밀당, 운전자 한국은 어디서 차비 받나”

북한이 ‘도발 중단’ 1년째를 맞은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실현 1돌”이라고 자축했다. 대외선전용 매체인 메아리를 통해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더 높이 올려세운 11월 대사변이 있어 제국주의 침략과 핵 위협의 역사에 종지부가 찍혀졌다”고 주장했다. 11월 대사변은 지난해 11월 29일 시험발사했던 화성-15형 미사일을 뜻한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2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 “금지된 행동을 하거나 제재회피를 촉진하는 단체에 대해 독자적 행동을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북제재를 위반하면 미국 정부가 직접 처벌하겠다는 단호한 경고다.
 
북한이 화성-15형 미사일 발사를 끝으로 도발을 중단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비핵화 협상은 북한의 ‘핵무력’대 미국의 ‘제재 유지’가 평행선을 달리며 다람쥐 쳇바퀴를 돌고 있다. 지난 1년간 남·북·미의 협상 성적표는 외양은 극히 화려하다.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남북은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열었다. 하지만 본질에선 선(先) 비핵화 대 선(先) 제재 해제로 악마의 디테일에 갇혀 있다.
 
최근 한반도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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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중단 1년간의 성과는 ‘한반도 상황 관리’다. 남·북·미가 함께 공유하는 과실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부로선 전임 오바마 정부와 달리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중단시키는 사실상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얻어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실리도 챙겼다. 6·25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 50여 구를 돌려받았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선 지난 5월 당시 미국인 억류자 전원(3명)을 석방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일부 폐기 등도 이끌어냈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미국은 자신들의 대북 압박 정책이 먹혔다는 입장”이라며 “북한의 핵능력 진전에 일단 제동을 건 셈”이고 말했다. 북한도 얻은 게 있다. 미국 대통령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국의 군사공격 위협을 벗어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손을 맞잡으면서 북한 내부적으로 미국과 맞상대해 대화로 끌어낸 ‘불세출의 위인’으로 선전할 수 있었다. 북한이 수십 년간 요구해 왔던 한·미 연합훈련 중단도 잠정적이지만 이번에 얻어냈다. 문재인 정부도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는 중재 외교에 나서며 북·미가 대화에 나서는 초반에 운전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비핵화 협상은 오히려 북·미가 협상을 시작했을 때보다 노란불이다. 비핵화 협상이 공전하자 이젠 북·미 모두에서 ‘협상 피로감’이 노출되고 있다. 북한은 핵과 경제를 병행 발전시킨다는 병진노선의 재추진을 시사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국이 민감해할 ‘핵무력’ 표현을 꺼내들었다. 반면 미국 내에선 협상 무용론이 등장하고 있다. VOA에 따르면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인내는 더는 미덕이 아니다”며 “미국은 그(인내를 끝낼) 지점에 빠르게 도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최근 방북했던 민간단체 인사는 “북한에서 공통적으로 들은 얘기는 ‘우리는 미국에 다 내줬는데 미국은 주는 게 없다’는 누적된 불만”이라고 전했다.
 
비핵화 협상의 공전은 운전자로 나선 한국 정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에선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는 증거를 가져오라”는 얘기를 듣고, 북한에선 “미국을 설득해 제재 해제로 나오게 하라”는 요구를 듣는 게 한국 정부의 상황이다. 남북 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미가 비핵화를 놓고 밀고 당기기만 계속하면 운전자로 움직여 왔던 우리는 어디에서 차비를 받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한반도 운전자론 역시 성과를 챙기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금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북·미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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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