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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얼굴도 몰라요” 팔순 실향민 작가의 눈물

이동표(86) 작가의 ‘추수한 어머니’(1990). 현실의 삶에서는 함께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시간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이 담겼다. [사진 김종영미술관]

이동표(86) 작가의 ‘추수한 어머니’(1990). 현실의 삶에서는 함께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시간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이 담겼다. [사진 김종영미술관]

 
애달프다. 그림 하나하나에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 작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북받치는 감정을 화폭에 담았다.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동표(86) 작가의 ‘달에 비친’ 전 은 이토록 직설적이고 투박한 화법으로 독특한 감흥을 전한다.
 
작가의 고향은 황해도 벽성군 동운면 주산리. 어머니는 그를 낳고 곧 세상을 떠났고, 1948년 해주예술전문학교 미술과에 입학했던 그는 6.25가 일어난 뒤 일사 후퇴 때 혈혈단신으로 월남했다. 그 이별이 이토록 길어질 줄은 그도 몰랐다.
 
이동표, '병상의 어머니'. [사진 김종영미술관]

이동표, '병상의 어머니'. [사진 김종영미술관]

이동표, '이산의 아픔'. [사진 김종영미술관]

이동표, '이산의 아픔'. [사진 김종영미술관]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머니 그림이다. ‘병상의 어머니’(1996), ‘추수한 어머니’(1990), ‘가족나들이’(1990), ‘엄마의 참모습’(1995)…. 이 중에서도 어머니가 갓난아이를 가슴에 올려놓은 채 누워 있는 모습의 ‘병상의 어머니’는 특히 보는 이의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어머니는 절 낳고 금방 돌아가셨어요. 월남할 때 가져온 어머니 사진 한장 없구요. 저는 어머니 얼굴도 몰라요. 그래도 그림만 그리면 자꾸 어머니를 그려요. 상상 속 어머니죠.” 그림 속 어머니를 바라보던 작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어머니와 전쟁의 기억 때문에 작가는 오랜 시간 잿빛으로 화폭을 채워왔지만 10년 전부터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꿈꾸는 통일의 순간을 그리기 시작했다. ‘통일이다, 고향가자’ 연작이다. 간절한 기대를 신바람 나는 풍경으로 묘사한 그림엔 밝은 원색이 넘쳐난다.
 
이동표, '통일이다, 고향가자'. [사진 김종영미술관]

이동표, '통일이다, 고향가자'. [사진 김종영미술관]

 
절제는 과연 절대적인 미덕인가? 그의 그림을 보며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동표 작가의 그림 여정을 보며 우리 미술계가 지나치게 서구 미술에 경도되지 않았는지 묻게 됐다”며 “시류에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풀어온 작품들이 많은 생각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12월 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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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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