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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직격 인터뷰] “현역의 두 배는 징벌” vs “1.5배로는 ‘가짜 양심’ 못 막아”

‘교도소 근무 36개월’ 대체복무의 타당성을 묻다
임재성 변호사,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왼쪽부터)가 28일 중앙일보사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후년에 도입되는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방안에 대해 얘기했다. [변선구 기자]

임재성 변호사,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왼쪽부터)가 28일 중앙일보사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후년에 도입되는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방안에 대해 얘기했다. [변선구 기자]

지난 6월 헌법재판소 결정과 지난 1일의 대법원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법적으로 허용됐다. 헌재는 그 결정을 하면서 대체복무제를 만들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그 뒤 국방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대체복무제 골격을 세우고 있다. ‘교도소에서 합숙하며 36개월 근무’가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다음 달의 공청회, 그 뒤 국회 입법과정 등 아직 국민 의견 수렴의 여지는 남아있다. ‘교도소 근무 36개월’은 과연 타당한가, ‘양심’을 이유로 장정들이 너도나도 대체복무를 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체복부 안을 만들고 있는 국방부의 이남우 인사복지실장, 비종교적 이유에 따른 병역거부로 교도소에서 수형 생활을 했던 임재성 변호사, 군 고위 장교 출신인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에게 이런 의문을 던졌다.
  
교도소에서 합숙하며 36개월 복무하는 것으로 사실상 정부 안이 작성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인가. 이 정도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이남우 실장) “교도소에서 36개월은 유력한 실무 안일 뿐이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추가적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음 달 13일에 2차 공청회를 연다.”

(임재성 변호사) “국가인권위원장이 36개월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인권위에서는 1.5배(27개월) 복무를 제안했다. ‘교도소에서 36개월’이라는 징벌적 대체복무제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현역 복무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기간은 전 세계 대체복무제 중에서 가장 긴 수준이다. 징역형을 받아 감옥에서 해왔던 일을 대체복무제로 훨씬 더 길게 하는 결과가 된다. 징역형은 통상 16개월 정도였다.”

(최병욱 교수) “36개월이 징벌적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 정도면 혜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체복무 설계에 안보 상황과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36개월보다 짧으면 병역기피자 발생 우려가 커진다. 복무 중인 군인의 박탈감도 감당하기 어렵다.”
 
36개월은 어떻게 산출된 기간인가.
(이) “기간 설정에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을 정도로 길게, 그렇다고 징벌적으로 과도한 기간을 설정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두 조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36개월은 현역의 두 배 정도는 돼야 한다는 뜻으로 설정된 것은 아니고, 공중보건의나 공익법무관 등 다른 대체복무 기간에 따른 것이다.”

(임) “공익법무관은 3년이라는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받고 적잖은 월급도 받는다. 교도소 근무 36개월과는 완전히 다르다. 최 교수께서 현역병의 박탈감을 언급했는데, 국가인권위가 현역 입영 대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현역병의 1.5배 정도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도소에서 마땅히 시킬 일이 없다는 보도도 나온다. 예전에 국방부에서 복지시설 근무나 환자 이송 업무도 검토한 것으로 아는데 왜 하필 교도소인가.
(이) “추진단 결성 이후 복무 예상 기관 실사를 했다. 교도소에서는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다. 취사, 영치 업무, 행정 보조 등 할 일이 많다고 한다. 병원이나 복지시설도 고려 대상이긴 했는데 전문성이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고 합숙시설 마련과 관리 등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최) “재소자들이 하는 일을 대체복무자에게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교도관 업무를 돕는 것인데, 일의 강도 측면에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임) “어떤 일을 시킬지를 정하는 데 필요성과 형평성 두 가지가 고려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정업무 관련 일을 하는 것은 후자가 더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증 장애인, 치매 노인 수발과 같은 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인데 합숙시설 등 현실적 문제가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시간을 두고 계속 검토해 봐야 할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전투병이 아닌 위생병·조리병 등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지뢰 제거 요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 “유엔 인권위에서도 징벌적 성격이 아닌, 비전투적 또는 공익적 성격의 대체복무를 권고했다. 지뢰 제거는 전문적인 일이고 군 내에 담당 요원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뢰 제거를 맡기는 것은 헌재 결정이나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전사자 유해 발굴 같은 일은 할 수 있다고 본다. 군 관련해 어떤 일도 안 된다는 식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이) “헌재 결정의 취지를 잘 봐야 한다. 비전투 분야의 군 관련 일에 투입하는 것은 그에 위배된다. 헌재는 양심의 충돌 없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라고 했는데, 간접적으로 군과 관련한 업무를 하는 것은 병역거부자에게 양심의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임)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군과 관련된 직업조차 갖지 않기 때문에 군 내에서 취사 등의 일을 하라면 그것도 거부할 수밖에 없다. 전사자 유해 발굴도 현재는 군에서 하는 일로 돼 있어 민간에게 용역을 줘서 하는 것으로 바뀌지 않는 한 대체복무 영역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군 내 비전투 분야에 복무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병역거부자의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거부자들이 군에 들어와 비전투 분야에서 근무하게 되면 현역병들에게서 이른바 ‘꽃보직’을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앞으로 한 해에 몇 명 정도가 대체복무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이)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한 해 500명 정도다. 선택의 경계선에 있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보고 한 해 6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상으로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독일의 경우 대체복무제 도입 첫해에는 6000명이었는데, 10년 뒤에 10배 이상이 됐다. 대만도 2000년엔 5000명이었는데 2014년에는 약 2만7000명이 됐다. 대체복무제를 엄격하게 만들어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

(임) “모든 종류의 복무에는 정원(쿼터)이 있다. 1만 명이 신청한다고 1만 명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도 신청자가 많아져서가 아니라 국가가 필요 때문에 인원을 늘렸다.”
 
기준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진정한 ‘양심적 거부’를 가려낼 수 있나.
(임) “대법원이 언급한 두 가지 기준은 진지성과 지속성이다. 종교적 거부의 경우 얼마나 오래, 어느 정도로 종교 생활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비종교적 거부의 경우는 훨씬 엄격한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불가피한 일이다. 앞으로 대체복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들이 생기고 그에 따라 행정소송이 벌어질 것이다. 이런 재판의 판례가 심사기준에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상한다.”

(최) “양심적 병역거부자 99.3%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비종교적 이유로 대체복무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향후에 만들어질 심사위원회에서 대법원 판결,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기준을 만들게 된다. 아직은 기준이 없다.”
 
국방부 소속으로 심사기구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타당한가.
(이) “국방부 소속이기는 하지만 구성은 독립적이다. 국방부, 국가인권위, 법무부가 추천한 전문가들로 꾸려지게 될 것이다.”

(임) “대만에서는 국방부가 아니라 내무부에 속해 있다. 교정시설에서 대체복무를 할 경우 교도소를 관리하는 법무부에 심사기구가 만들어진다면 독립성을 갖출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 국방부 밑에 둔다면 독립성을 보장할 장치를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스의 경우 굉장히 심사를 엄격하게 해 사실상 대체복무를 불가능하게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불거지면 ‘양심’이라는 용어가 논란을 더 키운다.
(이) “대체복무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문제와 연결되는 사안이다. 법률적으로는 ‘헌법 19조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규정된다. 대체복무자를 ‘종교, 개인적 신념 등 양심에 따른 대체복무자’로 풀어서 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임) “‘양심’이 문제가 된 사례는 더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양심수 사면’을 발표하자 정치범, 사상범이지 무슨 양심수냐는 비판이 나왔다. ‘양심’이라는 용어가 신념과 착한 마음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다음에 개헌할 때 ‘양심의 자유’라는 표현을 고치면 해결된다.”

(최) “‘양심’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편함은 군대에 있거나 다녀온 사람들의 박탈감에 기인한다. 군 생활은 힘들다. 입대 영장 두 번 받는 꿈을 꾼다든지, 술자리에서 군대 얘기가 나오면 서로 내가 더 고생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그만큼 당시 기억이 강렬해서다. 대체복무가 현역병이 납득할 정도로 엄격하게 이뤄진다면 ‘양심’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만도 줄어든다.”
 
‘교도소 36개월’로 정해진 뒤 수천 명의 신청자가 나오면 더 힘든 곳으로, 더 길게 제도를 수정해야 하나.
(이) “그 정도면 신청자가 폭주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내 자식에게 36개월 교도소 합숙을 권할 사람이 그리 많겠는가. 하지만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조정을 해야 한다.”

(임) “우리 사회에 여전히 오해가 많다. 대체복무제가 특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설문조사를 할 때 ‘합숙 복무’가 들어가면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 제도가 시행되면 인식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국민을 향해 한 말씀 한다면.
(이) “국가적으로 인권 분야에서 진일보하는 중대한 과제다. 누구나 100%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게 필요하다.”

(최) “이번 일이 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는 계기가 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만큼 안보 위협이 있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두 배의 기간이 결코 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도가 안착하면 기간을 줄일 여지가 생긴다.”

(임) “국민 공감대, 현역병의 박탈감, 병역기피의 악용 등을 이유로 최소 두 배는 돼야 한다고들 한다. 정말 그런지 국민 여론을 정밀하게 조사해 봤으면 좋겠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1.5배를 수용한다면 입법적 결단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상언 논설위원
 
※김혜원 인턴 기자가 인터뷰 정리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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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