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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석 "DTD 과학 아니다. '샤이 LG팬' 모을 것"

차명석 LG단장

차명석 LG단장

2001년 11월 26일 스포츠신문에 ‘LG 트윈스 차명석 결혼’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다. 이날 오후 그는 또 다른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LG 차명석 방출’. 선수로서 강제 은퇴를 뜻하는 기사였다.
 
예비신랑은 “실업자가 됐으니 결혼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러나 예비신부는 결혼을 깨지 않았다. 한 달 후 결혼식을 올렸지만, 새신랑은 집에만 있었다. 아내는 “돈을 안 벌어도 좋으니 밖에 좀 나가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신혼집 근처 중앙도서관이 신랑의 첫 ‘근무지’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책만 봤는데, 경영 서적을 특히 많이 읽었다. 매년 100권 이상, 지금까지 17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2006년부터는 매일 일기도 쓴다. 백수 시절은 잠깐이었다. 2002년 방송사 야구 해설위원이 된 그는 이듬해 LG 투수코치로 부임했다. 코치에서 물러나면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해박한 야구 이론은 물론 매너와 입담까지 갖춘 그는 어디서나 인기나 높았다.
 
지난달 LG 신임 단장으로 선임된 차명석 단장은 매일 오전 6시 이전에 출근하고 있다. 17년 전 남편에게 “아침에 어디든 나가라”고 권했던 아내는 “새벽부터 어딜 가느냐”며 말린다. 차 단장은 “걱정이 많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염려를 한다. 단장이 되고 한 달 만에 체중이 5㎏ 빠졌다”고 말했다. 그래도 풍채가 여전히 넉넉한 차 단장을 지난 28일 서울 시내에서 만났다.
 
일찍 출근하면 직원들이 힘들지 않나.
“내가 오전 8시에 출근하면 직원들이 눈치를 볼 거다. 그런데 오전 6시 이전에 나오니 (나보다 일찍 나오는걸) 아예 포기한다.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책을 보는 게 좋더라. 단장 자리에서 가끔 ‘앞이 안 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어렵고 힘든 일 하는 게 좋다.”
 
어떤 단장이 되고 싶은가.
“테오 엡스타인(현 시카고 컵스 사장), 제프 루나우(현 휴스턴 사장), 앤드루 프리드먼(현 LA 다저스 사장) 등 스마트한 단장에 대해 공부했다. 세이버매트릭스(야구를 통계·수학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법)를 연구하는 걸 좋아한다. 루나우 단장이 꼴찌 휴스턴을 개혁하는데 3년, 바뀐 휴스턴을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만드는 데 3년 걸렸다. 한국 단장에겐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3년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
 
LG에서는 그걸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구단이 선수단을 구성하면 1군 운영은 류중일 감독님께 맡길 것이다. 그러나 2군(퓨처스리그)은 코치의 지도법부터 바꿀 것이다. 코치가 세이버매트릭스를 부정하고 싶으면 완벽하게 공부를 하고 와서 내게 반론해야 할 것이다. 홈런·타율 등 뻔한 기록만 보지 말고 더 세부적인 지표를 파악해야 한다. 익스텐션(extension·투수판과 투수의 릴리스 포인트까지의 거리), 투구의 회전수 등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거기에 자신의 경험을 더해 새로운 지도법을 개발하길 요구할 것이다. 감(感)으로만 선수들을 가르친다면 과학을 무시하고 샤머니즘을 믿는 것과 같다.”
 
세대교체를 부르짖던 LG가 심수창(37)과 장원삼(35)등 노장 선수들을 영입했는데.
“임지섭·이정용·김대현·정우영 등 젊은 투수들은 시즌 초부터 잘 던질 수 없다. 그래서 베테랑 투수가 6~7월까지 버텨주길 바란다. 고참 선수들을 영입했다고 리빌딩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 리빌딩할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를 내보냈다.
“소사는 한국에서 7년 동안 뛰었기 때문에 구질이 노출됐다. 시즌 막판 고관절 부상을 입은 것도 걱정스러웠다. 소사 대신 영입한 케이시 켈리와 재계약한 타일러 윌슨이 10승 이상씩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트레이드도 활발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LG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많이 실패했다. 그래서 난 적극적으로 트레이드를 시도하겠다. 만약 좋은 결과가 나오면 모두 내 덕 아닌가. 반대로 실패하면 전임 단장들처럼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다(웃음). 내가 트레이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해 LG가 2위에서 8위까지 추락하면서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야구계 속설)는 과학’이라는 말이 또 나왔다.
“전력보강을 잘해야 겠지만 더 중요한 게 심리다. DTD는 가설인데 정설처럼 됐다.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13·14·16년에는 전반기보다 후반기 성적이 좋았다. 반면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2017·18년에는 후반기에 나빴다. 다른 팀들도 성적 등락이 있는데 이상하게 LG에 그런 프레임이 씌워졌다. 팀이 부진하면 팬들과 미디어가 DTD를 말한다. 그러면 선수들은 위축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의 메시지처럼 DTD가 아니라고 말하면 오히려 DTD를 더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극복할 문제다.”
 
차 단장은 인터뷰 중 책 얘기를 많이 했다. 피터 드러커의 경영 서적을 빠짐없이 읽었고,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좋아한다고 했다.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 『어린왕자』 『1984』 『대망』등도 좋아하는 책으로 꼽았다. 그 가운데 동심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어린 왕자』는 요즘도 다시 읽는다고 했다.
 
3년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올해도 100만 이상의 관중이 야구장에 오셨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LG 팬임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수줍은) LG’도 많다. 우리가 잘하면 ‘샤이 LG’는 난리 날 것이다. 그분들을 야구장으로 모셔야 한다. 3년 안에 우승하지 못하면 잘리겠지만, 그 전에 내가 책임지고 물러나겠다. 만약 우승을 한다고 해도 내 발로 떠나겠다. 단장으로서 다 이룬 것이니까.”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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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