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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메모리 반도체시장 쪼그라든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면서 국내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내년에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가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29일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 1651억 달러(약 185조원)에서 내년 1645억 달러(184조원)로 0.3% 역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61.5%, 올해 33.2%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반도체 수퍼 사이클(초호황)’을 이끌어왔다.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반도체에서 6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지난 3분기에만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13조6500억원, SK하이닉스는 6조47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WSTS는 세계 반도체 시장 전체론 올해 4779억 달러(535조원)에서 내년 4901억 달러(549조원)로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WSTS는 분기마다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지난 8월엔 내년 반도체 시장을 5020억 달러(562조원)로 전망했었다. 이번에 당시 성장률 전망치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에서도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은 “반도체는 내년 단일 품목 최초로 1300억 달러(146조원) 수출 돌파가 가능하겠지만 올해 30%대였던 수출 증가율이 내년에는 5%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도체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D램(DDR4 8Gb 2133/2400㎒) 고정 가격은 7.31달러로 전달보다 10.74% 떨어졌다.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 고정 가격도 4.74달러로 같은 기간 6.51% 하락했다. D램 익스체인지는 내년 D램 가격은 올해보다 15~20%, 낸드플래시는 25~30%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도체 고점론은 지난해 11월 모건스탠리가 ‘지금은 잠시 멈출 때’라는 투자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이후 골드만삭스·JP모건·노무라증권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가세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3분기를 정점으로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각각 18%, 23%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D램은 이미 고점을 지나고 있으며, 내년 중반까지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최근 2년간 이어진 수퍼 사이클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지만 “여전히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메모리 초호황을 이끈 것은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의 대용량 데이터센터 구축, 로봇과 인공지능(AI), 가상화폐 시장의 급성장 덕분이었다. 모바일 시장이 위축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런 다양한 수요처가 확대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1분기에는 실적 하락 우려가 있으나 2분기 이후 업황 개선과 함께 긍정적 흐름이 예상된다”며 “AI와 5세대 이동통신(5G), 자동차전자장치(전장) 등 IT 신성장 분야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과 성능을 갖춘 2세대 10나노급 D램과 96단 낸드플래시를 성공적으로 양산하면서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그동안 반도체 호황이 지속됐던 것은 폭발적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삼성이나 SK는 기술 ‘초(超)격차’ 전략으로 시장을 주도해 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는 경쟁기업이 따라오지 못할 혁신적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신(新)격차’ 전략으로 고점론을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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