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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다 키워놓고 보니 내 자리 없어, 어디갔어 내 자리"

기자
김현주 사진 김현주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2)
전 코스모폴리탄 편집장으로 24년간 잡지를 만들었다. 20~30대 여성의 생활과 스타일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퇴직 이후부터는 자신의 나이 또래 여성으로 방향을 전환해 콘텐트를 만들고 있다. 그 첫 주제가 '갱년기, 중년여성'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호르몬의 변동기인 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모색하며 동년배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눠 본다. <편집자>
 
11월 1일, 한국콘텐트진흥원 콘텐트문화광장에서 열린 '11011101' 콘텐트 임팩트 2018' 쇼케이스 모습. 중년 여성의 현재를 담은 뉴스 사이트 '인생 2막, 여자 나이 50'을 소개했다. [사진 김현주]

11월 1일, 한국콘텐트진흥원 콘텐트문화광장에서 열린 '11011101' 콘텐트 임팩트 2018' 쇼케이스 모습. 중년 여성의 현재를 담은 뉴스 사이트 '인생 2막, 여자 나이 50'을 소개했다. [사진 김현주]

 
“결혼하고, 자식 낳고, 다 키워놓고 보니 내가 돌아가 일할 자리는 사라지고 없나 나는 저 뒤에 어디에서 도와주는, 받쳐주는, 넘겨주는 사람, 저 뒤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없어”
 
래퍼 최삼의 강렬한 플로우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지난 11월 1일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서울 홍릉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 ‘11011101 콘텐츠 임팩트 2018’의 ‘아름다운 뉴스’ 부문은 이렇게 20대 여성 래퍼가 윗세대 여성의 삶을 전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어 나를 포함한 10명의 팀원이 참여한 ‘인생 2막, 여자 나이 50’ 뉴스 사이트가 공개되었다. 50세 이후 여성들이 느끼는 개인적, 사회적 변화를 담아낸 기사와 애니메이션을 소개한 후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두 달여의 준비 기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인생 2막, 여자 나이 50'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모두의 봄날 팀원들.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 공감을 이룬 좋은 경험이었다. [사진 김현주]

'인생 2막, 여자 나이 50'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모두의 봄날 팀원들.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 공감을 이룬 좋은 경험이었다. [사진 김현주]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생 2막, 여자 나이 50’은 개인적으로는 퇴사와 맞물려 진행한 첫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물론 데이터를 공부하는 학생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뉴스 콘텐츠 기획자가 한자리에 모여 시선을 정리하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우선 ‘중년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했다. 50세 전후의 팀원 2명이 있었지만 나머지 참여자들은 20~30대였으니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차이가 있는 건 당연했다. 여러 방향의 접근을 검토하면서 모두가 인정하는 지점을 찾았고, 거기서부터 작업은 시작됐다.
 
바로 ‘엄마’의 이야기였다. 엄마의 변화를 지켜보며 느껴온 안타까움은 이모, 선배 등 지인의 상황으로 확장되었고, 결국 이 이야기는 누구나 맞이하게 될 이야기일 수밖에 없겠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VCR WORKS의 제작진들이 작업 중인 모습. 애니메이션에는 취재원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사진 김현주]

VCR WORKS의 제작진들이 작업 중인 모습. 애니메이션에는 취재원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사진 김현주]

 
엄마 그리고 결국은 나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중년 여성의 현재! 뉴스는 개인적으로 느끼는 신체, 심리, 관계의 변화와 사회 속에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경제 상황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정리했다. 가족 내 관계와 개인의 심리 상태, 고용의 한계 등을 담는 애니메이션 작업도 진행했다.
 
“가슴 속에서부터 화가 올라와요.”,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네요.”,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취재를 위해 만나본 중년 여성들은 혼란과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자녀의 성장과 독립으로 인해 슬픔, 외로움, 상실감을 겪는 ‘빈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을 호소하기도 했다. 두 자녀를 대학교에 진학시킨 후 우울감이 찾아온 김주미(52세, 주부) 씨 경우처럼 말이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와 가사에 전념했어요. 아이들이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자녀 교육에 온 시간과 마음을 쏟았죠. 업무에 매진하는 직장인처럼요. 아이들이 이룬 성과가 곧 엄마의 성적표처럼 느껴졌거든요.

막상 두 아이가 모두 대학생이 되고 나니까, 할 일이 없어진 것 같았어요. 게다가 애들은 자기 일이 바빠서 대화도 잘 안 하려고 하고요. 물론 처음에는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여행도 가곤 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나중에는 내가 잉여 인간이 된 기분까지 들었어요.”
 
이은성(가명, 52세, 데이터 컨설턴트) 씨처럼 직장생활을 해 왔던 여성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였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되면 직장 안에서 관리자, 임원, 경영진의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 전엔 실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능력과 경험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어요. 그런데 운영, 경영에 참여하는 자리에 올라가면 동료, 상사가 대부분 남성인 상황이 되죠. 이 자리에선 실무적 역할보다는 상사와의 ‘궁합’을 맞춰 의사 결정을 하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충성심도 중요하고요.

그런데 여성 임원들은 남성 상사와의 교감, 교류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기 쉽습니다. 남성의 친교 방식, 예를 들어 퇴근 후 음주 미팅, 골프나 등산 같은 레저, 스포츠 활동에 참여가 어렵다 보니 상대적으로 네트워킹이 줄어들고, 결국 사업결과가 남성과 비교해 자꾸 떨어지게 되더라구요.

‘내 능력이 부족한가?’ 하는 회의감까지 들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업무만큼 가정생활에도 신경을 쓰게 마련이라, 어느 순간 밀릴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중년의 시기에 직업적 은퇴를 감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직업적 하강을 더 빨리 마주한다.
 
50세~59세 중년기 여성과 남성의 직종별 고용상황을 비교한 표. [출처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50세~59세 중년기 여성과 남성의 직종별 고용상황을 비교한 표. [출처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고용노동부의 2017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50대 근로 인구 중 사무관리자 고용분포율이 남성이 5.2%, 여성은 0.8%였다. 이것은 유리천장을 뚫기 힘든 이은성 씨의 사례를 뒷받침해주는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중년 여성의 직종별 고용 분포를 살펴보면 여성 노동 인구의 절반가량이 단순 노무직(23.8%)과 서비스직(22.7%)에 집중되어 있다.
 
결혼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직장생활을 지속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 이 세대 여성의 고용형태만 보아도 확연히 드러난다. 취재를 위한 조언을 해 준 정신의학 전문의 박종석 원장은 건강한 중년기를 보내려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엄마로서의 삶 이외에 중년기, 노년기에 하고 싶은 일, 삶의 버킷 리스트 등을 반드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단기 계획, 장기 계획을 세워 하나씩 실천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적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네트워킹도 필요한데, 이를 통해 중년 여성들이 은퇴 후에도 사회적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김주미 씨는 경력단절을 딛고 장애우 활동 보조 일을 하며 사회로 복귀하려고 노력 중이며, 50세에 박사과정을 시작한 이은성 씨는 회사를 그만둔 후 젊은 세대들과 데이터 분석 모임을 꾸리며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어디 있어 내 자리? 어디 갔어 내 자리? 난 더 일 할 수 있고 더 배울 수도 있어. 난 더욱더 할 수 있어” 래퍼 최삼이 던진 노랫말처럼 중년은 인생 2막이 열리는 소중한 시기다. 자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레츠 기릿(LET’S GET IT)!
 
*‘인생 2막, 여자 나이 50’ 프로젝트 기사와 애니메이션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현주 콘텐트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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