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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증강 인간의 위기

송길영 Mind Miner

송길영 Mind Miner

지난주 화요일 오후, 천안에서 일을 마치고 익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천안아산역에 도착했을 때 마주한 것은 표를 파는 창구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해 기차표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무인 키오스크도 흔해지며 기차역에서 그렇게 긴 줄을 보긴 드문 일이라 생각한 순간, 역내 방송은 선로의 전기 공급이 끊겨 고속철의 상하행선이 모두 연착될 것이라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늘어선 줄은 환불을 받거나 다른 방법을 물어보려는 당황스런 표정의 사람들이었던 것이지요.
 
몸은 위기가 생기면 이를 돌파하기 위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대안을 모색하려 뇌 안의 혈류량을 늘립니다. 역무원을 둘러싸고 하소연과 항의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마트폰으로 천안에서 익산 가는 법을 검색하니 아산역으로 가면 장항선을 탈 수 있다 합니다. 부리나케 앱을 클릭해 아산역에서 익산역까지 가는 열차가 불과 20분 후에 출발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천안아산역과 아산역이 붙어있다는 전혀 모르던 사실을 역무원에게 듣자마자 아산역으로 걸어가며 앱으로 기차표를 구매했습니다.
 
아산역에 도착하니 타야 할 새마을호에는 식사가 준비되어있지 않다는 안내 방송이 흐르고 있기에 역 구내 간이매점에서 어묵 꼬치를 먹으며 샌드위치 포장을 부탁했습니다. 익산의 맛집에 가는 것은 실패하였지만 앞서 회의장에서 얻은 음료수를 더해 기차 속 한 끼 식사는 완성되었지요.
 
영화 ‘본 슈프리머시’에서 혈혈단신으로 총격전을 벌이다 낯선 도시의 슈퍼마켓을 지나가며 진열대 위의 보드카를 들어 총상을 소독하던 제이슨 본처럼 물 흐르듯 위기 상황을 벗어난 기민하고도 운 좋은 자신이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말하자면 정보와 기계와 결합한 증강 인간이 초인적인 힘으로 고난을 극복한 것이지요. 이러한 증강 인간도 전력이나 네트워크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2009년 개봉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썸머 워즈’에서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의 해킹은 지병을 앓던 할머니의 생명 유지장치를 무력화시킵니다.
 
우리는 이처럼 정보의 흐름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임을 요즘 예기치 못한 사고들로 다시금 실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맨몸을 부단히 단련한 제이슨 본보다 첨단 무기로 무장한 제임스 본드와 가까운 우리들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고속철 속에서 스마트폰 충전의 혜택과 기차 내 와이파이의 도움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 생각은 더더욱 절실합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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