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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드론·코딩 능숙해도 … 기업 “같은 돈이면 청년 채용”

초연결사회 고령화 그늘 
지난 9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60(60세 이상) 시니어 일자리 한마당'에서 구직을 원하는 노인들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중앙포토]

지난 9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60(60세 이상) 시니어 일자리 한마당'에서 구직을 원하는 노인들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중앙포토]

“같은 비용이면 노인보다 청년을 뽑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유명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 A대표는 최근 노인을 채용하려다 포기했다. 복잡하지 않은 업무에 노인을 활용하려 했지만 마땅한 인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엑셀 등 기본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있어도 숙련도가 높지 않았다. A대표는 “기업 등에서 중역으로 일한 사람이라도 정보기술(IT) 기기 운용 능력이 생각한 것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최악의 고용한파라지만 4차 산업혁명 덕분에 IT 분야 일자리는 증가한다.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정보통신업 분야 취업자는 86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8만1000명(10.4%) 늘었다. 지난 1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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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년층에겐 ‘그림의 떡’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7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3명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평균 연령은 71.6세였다. 하지만 참여 직종은 단순 노무직(40.1%)과 농림어업 숙련직(32.9%)에 몰려 있다. 강은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사회에 진입한 2017년을 기점으로 일하는 노인 중 중학교 이상 졸업자 비율이 40%에 이르는 등 노인의 질적 변화가 시작됐지만 노인이 참여 가능한 경제활동 범위는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IT 분야에 취업하려는 노인이 적지 않다. 젊은이도 익숙하지 않은 드론·코딩을 배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자체와 협력해 진행한다. 이 기관 경기지역본부 홍정아 주임은 “코딩 교육을 받으려는 어르신 수요가 넘친다”며 “전직 교장 등 고학력자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실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서울·강원 지역본부에서도 9~10월 노인 12명이 코딩 교육을 받았지만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아직 없다. 김세희 노인인력개발원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대리는 “부산시가 개설한 IT 교육을 받은 어르신 중에서 추천받아 10명이 드론 조종사 심화과정을 8월 수료했다. 1~2명이 복지관이나 지역아동센터에서 무료 교육 봉사를 나간다”고 말했다.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IT 분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어도 노인들이 쉽게 진입하지 못한다”며 “특히 현직에서 갓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선배 세대와 달리 전문성이 있고 고학력임에도 여전히 IT 분야에선 기술과 지식이 부족해 진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IT 기업이 시니어 인력을 활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28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에버영코리아. 머리가 희끗한 직원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일에 열중하고 있다. 옆에 돋보기, 온열 눈 마사지기, 감기약 등이 놓여 있다. 박영근(71)씨는 목사를 은퇴한 뒤 2014년부터 근무 중이다. 네이버 카페·블로그 모니터링 일을 한다. 박씨는 “회사에선 눈 관리법을 가르쳐주는 등 건강관리에 신경 써 준다. 최저임금보다 약간 더 받는다”며 “내가 컴퓨터 다루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 놀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사업도 주 고객인 네이버가 계약을 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다. 부천시니어클럽은 2013년 네이버와 계약을 하고 노인 직원 30명으로 ‘에스앤컴’이란 회사를 설립했지만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권치영 부천시니어클럽 관장은 “다른 인터넷 기업에 알아봤지만 거절당했다”며 “노인의 IT 능력에 대한 불신이 컸다”고 말했다. 조범기 한국시니어클럽 서울지회장은 “베이비부머도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을 관리하는 일을 했지 직접 프로그래밍 등을 한 게 아니다. 당분간 IT 일자리가 어르신들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IT 분야 노인 일자리는 단순 업무이면서도 인공지능(AI) 등에 투자하기엔 소규모이거나 AI 등이 대체할 수 없는 ‘틈새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김태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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