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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종합세트 ‘황후의 품격’ … 품격은 제목에만 있다

‘황후의 품격’에서 대한제국 황제와 황후 역할로 호흡을 맞추는 배우 신성록과 장나라. [사진 SBS]

‘황후의 품격’에서 대한제국 황제와 황후 역할로 호흡을 맞추는 배우 신성록과 장나라. [사진 SBS]

황실로맨스릴러. 21일 시작한 SBS 수목극 ‘황후의 품격’이 추구하는 장르다. 2018년 현재 한국이 입헌군주제라는 설정 하에 대한제국 황실을 배경으로 사랑과 욕망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 복수극이 펼쳐진다. 박소희 만화 원작의 ‘궁’(2006)과 비슷한 설정이 아니냐는 걱정은 넣어둬도 좋다. 점 하나 찍고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 일일극 ‘아내의 유혹’(2008~2009)으로 막장 드라마의 신기원을 연 김순옥 작가의 신작으로, 모든 기대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천사의 유혹’(2009) 이후 9년 만에 평일 밤 방영되는 미니시리즈에 도전한 김순옥 작가는 작심한 듯 속사포 같은 빠른 전개를 선보였다. 제작발표회 당시 “매회 사건과 에피소드가 빵빵 터진다”(윤소이),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작품”(신성록)이라는 배우들의 설명처럼 이 드라마는 브레이크 없이 달려나가며 경쟁이 가장 치열한 수목극 대전에서 시청률 1위(8.5%)로 초반 승기를 잡았다.
 
일단 방영 첫 주부터 출생의 비밀·살인·불륜 등 막장 드라마의 필수 요소가 모두 등장했다. 황제 이혁(신성록 분)은 신분 상승을 꿈꾸는 비서 민유라(이엘리야 분)와 밀회를 벌이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였고, 이들의 관계를 용납할 수 없는 태후(신은경 분)는 뮤지컬 배우 오써니(장나라 분)를 며느리로 들일 계략을 세운다. 여기에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 환골탈태 수준의 다이어트를 거쳐 황실 경호원으로 들어오는 나왕식(태항호→최진혁 분)까지, 다른 드라마 같으면 몇 주에 걸쳐 할 이야기를 삽시간에 펼쳐보였다.
 
김순옥 작가

김순옥 작가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통상 50~100편에 달하는 일일극이나 주말극을 쓰던 작가가 그보다 짧은 미니시리즈를 쓰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라며 “그중 더 세고 자극적인 요소를 골라 배치하고 중간중간 장나라 등 코믹 코드를 더해 음식으로 치면 ‘단짠단짠’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반기 주연배우 고현정과 불화로 방송 도중 주인공을 교체한 ‘리턴’으로 화제를 모은 주동민 PD가 연출을 맡은 것도 막장력에 불을 지폈다. 사악한 상류층 4인방을 내세운 ‘리턴’이 촘촘한 전개로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회파 스릴러였다면, 이번 작품은 대의 대신 개인적 욕망에 불타오르는 인물들만 보인다. 하지만 교통사고·방화·입수 등 전작에서 선보인 연출 장기가 십분 발휘된다.
 
이는 같은 수목드라마로 MBC가 장르물 트렌드에 발맞춰 김선아 주연의 스릴러 ‘붉은 달 푸른 해’를 내놓은 것이나 tvN이 한류스타 송혜교와 박보검의 로맨스물 ‘남자친구’를 택한 것과는 사뭇 다른 전략이다. 젊은 시청자를 유입하지 못할 바에는 중장년 시청층이라도 확실히 잡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내내 수목극에서 시청률 5%를 넘기지 못한 KBS 역시 방영 중인 ‘죽어도 좋아’ 후속으로 문영남 작가의 ‘왜 그래 풍상씨’를 준비 중이다. ‘조강지처 클럽’(2007~2008) 등으로 막장에 이름난 문 작가 역시 ‘장밋빛 인생’(2005) 이후 13년 만의 미니시리즈 도전이다.  
 
막장 대모들의 미니시리즈 귀환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이어진다. ‘인어아가씨’(2002~2003) 등으로 막장 트로이카에 꼽히는 임성한 작가는 ‘압구정 백야’(2014~2015)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최근 건강 서적 『암세포도 생명 임성한의 건강 365일』(북수풀림)을 출간했다.
 
김선영 TV평론가는 “김순옥 작가는 집안에서 모든 일이 진행되던 통속극에서 집 밖으로 나와 장르물과 경계를 허물고자 나름대로 노력해온 작가”라며 기업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합을 펼친 ‘왔다! 장보리’(2014)나 ‘내 딸, 금사월’(2015~2016)을 예로 들었다. 이어 “프라임타임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는 게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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