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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한복판 "난 공산당이 좋아요"···국보법 7조 논란

#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자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에 북한의 인공기가 걸렸다. 분단 55년 만에 남북 정상이 처음 만난 것을 환영하는 의미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방침에 따라 민족해방(NL) 계열 학생운동권이 주도한 일종의 행사였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아무리 남북평화의 분위기라 해도 인공기 게양은 현행 국가보안법에 위반된다"며 사법처리 방침을 밝혔다.  

 
#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무려 세 차례나 열리고 남북 평화 분위기가 고조되자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준비한다는 단체들이 급격히 생겨난 것이다. 문제는 이 단체들이 김 위원장을 "위인"으로 칭송하거나, 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나는 공산당이 좋다”고 외치는 등 발언 수위가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면서다. 이에 따라 남북 평화 분위기 속에 다시금 국가보안법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위인맞이환영단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위인맞이환영단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들은 왜 김정은 찬양하나
시작은 지난 7일 반미친북 성향의 단체가 모여 구성한 ‘백두칭송위원회’가 결성선포식을 열면서였다. 이후 ‘서울시민환영단’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강북구 환영위원회’ ‘위인맞이위원회’ 등의 김정은 위원장 환영 단체가 잇따라 생겨났다. 이들은 주로 청년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돼 비슷한 집회를 열고 있으나 서로 간 관련성은 부인하고 있다. 
이들이 집회를 열 때마다 일부 참가자가 김정은을 연호하거나 김 위원장을 “훌륭한 위인”으로 찬양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단체 지도부 중 일부는 행사 중 “국가보안법은 더이상 없다”거나 "나는 공산당이 좋다"고 외치기도 했다. 
백두칭송위원회 선언문 [사진 SNS 캡처]

백두칭송위원회 선언문 [사진 SNS 캡처]

 
물론 일부 인사의 극단적 발언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보수단체 및 일부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들어보려 해당 단체들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이들은 행사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환영을 받았듯이 김정은 위원장도 서울에서 환영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해왔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백두칭송위원회 결성 및 성조기 훼손 고발 긴급 기자회견에서 태극기혁명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백두칭송위원회 결성 및 성조기 훼손 고발 긴급 기자회견에서 태극기혁명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사회적 비판을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가 국가보안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서울 한복판에서 김정은을 찬양하고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행위를 해도 수사기관이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고 국민들이 '더이상 국가보안법이 필요가 없다'라고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결국 국가보안법의 무력화 및 사문화가 목표"라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결과적으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크게 부풀려 북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교란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국민적 인식을 퍼뜨리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국가보안법 위반일까  
이들 단체의 행위가 국가보안법이라는 실정법 위반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유동렬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현재 백두칭송위원회 등 종북단체들의 행위는 명백한 국가보안법 7조 위반”이라며 “단순히 김정은을 환영하는 목적이 아니라, 그를 찬양하고 북한체제를 정당화하려는 목적(이적의식)이 있다”고 비판했다. 유 원장은 이어 “더 큰 문제는 국정원과 공안경찰 등 수사기관이 전혀 수사에 응하지 않고 직무유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평화무드인 것을 고려해 전면수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행위가 실정법 위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자제하도록 해야 하는데 역할을 하지 않은 채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원장은 “이번 행위를 수사기관이 방치하게 된다면, 앞으로 제2의 종북단체들이 탄생해 김정은을 찬양한다고 해도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결국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일부 단체가 광화문 광장에서 (김정은을 찬양하는)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체제나 안보에 실질적 위해가 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며 “일부 극단적 주장에 동조하며 북한을 이롭게 하려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는데 공권력이 나서서 국가보안법 수사를 하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 제기되더라도 사회적으로 실질적 위험이 될 가능성이 명백하지 않다면 공론의 장에서 걸러지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수사기관도 2000년도와는 달리 친북단체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적용에는 다소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보안법 7조의 찬양·고무 조항에 대해 법원에서 계속해서 무죄가 나오는 상황이라 검찰에서도 국보법 7조를 적용해 기소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국가보안법 적용 기소율이 떨어지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도 "(보수단체로부터) 고발이 들어오고 수사지휘가 내려온다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지만, 현재까지의 활동으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국민적 공감 없고, 평화 되레 해쳐”   
그럼에도 이들의 주장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되레 남북평화 분위기에 해가 되고 있다는 데는 많은 전문가가 동의했다.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북한학 박사)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남북 상호 간의 정상회담 약속에 따른 것이고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아주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이 사안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하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 원장은 "미리부터 과격하게 구호를 내걸고 국민들의 여론과 의식을 분열시키는 것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은 통일과 남북평화에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부 단체들이 과격한 주장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절대 국민의 뜻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국가보안법 적용이 어렵다고 보는 법학자들도 이들 단체의 발언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김정은 찬양 행위에 대한 국보법 적용에 반대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 교수는 "극우 성향의 태극기 부대가 집회할 때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헌법적 가치 및 민주주의적 기본 가치에 더욱 위배된다고 생각한다"며 "태극기 부대의 주장을 표현의 자유라고 보장해준다면, 백두칭송위원회 등의 주장도 표현의 자유라고 보장해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굳이 김정은 위원장을 환영한다며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양측 모두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보법 적용은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우리나라 운명에 관련된 일이다. 이런 문제는 정부에 맡기고 남북 정상 간 대화와 만남을 환영하는 정도의 절제된 의사표현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환영위원회를 만들고 한쪽에선 체포단을 구성하자는 식의 극단적 주장은 자칫 국민여론을 분열시키고 남남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ㆍ고무등) ①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김다영ㆍ김기정ㆍ정진호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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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