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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검사 여전, 檢 안바꾸면 형제복지원 사건 또 난다"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담당 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왼쪽)가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담당 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왼쪽)가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은 어떻게 하든 권력자 편에 들어서서 권력을 지켜주고 과분한 권력을 누리려고 한다. 거기에 반항하는 검사는 본때를 보여준다.”

 
30년 전 형제복지원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하고 수사를 하다 외압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김용원(63·사법연수원 10기) 변호사(당시 울산지청 검사)는 현재 검찰 조직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는 2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상명하복하고 조직에 충성하는 정치검사는 여전하다”며 “검찰 조직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제2의 형제복지원 사건은 또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 변호사는 전날 비행기로 서울을 찾았다. 30년 만에 검찰총장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은폐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해서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회의실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을 만난 그는 “통렬한 자기반성을 통해 더는 현장 검사가 부당한 외압을 받지 않도록 조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그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외압은 정보보고 등 비공식 보고로 시작" 
대검 진상조사단은 지난 4월부터 형제복지원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검찰 내 ‘정보보고’가 외압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지시 루트로 꼽았다. 진상조사단 위원인 박준영 변호사는 “수사기록에 들어있지는 않지만 수사과정에서 작성되는 서류가 정보보고”라며 “청와대와 법무부에서 내려오는 외압이 정보보고와 같은 비공식 보고를 통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건물 회의실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오른쪽)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 김용원 변호사(왼쪽)도 참석했다. 김민상 기자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건물 회의실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오른쪽)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 김용원 변호사(왼쪽)도 참석했다. 김민상 기자

 
김용원 변호사도 이에 대해 “사회 이목에 집중시킨 사건에 대해서는 정보보고를 하는 게 있었다”며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고를 시작하면 상부의 간섭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감한 사안은 청와대에 직보(직접 보고)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중간에 대검과 법무부까지 뛰어넘어 수사에 개입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2013년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검찰 조직이 30년 전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봤다. 그는 “국정원 댓글 사건은 채 총장이 오기 전부터 시작된 수사다”며 “청와대가 채 총장에게 경고를 몇 번 보냈는데 말을 안 들으니 약점을 잡아 제압한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형제복지원 수사 당시 내가 5년차 검사라 아무리 파도 약점이 없었던 것”이라며 “검찰을 떠나고 나서도 철저하게 응징당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 미시간대로 연수가 결정이 난 뒤에 부산지검 울산지청에서 형제복지원 수사를 맡게 됐다. 연수 뒤 법무부나 대검찰청 발령을 기대했지만 부산지검과 수원지검에 잇따라 인사가 나자 검찰 조직을 나와 변호사 개업을 했다. 그는 “부산에서 국회의원 출마할 당시에도 검찰 조직의 외압 때문에 정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고 주장했다.  
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어린이들이 운동을 하지않고 웅성거리고 있다. [중앙포토]

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어린이들이 운동을 하지않고 웅성거리고 있다. [중앙포토]

 
"상명하복 익숙한 후배 검사도 문제"
김 변호사는 “대기업이라도 현장 검사가 단서를 잡으면 수사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도 청와대 사인이 떨어져야 삼성을 수사하는 조직 구조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는 “상명하복에 익숙해져 있는 후배검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 본연의 직무인 사건수사와 공소유지가 자기 적성에 맞고 보람이 있어야 한다”며 “부장 검사되고 검사장 되면 대접받고 정계로 나갈 수 있으니 출세하기 좋은 직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일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직 문제를 제기하면서 고교 동문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일화도 소개했다. 1989년 김기춘 전 실장이 검찰총장 된 지 5~6개월 뒤에 경기도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을 당시다. 김 변호사는 “갑자기 김 전 실장이 강연 중에 ‘부산지검 김용원 검사’라고 부르더라”라며 “그러면서 ‘귀하는 상사로부터 압력이나 청탁을 받은 일이 있는가’라고 대놓고 물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강의 내용을 다시 강조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동문인 나를 일으켜 세웠다”며 “‘아니다’라는 답을 원했겠지만 나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답하자 김 전 실장 얼굴이 붉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장에 수행원만 따라오면 될 것을 대검찰청 소속 검사장과 부장들을 대동해 도열시키는 장면도 속으로 비웃었다”고 전했다. 
 
"부당함 외부로 알리는 검사 많아야 조직도 살아" 
그는 “어릴 때부터 ‘원만하게 살아라’ ‘적응 잘하는 게 훌륭한 인생’이라고 가르치는 사회 가치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학을 갖고 부당함을 외부로 알리는 검사가 많아져야 조직도 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원 변호사가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형제복지원대책위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시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원 변호사가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형제복지원대책위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시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형제복지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 당시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1975~87년 수용시설처럼 운영됐다. 복지원 자체 기록만으로도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운영되는 동안 513명이 사망해 ‘한국판 아우슈비츠(나치의 유대인 학살 장소)’로도 불린다. 김 변호사가 있던 부산지검 울산지청은 87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2016년 사망)에 대해 수사를 벌여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대법원은 89년 7월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검찰은 내부 정보보고와 관련해 “청와대 직접 보고는 오래전에 없어졌고 법무부 보고만 남아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 문무일 총장 취임 이후에는 수사 예정 보고를 없애고 결과만 보고하도록 했다”며 “관련된 보고 체계를 계속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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