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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5000가구 대리석 뜯어라"···부산 임대아파트 라돈 공포

 
라돈측정기. [중앙포토]

라돈측정기. [중앙포토]

지난 11일 부산 강서구의 한 임대 아파트에 사는 주민 A씨는 간이 라돈 측정기에 적힌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인 200㏃/㎥의 5배에 달하는 1000㏃/㎥가 찍혀 있었다. A씨는 아파트 커뮤니티 사이트에 측정기 결과를 올렸다. 5000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들은 불안감에 떨기 시작했다.
 
라돈은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 쪽에 주로 깔린다. 기어 다니는 아이가 있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컸다. 라돈이 검출되는 대리석을 당장에라도 뜯어내고 싶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다. 하지만 임대 아파트라 주민 마음대로 대리석을 교체할 수 없다. 주부 김모(36)씨는“화장실 대리석 위에 아이들 칫솔도 있고, 대리석 옆 욕조에서 오랫동안 목욕도 한다”며 “2014년 7월 입주한 이후 4년 동안 라돈을 흡입했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 12일 강서구의회 의원을 만나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주민들은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에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었다. 주민들은 부산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시민의 안전’을 민선 7기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해왔다. 부산시는 대책 마련에 앞서 라돈 검출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한국환경기술연구원과 함께 지난 14일 정밀측정에 나섰다. 아파트 2개 가구의 거실과 화장실에서 검사가 이뤄졌다. 실내공기 질 공정시험기준에 따라 라돈 측정기는 지상 1.2~1.5m 높이에서 벽과 0.3m 떨어진 곳에 설치했다. 48시간 동안 문을 닫고 라돈 검출량을 조사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거실의 라돈 평균 검출량은 36.6㏃/㎥, 화장실의 평균 검출량은 34.2㏃/㎥로 나왔다. 공공주택 실내 공기 질 기준치인 200㏃/㎥의 6분의 1수준이다. 부산시는 조사결과를 19일 발표했다.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 신진호 기자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 신진호 기자

주민들 "라돈은 바닥 쪽 측정해야 한다" 불만
그래도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주민들은 부산시의 측정 방법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이정훈 위원장은 “라돈은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 쪽을 측정해야 하는데 공중에 띄운 채로 측정했다”며 “감마선 수치는 측정하지도 않았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2가구 밖에 측정하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한다.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부산시는 부랴부랴 재조사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하지만 부산시 내부에서는 "단독으로 재조사해봐야 같은 문제에 부딪힐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부산시는 결국 범정부 라돈 대응 TF(태스크포스)에 'SOS'를 쳤다. 부산시 이장희 원자력안전팀장은 “주민들이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있도록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전문가로 구성된 TF팀이 현장조사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TF팀은 지난 23일 공문으로 재조사 참여 의사를 알려왔다”고 말했다.
 
라돈 대응 TF는 지난 15일 출범한 이후 부산 아파트 단지로 첫 현장조사를 나서게 됐다. 조사 참여 인원과 측정 방법은 주민과 협의 후 결정할 계획이다. 이 팀장은 “주민들은 실내공기 질 공정시험기준조차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주민들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수용해 측정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조사 시기는 늦어도 12월 초로 예상된다. 보건환경연구원이 재조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환경부는 현장조사에 필요한 측정 장비와 라돈 전문가를 지원한다.  
 
"대리석 교체 안해주면 집단 퇴거할 수도" 
정부가 전문가를 대거 투입해 재조사를 진행하지만, 주민들은 재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대리석 전면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재조사 결과 라돈이 기준치보다 낮게 나와도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리석을 교체하는 방안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아파트 건설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아파트 업체 관계자는 “5000가구의 대리석을 전면 교체하려면 2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대신 이사를 원하는 주민은 위약금 없이 이사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와 주민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부산시가 할 수 있는 조처는 없다. 실내공기 질 관리법에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문제는 정부가 개선을 ‘권고’할 뿐이다. 아파트 업체가 권고사항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행정 명령을 내릴 수 없다.    
 
주민들은 대리석 전면 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대리석 전면 교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주민들은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집단 퇴거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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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