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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살인'도 막았을텐데…강력범죄 줄인 대구경찰 '동시 출동' 실험

112종합상황실 직원들이 신고를 접수 처리하고 있다. [뉴스1]

112종합상황실 직원들이 신고를 접수 처리하고 있다. [뉴스1]

112 신고는 5가지 단계로 나뉜다. 가장 긴급한 신고인 '코드0'부터 민원 성격이 강한 '코드4'까지다. '코드0'은 신고자와 통화하는 도중에 출동이 필요할 만큼 급박한 사건, '코드1'은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이 임박했거나 진행 중인 상황을 말한다. '코드0'이나 '코드1' 긴급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다른 업무를 제쳐두고 최단 시간 내 출동해야 한다.
 
이와 함께 코드0·1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 지구대·파출소 대원들뿐 아니라 형사·여성청소년수사·교통 등 각 분야의 전담 경찰이 함께 출동해야 한다. 가령 "누군가 흉기를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관할 경찰서 형사가 함께 출동하고, "도로에서 차량 2대가 충돌해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교통경찰이 함께 출동하는 식이다. 이를 '동시 출동'이라고 한다.
 
긴급신고 들어오면…지역경찰과 전문분야 경찰 동시출동
동시출동은 2012년 이른바 '오원춘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폭행·교통사고·실종·각종 민원 등 광범위한 사건 처리를 해야 하는 지역경찰과 함께 전문 분야를 전담하는 경찰이 함께 출동해 112 신고의 전문성·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동시출동을 준수하는 분위기는 사라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112종합상황실이 코드1 지령을 내리고 서울 중랑경찰서 여청수사팀 수사관들에게 출동을 지시했지만, 이들은 "알겠다"고 답한 뒤 사무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결국 현장에는 지구대 대원들만 출동했다. 피해자 김모(14)양은 살해됐다.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대구경찰청은 다른 지방청과 달리 여전히 동시출동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준섭 대구경찰청장이 112 신고 대응에 공을 들이면서다.
 
실제 지난 9월 17일 대구 남구에서 "술을 마신 아버지가 흉기를 휘두르고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대구경찰청은 지구대 대원들과 함께 여청수사팀을 함께 출동시켜 여청수사팀 수사관들이 부모를 분리시키고 현장 조사했다. 10월 28일에는 70대 남성이 부인을 흉기로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지구대 대원과 형사, 여청수사팀이 동시 출동해 남성을 체포한 뒤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동시 출동을 적극 추진한 성과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대구에서 일어난 살인 범죄는 2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건보다 13건(34.2%)이 줄었다. 절도 범죄도 6705건으로 지난해 7203건과 견줘 498건(6.9%), 폭력 범죄는 1만1701건에서 1만1308건으로 393건(3.4%) 감소했다.
대구경찰청. 대구=김정석기자

대구경찰청. 대구=김정석기자

 
대구경찰청 112종합상황실 송도하 팀장은 "지구대·파출소 대원들은 사건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할 수는 있지만 워낙 범죄의 종류가 다양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전문성이 있는 각 분야 경찰이 동시 출동하면 범죄가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시민들도 조사를 여러 번 받는 수고를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강서 PC방 살인사건도 지구대·파출소 대원과 함께 형사가 함께 출동했다면 사소한 말다툼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지난 26일 충북 청주에서 음주운전 사고 후 뒷좌석에서 의식을 잃은 부상자가 사고 발생 8시간 뒤 자동차 수리업소에서 발견됐던 일도 교통경찰이 함께 출동해 차량을 확인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이준섭 대구경찰청장은 "112 긴급신고 때마다 지역경찰과 함께 관련 분야 경찰이 동시 출동하는 일은 형사·여청수사·교통 경찰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112 신고 대응의 질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사건 처리를 고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국가의 본분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인 만큼 112 신고에 철저히 대응하는 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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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