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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없이 미생물은 어떻게 살아갈까...빵ㆍ맥주에서 수수께끼 풀었다

산소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세포나 미생물이 산소 없이 살아가고 있다. 산소를 싫어한다고 해 ‘혐기성(嫌氣性) 미생물’이라는 명칭이 붙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소나무 재선충, 심장사상충 등으로 잘 알려진 ‘선충’이다. 그러나 그간 이들이 어떻게 산소 없이 생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빵과 맥주를 만들 때 사용되는 효모로부터 '과발현'되는 단백질에 주목해 혐기성 미생물이 산소없이 살아갈 수 있는 원리를 규명했다. [중앙포토]

국내 연구진이 빵과 맥주를 만들 때 사용되는 효모로부터 '과발현'되는 단백질에 주목해 혐기성 미생물이 산소없이 살아갈 수 있는 원리를 규명했다. [중앙포토]

그런데 베일에 가려져 있던 혐기성 미생물의 생존 원리가 밝혀지게 됐다. 한국연구재단(NRF)은 27일, 박현호 중앙대학교 약학과 교수와 김성환 첨단의료복합단지 신약개발지원센터 박사 공동 연구팀이 산소 없이 미생물이 원활히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단백질을 생성하는 핵심 요인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 19일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했다. 
 
산소 없을 때 오히려 많아지는 ‘Osm1’ 단백질...산소 역할 대신해
 
연구진은 빵이나 맥주를 만들 때 사용되는 효모에서, 산소가 없을 때 오히려 특정 단백질이 많이 생성(과발현)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연구를 진행한 박현호 교수는 “산소는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일상적인 세포분열에 관여하는 등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며 “그런데 산소 없이도 단백질 과발현이 일어난다는 것은 산소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혐기성 미생물이 산소없이 살아갈 수 있는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사진은 환경부가 밝힌 혐기성 세균 6종. [자료제공=환경부]

혐기성 미생물이 산소없이 살아갈 수 있는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사진은 환경부가 밝힌 혐기성 세균 6종. [자료제공=환경부]

연구결과, Osm1 단백질과 두 개의 ‘FAD 조효소’가 산소 역할을 대신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현호 교수는 “원래 산소가 필요한 이유는 이것이 전자(electron)를 받아들이는 ‘전자 수용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인체를 유지하는 다양한 단백질이 고유의 성질을 갖도록 하는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현상에는 전자 수용체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혐기성 생물은 산소 없이도 Osm1과 FAD 조효소를 통해 전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Osm1 잡으면 선충 예방 가능해져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결국 소나무 재선충과 심장사상충 등의 선충은 Osm1이 없으면 기능하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박현호 교수는 “미생물 생존에 필수인 Osm1은 동시에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며 “Osm1 저해물질은 산소 없이 살아가는 선충류들의 예방제나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나무 재선충에 의한 피해는 심각한 실정이다. 재선충에 감염돼 고사한 소나무는 목재로 다시 쓰이기도 한다. [중앙포토]

소나무 재선충에 의한 피해는 심각한 실정이다. 재선충에 감염돼 고사한 소나무는 목재로 다시 쓰이기도 한다. [중앙포토]

특히 소나무 재선충은 빠른 시간에 수만 그루의 나무를 고사시킬 수 있어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실제로 경상남도는 올해 상반기에만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린 피해 고사목 8만4000그루를 제거했지만, 이후 11월 현재까지 1만 9000그루의 소나무가 추가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에 “효모의 Osm1과 같은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선충 치료제 및 예방제 개발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번 밝혀진 (Osm1의) 3차 구조 정보를 잘 활용할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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