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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능·숙명여고 사태, 블록체인 쓰면 일어날수 없다"

[박해리의 에듀테크 탐사]④ 블록체인과 교육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5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휴대전화기 제출을 위해 이름을 적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5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휴대전화기 제출을 위해 이름을 적고 있다. [연합뉴스]

수학능력시험과 숙명여고 사태로 시끌벅적했던 11월이었습니다. 경찰이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사실인 것으로 결론 내리면서 내신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수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만, 막상 이번 수능이 난이도 조절 실패한 ‘불수능’이 되자 또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이번 수능에서 악명 높은 국어 31번 문제는 오답률 81.7%를 기록했습니다. 내신도 수능도 신뢰를 잃고 한국 교육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블록체인이 해결할 거라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인 블록체인이 어떻게 교육과 연관될까요? [박해리의 에듀테크 탐사] 네 번째 이야기는 ‘불수능과 숙명여고 사태, 해결책은 블록체인?’입니다.
 
지난 2011년 11월, 수능이 끝난 10일 합숙생활 마감하고 돌아가는 수능출제위원들 [연합뉴스]

지난 2011년 11월, 수능이 끝난 10일 합숙생활 마감하고 돌아가는 수능출제위원들 [연합뉴스]

10월이 오면 교사와 교수들이 하나둘 사라집니다. 이들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전국에서 모인 300여명은 조용한 장소에서 합숙생활을 합니다. 한 달여 기간 동안 나가지 못하고 먹고 자며 생활합니다.
 
이들은 수능 출제위원들입니다. 수능은 보안이 중요해 출제자를 ‘집단 감금’한 뒤 문제를 내게 합니다. 철저한 시스템 안에서 문항을 만들고 검토해도 난이도 조절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오자도 나옵니다. 이번 수능에서도 시험 5일 전에 오자를 발견했습니다. 김창원 수능 검토위원장은 “3단계 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980문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이강래 출제위원장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경향을 발표하는 도중 국어영역 문제지 오기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이강래 출제위원장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경향을 발표하는 도중 국어영역 문제지 오기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지진으로 수능이 미뤄진 것을 보고 올해는 예비 문제까지 냈습니다. 출제 기간이 길어지면서 예산은 지난해 대비 1.5배 늘었습니다. 올해에는 수능 실시 이래 25년 만에 최대 금액인 245억원이 사용됐습니다.
 
수능인 시작된 1993년은 지금과 출제 방식은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수능뿐 아닙니다. 다른 국가 공인 시험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최재화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평가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최 교수는 “수능 같은 시험은 출제와 유출을 막는 일 등에 너무 많은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먼저 블록체인의 특징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블록체인은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수많은 컴퓨터에 복제해 분산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권한이 중앙에 집중되는 보통의 시스템과 달리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와 누구나 접근 가능한 평등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해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습니다.
 
최 교수는 블록체인 시스템 위에 교육평가 모델을 디자인했습니다. 그가 만든 시스템에는 코딩으로 문제를 만드는 출제자가 있습니다. 이들이 만든 문제는 시스템상에서 다양한 유사 문제로 변형됩니다. 80페이지 분량의 수학 문제를 프로그램 언어로 코딩하면 총 100경의 문제로 변형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낸 시험문제는 학생들 대상으로 사전 테스트를 거쳐야 하지만 보통 이 과정에서 유출 위험이 커집니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학생 누구나 참여해 직접 풀며 난이도를 평가합니다. 문제 수가 경 단위로 많기 때문에 유출 걱정은 없습니다. 난이도 테스트 참여자와 문제 출제자는 보상으로 일정한 코인을 얻습니다. 이렇게 검증된 문제는 실제 시험 문제로 활용됩니다.
 
최재화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평가의 난제 해결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미래교육 평가 방법을 연구 중이다. 최 교수가 개발한 블록체인을 활용한 평가 시스템인 크립토 테스트 설계도. 이 시스템이 작동될 때에는 시간당 5달러 가치의 코인이 전세계에 발행이 된다. [최재화 교수 제공]

최재화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평가의 난제 해결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미래교육 평가 방법을 연구 중이다. 최 교수가 개발한 블록체인을 활용한 평가 시스템인 크립토 테스트 설계도. 이 시스템이 작동될 때에는 시간당 5달러 가치의 코인이 전세계에 발행이 된다. [최재화 교수 제공]

코딩을 할 수 있으면 누구나 출제자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해집니다. 사전 테스트 과정을 충분히 거치기 때문에 난이도 조절 실패 확률도 낮고 시험의 신뢰도는 높아집니다. 학생들은 문제를 풀면서 난이도 조절에 도움 주는 동시에 학습합니다. 누구나 참여해 시험과 유사한 문제로 공부할 수 있어 사교육의 필요성도 줄어 사회적 격차도 줄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학습한 결과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학습 이력으로 남아 학교에서뿐 아니라 대학입학을 위한 평가자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교육자들은 이런 자료로 교수법을 연구할 수도 있죠. 최 교수는 “학습 이력은 나오지만, 개인정보는 자신이 공개하거나 대학 등에 제출 자료로 내지 않는 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숙명여고 사태로 불거진 내신에 대한 불안감도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 가능합니다. 사람이 직접 문제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출 위험이 줄어들 수 있죠. 또한 블록체인의 특성상 개인이 함부로 데이터를 수정할 수 없어 성적 조작 위험도 원천 차단됩니다.
숙명여고 시험문제지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앞에서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학부모단체 대표 등이 숙명여교 교장과 교사의 성적조작 죄 인정 및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숙명여고 시험문제지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앞에서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학부모단체 대표 등이 숙명여교 교장과 교사의 성적조작 죄 인정 및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장점이 많은 기술이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교육분야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연구하지 않습니다. 박춘원 딜라이트 체인 CSO는 “한국에서는 암호 화폐·코인·투기에만 주목하지만, 기술 자체로 주목해야 하고 교육에 활용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 방면에서는 한국보다 일본이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IBM은 소니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학생 교육 기록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지난해 발표했습니다. 요시키 미노와 IBM 재팬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부사장은 “블록체인은 사람과 장소와 관련한 인생 전반의 데이터를 공유 관리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소니는 지난 9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디지털 성적표를 출시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특히 수능 비중이 높은 한국 교육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평가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블록체인 평가에 관련한 연구도 아직은 미완성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편리함, 누구도 함부로 조작할 수 없는 보안성 등 블록체인의 특징이 성공적으로 교육과 결합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박해리의 에듀테크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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