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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외교안보 2019년 문제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논설위원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논설위원

한반도는 격동의 한 해를 보내지만 정세는 유동적이다. 극적인 긴장 완화가 이뤄졌지만, 평화의 주춧돌까지 놓지 못했다. 북한 비핵화, 평화체제 프로세스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두 축간 이행의 순서도도 마련하지 못했다. 관련국 간 신뢰의 적자(赤字)가 한몫했다. 비핵화나 평화체제 개념에 대한 간극도 크다. 두 프로세스의 장기화와 취약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는 이 때문일지 모른다. 트럼프가 1980년대 말 보수주의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반란’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레이건은  당시 보수파·정보기관·군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련과 중거리핵전력폐기조약(INF)을 체결하면서 냉전 종식의 길을 열었다.
 
올해는 주변 환경도 급변했다. 북한의 유화 노선은 미·중 협조체제의 산물이다. 미·중 협력의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없는 북한의 노선 변화는 생각하기 힘들다. 지금 미·중은 관세 보복전, 기술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신냉전 기류가 강하다. 미·중 대립의 지정학이 꿈틀거리면 북한 비핵화 압박은 약해진다. 북한의 장고(長考)는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중·일 화해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의 불가측성이 빚은 전술적 데탕트 측면이 있지만 제3국에서의 경협 틀은 획기적이다. 국익 앞의 유연성이 놀랍다. 한국의 동맹, 주변국 관계 기상도는 흐림이다. 한반도에 다시 권력 정치가 투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에 우리 외교안보의 도전 요인은 그만큼 많다. 당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밝힌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진실의 순간을 맞을 것이다. 핵·경제 병진 노선 포기 여부도 마찬가지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하면 반동(反動)은 엄청날 것이다. 북핵 중재역인 한국 정부의 신인도는 내려간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눈높이와 남북관계 개선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 민족 공조와 동맹은 길항(拮抗)하기에 십상이다. 한·미 동맹은 그새 접착력이 많이 떨어졌다.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강해 보인다. 여기에 트럼프의 비용 우선주의가 겹쳤다. 트럼프는 차치하더라도 한·미 관료기구·군부 간 신뢰가 더 긴요해졌다. 비핵화 협의 과정의 한·미 간 불협화음은 적신호다. 자유·민주·인권의 공통 가치를 가진 역외 대국과의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초석이다. 이것은 구한말 치욕의 역사 교훈이다. 한·미동맹 재점검은 필수다. 진화하지 않는 동맹은 도태한다. 전략 환경 변화에 맞춘 새 비전을 찾아야 한다.
 
대중 관계는 어정쩡하다. 중국은 기회의 창(窓)이지만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 기업의 일대일로 사업 참가 길을 터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해외 시장의 다변화도 모색해야 한다. 일본이 하는 것들이다. 경제 안보가 국가 안보다. 중국의 근육질 외교는 경계의 대상이다. 자유롭고 열린 바닷길은 모두의 이익이다. 사드 배치는 원칙론을 관철해야 한다. 북한 탄도미사일은 여전히 위협 요소다.
 
대일 관계는 지뢰밭투성이다.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사문화됐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도 중대 기로에 섰다. 대법원이 강제 징용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한 데 대해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법부 판단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에 온통 귀가 쏠려 있다. 마침 내년은 3.1운동 100주년이다. 여론에 휘둘려 과거사가 한·일 관계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거 직시 미래 지향’의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일은 가치를 공유하고, 한·미·일 3각 협력체와 한·중·일 대화체의 교집합이다.
 
한반도는 해양과 대륙세력의 가교지만 때론 충돌의 교차로다. 이 지정학적 숙명에 한·중·일이 공유할 수 없는 과거사가 걸쳐 있다. 한반도 문제(Korean question)는 복잡하고 심층적이다. 내년은 더 할 것이다. 현안서 한발 물러나 국가 안보전략부터 점검하고, 그 하위 체계로서 북한 비핵화, 남북 및 대외관계의 각론을 짚어보면 어떨까 싶다.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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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