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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새댁과 페미니스트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새댁’. 결혼 3년 차에 접어드는 동안 나를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딱 두 명이었다. 한 명은 경비아저씨, 다른 한 명은 업무차 만난 취재원이었다. 처음 그 호칭을 들었을 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저씨가 나를 부르는 것인 줄 몰랐기 때문이다. 선배격인 취재원의 부름에도 답은 하지 못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자괴감에 빠져서다.
 
엄밀히 말하면 둘 다 잘못은 없다. 갓 결혼한 여자를 ‘낮춰’ 부른 것도 아니고 ‘높여’ 불렀는데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억울할 법도 하다. 문제는 TPO(시간·장소·경우)다. 근무시간에 민 기자도 아니고, 누구 씨도 아니고, 새댁이라니. 나는 같이 일을 하는 동료이지 가족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오독과 오용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는 데 있다. ‘페미니스트’가 대표적이다. 성별로 인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의미일 뿐인데 그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만인의 적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뜻과 당신이 생각하는 뜻이 다를뿐더러 세대별로 다른 함의를 가지고 있는 탓이다.
 
자동차 문을 열어주며 “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사라졌지만, 사고방식은 그대로인 사람들도 여럿이다. 최근 래퍼 산이가 이수역 폭행사건을 계기로 발표한 ‘페미니스트’만 해도 그렇다. 남성혐오와 여성혐오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우리 할머니가 그럼 모르겠는데/ 지금의 너가 뭘 그리 불공평하게 자랐는데”라고 기름을 끼얹었다.
 
논란이 커지자 산이는 “가사는 가상 화자 얘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녀 불평등의 역사는커녕 여혐이라는 단어까지 오독하는 가사를 옹호할 수 있는 핑계가 되진 못한다. “난 여잘 혐오 하지않아”라며 더치페이나 미투를 조롱하는 것은 안 그래도 억울한 단어들이 오용될 여지를 키울 뿐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이번 ‘디스전(랩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힙합 문화)’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점이다. 남성 래퍼 제리케이는 “CEO 고위직 정치인 자리 대신에/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로 내는 생색”(‘노 유 아 낫’)이라며 성별을 뛰어넘어 비판했고, 여성 래퍼 슬릭은 “니가 바라는 거 여자도 군대 가기” “내가 바라는 것/ 죽이지 않기/ 강간하지 않기”(‘이퀄리스트’)처럼 함의를 확장해 나갔다.
 
페미니즘 논란은 또다시 등장할 것이다. 각자 지닌 생각을 재정의할 수 없다면 그 싸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서로 다른 의미를 맞춰가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오해하지 않을 법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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