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현기의 시시각각] “시간은 우리 편” vs “이기는 건 우리 편”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남북 군사비가 똑같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북한 군사력이 훨씬 강하냐.”(지미 카터)
 
“일단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게 해 달라.”(박정희)
 
“약속할 수 없다. 다만 (철수) 규모는 당신과 협력하겠다.”(카터)
 
1979년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치열한 설전. 최근 한미클럽이 미 존스홉킨스대 제임스 퍼슨 연구원으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백악관 외교 기밀문서 내용이다.
 
40년 동안 군사력도 달라졌고, 남북관계 지형도 변했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언제 어떤 형태로 불붙을지 모른다. 게다가 트럼프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주한미군에 부정적이다. 그는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회견에서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싶다”고 했다. 이후 몇 번을 그랬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워싱턴 고위 소식통은 지난해 11월 8일 트럼프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시발점으로 꼽았다. 전용 헬기 ‘마린 원’은 짙은 안개로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용산으로 회항했다. 그때 트럼프는 회항하는 헬기에서 한강 변의 고층 빌딩 숲을 유심히 살펴보다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아니, 이거 다 우리가 돈 내서 성공한 것 아니냐. 그런데 무역흑자 내고 방위비 분담금 적게 내고, 이건 정말 잘못됐다.” ‘마린 원 한강 변 시찰’ 이후 트럼프는 한국을 거세게 몰아쳤다. 1라운드는 한·미 FTA 개정.
 
이제 ‘2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타깃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우리 외교부는 연내 타결을 낙관한다. 워싱턴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올해 아홉 차례 회의가 열렸는데, 한국의 부담 총액을 놓고 간극이 오히려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절대 호락호락 양보하지 말라”는 트럼프의 불호령이 떨어진 상태다. 백악관 주변에선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줄이지 못하면 트럼프는 그 액수만큼에 해당하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란 이야기가 돈다. 우리 정부는 “북·미 협상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북·미 협상’ 아닌 ‘한·미 문제’로 40년 전 박정희와 카터가 나눴던 대화가 비슷하게 재현될 수 있다는 게 현 동맹 위기의 핵심이다.
 
한·미 관계가 첩첩산중이라면 북·미 관계는 풍전등화다. 한·미 외교당국은 북한이 11월 중에는 북·미 고위급회담에 나설 것으로 낙관했었다. 적어도 내년 1월 1일 내놓을 신년사를 위해서라도 만날 것으로 봤다. 언론도 덩달아 날짜까지 특정한 추측보도를 내놓았다. 모두 헛물을 켰다. 실은 김영철 부위원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모두 미국 비자조차 신청하지 않았었다. 북한은 주도권을 행사하려 한다. 한국이 좀 ‘분발’해 주고, 시간만 끌면 별다른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 완화까지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북한의 ‘미국 인내심 테스트’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 보지만 미국은 “이기는 건 우리 편”이라 본다. 백악관 매파들의 머릿속엔 지난해 9월 23일 밤의 기억이 또렷하다. 미 B-1B 전략폭격기가 동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가 김정은 코앞까지 접근해 작전을 수행했지만 북한 레이더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중국이 나중에 알려줘 알았다. “북한은 아직 그 정도 수준”이라고 털어놓는다. 분명한 건 시간은 결코 북한 편도, 우리 편도, 그리고 미국 편도 아니란 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가 불행해질 뿐이다.
 
남북 철도 공동조사 하나 제재 면제를 받았다고 환호할 때가 아니다. 즉각적인 협상 테이블 복귀를 북한에 강력히 촉구할 때다. 시간이 없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