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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북한 협상 무응답, 기회의 창 닫히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가운데)이 26일(현지시간) 도럴에서 열린 남부사령관 이·취임식에서 폴러 신임(왼쪽)·티드 전임사령관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가운데)이 26일(현지시간) 도럴에서 열린 남부사령관 이·취임식에서 폴러 신임(왼쪽)·티드 전임사령관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지난주 한국과의 워킹그룹 회의에서 “지금과 같이 북한이 협상에 응하지 않는 어정쩡한 상태는 계속 갈 수 없다.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Window of opportunity is closing)”고 말했다고 워싱턴의 미 행정부 관계자가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20일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의 단독 회담 및 워킹그룹 실무진과의 전체회의를 했다.  
 
‘창이 닫히고 있다’ 발언은 비건 대표가 이 본부장과의 단독 회담 때 밝힌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비건 대표는 전격 취소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뉴욕 고위급 회담을 27~28일 다시 열자는 미측 제안에 대한 북한의 무응답을 거론하며 “미·북 협상 추진파들도 (미국)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몰리고 있는 데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이렇게 시간만 흐르게 할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특히 비건 대표는 “북한은 시간은 자기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실은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우려를 표명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대외적으론 “우린 인내할 준비가 돼 있다”(지난 25일 인터뷰)고 밝혔지만 미 행정부 내에선 “언제까지나 기다릴 순 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건의 직설적인 발언을 놓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통해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북·미 협상을 지체시켜서 좋을 게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건. [뉴스1]

비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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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폼페이오의 4차 방북 이후 사실상 북·미 협상을 방치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이대로 가면 미국도 협상 창구를 닫고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네 차례나 평양을 찾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미국 내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대화론자들은 차분한 태도를 보이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심을 품고 있는 강경파들은 ‘어차피 북한과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행정부 내부의 기류를 비건 대표가 솔직히 전했다는 해석이다.
 
‘창이 닫히고 있다’는 표현은 과거 긴박한 상황에서 사용된 적이 있다. 조지 W 부시 정권 때인 2003년 1월 28일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외교적 해결을 위해 열려 있던 창문이 닫히고 있다”는 말을 내놓은 지 약 두 달 후(3월 20일)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다. 물론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태도에 반발해 당장 대북 군사행동을 준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기회의 창’ 발언은 트럼프 정부 내부에서 강경 압박론이 고개를 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현재 국무부 내 대화파가 행정부 내 매파에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과도 연계돼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한국 측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 주도권을 통일전선부(김영철)와 외교부(최선희) 중 어디로 줄지 최종 결정을 못 했거나 혹은 미국과 주고받을 협상 카드를 아직 훈령으로 주지 못해 북·미 회담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듯하다”는 견해를 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협상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미 정부가 사실상 ‘비핵화 협상 중단’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한편 비건 대표는 워킹그룹 회의에서 “대북제재는 비핵화 전까지 풀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에 한국 측은 “연내에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 ▶종전선언 ▶철도 착공식의 세 가지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고 미국 측은 “애써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미국 측의 강한 우려도 회의에서 전달됐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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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