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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잘 안다”에 3000만원 … 청와대 얘기만 하면 속는 세상

‘임종석 비서실장을 잘 안다’며 사기를 친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7일 최모(43)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최씨는 구치소에서 만난 감방 동료에게 “임종석 실장이 나랑 엄청 친해서 내 말은 다 들어준다”며 ‘특별사면 대상자로 올려주겠다’고 꼬드겨 3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최씨는 임 실장과 친분이 전혀 없었고, 특별사면 이야기도 모두 거짓이었다. 최씨는 “임 실장 이야기가 가장 잘 먹힐 거라고 생각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도 지난해 12월 ‘권양숙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딸 비즈니스 문제로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5억 원이 급히 필요하니 빌려주시면 곧 갚겠습니다’ 등 문자에 속아 대출까지 받아가며 4억 5000만원을 보냈다. 윤 전 시장을 속인 사기범 김모(49)씨는 다른 유력인사에게도 김정숙 여사인 척 사칭을 하다 덜미가 잡혔다.
 
최근 들어 ‘청와대 관계자’를 사칭한 사기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절박한 상태에 있는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청와대’의 힘이 막강해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상황이 어려운 사람들은 ‘청와대 정도의 영향력이면 내가 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기대를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잘되면 대박이고, 찍히면 큰일인데도 청와대 사칭에 넘어가는 건 일종의 사행심리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청와대 관련자’라고 소개해도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맹점이다. 임명호 교수는 “‘국가 권력기관이니까 보안을 중시하는구나, 그렇지 않으면 다 얘기할텐데’라고 생각하면서 거짓 정보를 말해도 예전 국정원·안기부처럼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식 교수는 “청와대 사칭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검증’에 한계가 있어 믿을 수밖에 없다”며 “꼬치꼬치 묻고 못 믿는 티를 내면 이 기회마저 놓칠까봐 조바심이 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이들 역시 이런 점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한 전직 청와대 행정관은 “윤 전 시장에게 ‘권양숙입니다’라고 문자가 온들 그걸 어디다 말하겠나”며 “확인하기도 어렵고, 소문날까 두려워 어디 알아보지도 못하니 검증을 못하고 속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절대적 권력’으로 통했던 시절의 잔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른 전직 청와대 행정관은 “예전 ‘내가 청와대 ○○ 알아’ 하면 통했고, 권력기관 전화 한 통이면 다 해결됐었던 시대를 기억하는 어르신들은 ‘청와대’ 운운하면 먹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청와대가 그런 절대적 권력기관이 아닌데, 본인이 원하는 바가 있고 그 부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믿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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