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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인하, 이해찬 대표가 총대 메고 밀어붙였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후폭풍이 거세다. 혜택을 받는 중·소 자영업자들은 환영 메시지를 냈지만, 카드사 노조 등은 “거리로 나앉으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도 “당연히 필요한 조치”라는 여당과 “정부 개입 만능주의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야당의 해석이 엇갈린다.
 
이처럼 후폭풍이 예견돼있는 논쟁적인 정책 수단이었지만, 결정 과정은 전광석화 같았다. 카드 수수료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영세 자영업자 수수료 감면 방안을 마련하라”고 금융당국에 공개적으로 지시한 지 4일 만에 매듭지어졌다.
 
애초 논의가 본격화된 건 지난달 22일부터다.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중심으로 수수료 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그보다 5일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경제 연석회의’를 출범시키면서 카드 수수료 개선을 1차 과제로 설정했다. 실제로는 한 달가량 수수료 인하를 검토한 셈인데, 이 과정을 주도한 건 민주당 이해찬 대표라고 한다. 익명을 원한 국회 정무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협의 과정에서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카드사의 경영난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었는데, 이 대표가 총대를 메고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당 대표가 특정 정책에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입법과 예산은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책임지는 게 통상적인 관례다. 그런데 이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은 당 안팎의 요청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당 내에선 이른바 ‘이영자(20대, 영남, 자영업자)’ 중심으로 지지율 낙폭이 큰 상태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10.9%)도 예정돼 있어 민심이반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런 위기감 때문에 이 대표가 직접 “카드는 내가 챙기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여기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유발되는 자영업자의 추가 비용 부담(평균 3.7명 고용, 144만원 추가 지출)을 카드 수수료 인하로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신용카드가 경제정책의 주요 이슈로 처음 등장한 것은 김대중(DJ) 정부 때였다.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의 여파로 내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자 DJ는 취임 이듬해인 1999년 7월 신용카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1인당 70만원으로 묶여 있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푸는 게 대표적이었다. 신용카드 업계는 연 25%의 이자를 챙길 수 있는 현금서비스를 중심으로 영업을 집중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도 이즈음 도입됐다. 거리엔 소득이 없는 대학생에게까지 카드 발급을 권유하는 이들로 흘러넘쳤다. 그 결과 DJ 정부 막바지인 2002년 말부터 연체율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1년 말 3.8%였던 연체율이 2002년 11월에는 9.2%로 훌쩍 뛰었고,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3년 1월엔 11.2%까지 올랐다. 카드 돌려막기란 말도 이때 등장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카드 대란’이란 짐을 떠안았다. 긴급 자금을 지원하고 업계 구조조정을 거쳤고, 감사원의 정책감사까지 줄 이은 끝에 잠잠해졌다.
 
19년 만에 신용카드가 경제 정책의 전면에 재등장했지만 ‘규제완화(1999) vs 수수료 강제 인하(2018)’로 양상은 정반대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나친 외형확대 경쟁에 따른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합리적으로 감축할 경우 카드산업의 건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한 ‘마케팅 비용’은 무이자 할부 수수료, 카드사 포인트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부터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되면 카드 혜택 축소로 직장인·주부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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