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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영업력 떨어지는 현대상선, 배 20척 늘린다고 살아날까

벼랑에 선 한국 해운
한진해운의 대체 선박으로 투입된 현대상선의 ‘현대포워드호’가 2016년 9월 9일 오후 부산신항 북컨테이너부두 PNIT터미널에 접안해 컨테이너 선적 작업을 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국내 1위 한진해운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기고, 현대상선은 정상화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중앙포토]

한진해운의 대체 선박으로 투입된 현대상선의 ‘현대포워드호’가 2016년 9월 9일 오후 부산신항 북컨테이너부두 PNIT터미널에 접안해 컨테이너 선적 작업을 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국내 1위 한진해운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기고, 현대상선은 정상화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중앙포토]

‘계속기업가치 최소 4조8386억원, 청산가치 2조5317억원’.

현대상선 연이자만 3175억 부담
화물칸 못 채우면 관리비만 늘어
일각 “해운이 조선 살리는 도구 돼”

유럽 노선 확충, 중복 항로 조정
해외 영업망 강화 특단 대책 필요

 
한진해운 파산 직전인 2016년 8월 삼일회계법인의 회계 실사로 나타난 기업가치 평가 결과다. 회사를 청산하기보다 계속 사업을 진행했을 때 얻는 가치가 2조원 이상 컸다는 게 당시 분석 결과였다. 그러나 정부는 한진해운에 파산 선고를 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진해운 퇴직자는 “정부는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산 절차를 진행했다”며 “당시 한진해운 부족 자금은 1조원가량이었지만, 청산 이후 더 큰 비용을 치르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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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국내 1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정부의 해운업 재건을 위한 지원은 현대상선에 집중되고 있다. 현대상선마저 파산하면, 한국은 이렇다 할 자국 원양 해운사가 없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정부가 현대상선에 대한 정밀 실사 이후 6조706억원의 지원금을 편성한 이유다.
 
문제는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해운업 재건이 6조원대 혈세 투입에도 성공이 불투명한 ‘도박’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집중적 지원 대상인 현대상선은 정부 자금을 지원받을수록 재무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 부채비율(자기자본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725%에 달하는 현대상선에 필요한 것은 ‘자본금’이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돈은 초대형 선박 20척과 컨테이너 박스 95만 개 등을 사는 용도로만 쓸 수 있는 대출금(정부 보증 대출과 영구채)이다.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올해 1656억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이 2022년에는 두 배 규모인 317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글로벌 화주들이 한국 해운사의 재무건전성을 꼼꼼히 살피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한 재무 구조는 영업 활동도 발목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운사에 지원한 대출은 결국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로부터 선박을 구입하는 데 사용된다”며 “해운업이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도구가 되고 있다”고 푸념했다.
 
초대형 선박 확충 전략도 위험이 따르긴 마찬가지다.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 선박은 2020년부터 유럽 항로에 12척, 2021년부터 미국 항로에 8척이 배치된다. 현대상선은 이 같은 전략으로 2022년에는 현재 42만TEU(1TEU는 컨테이너 1개 적재능력)에서 100만TEU로 2배 이상 늘어난다. 배가 늘어난 만큼 화물을 채우지 못하면 빈 배가 늘어 관리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손님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식당 면적만 40평대에서 100평대로 늘린 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서강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해운업 분석 보고서에서 “원가 경쟁력 차원에서 초대형선 확보는 중요하지만, 짧은 기간에 투자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초대형선 확충으로 인해 화물 확보를 위한 저가 운임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정부와 현대상선이 초대형 선박 확충을 결단한 이유는 대형화를 이루지 못하면 글로벌 선사와의 경쟁이 어렵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와 MSC·CMA-CGM·COSCO 등 경쟁 해운사들이 모두 초대형 선박을 갖춰 운임을 낮추기 위한 ‘치킨 게임’에 들어간 상태에서, 몸집을 키우지 못한 중소형 해운사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초대형 선박을 활용하면 한번 운항에 더 많은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기 때문에 원가를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운임을 낮추면 더 싼값에 화물을 실어 나르려는 고객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노지환 현대상선 부장은 “초대형 선박은 컨테이너 하나당 소모되는 유류비도 중소형 선박보다 더 적게 들어간다”며 “환경 규제에 대비해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 장치)까지 달게 되면 다른 선사보다 좋은 조건에서 영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글로벌 해운사의 초대형 선박 발주 현황

주요 글로벌 해운사의 초대형 선박 발주 현황

전문가들은 현대상선 구조조정 성공 여부는 앞으로 확충되는 초대형 선박의 화물칸을 얼마나 고객 화물로 채울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실사보고서에서 2012년 선박 확충으로 화물 적재능력(선복량)이 21.4% 늘었지만, 실제 화물 적재량(소석률)은 되레 소폭 늘어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식당 면적이 커져도 손님이 더 늘어난 적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때처럼 앞으로도 화물 적재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은 희망 사항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20년 이후 화물 적재량은 현재보다 240%가량 늘어나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특수한 상황에 맞는 특단의 영업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유럽 독자 노선 확충이나 국내 대형 화주 공략 이외에는 뾰족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정부가 현대상선을 살리고자 한다면, 제대로 살려야 한다”며 “초대형 선박 화물칸의 60% 이상은 채워야 흑자가 나오는 구조인데, 이를 가능케 하는 영업력 강화 전략이 정부의 정상화 대책에 빠져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도 “현대상선은 수익성 회복을 위해서는 운영비·인건비 등 추가 원가 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중복 항로 조정 작업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익보다는 물량” 현대상선 코너로 몬 영업 DNA
현대상선은 영업력 강화 방안을 만들기 위해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AT커니에 분석을 의뢰했다. 지난 9월 보고된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현장 영업맨들이 수익을 내야 한다는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량 위주로 영업 성과를 평가하다 보니 적자 여부와 상관없이 물량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여러 부서가 같은 업무를 추진하는 등 업무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는 데다, 전체적인 고객 관리 체계가 없다 보니 전략적인 고객 대응도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앞으로 초대형 선박 20척을 확보하게 되면 이에 걸맞은 영업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게 AT커니의 핵심 검토 의견이다. 이 같은 컨설팅 결과는 향후 현대상선 경영 정상화에 필수적인 실행 지침이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도년·김민중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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