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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유럽인보다 네안데르탈인에 더 가깝다...현대인 유전자의 최대 4% 멸종한 '네안데르탈 인'

 
약 2만~4만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이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와 수차례 만나 자손을 남겼으며, 유럽인보다 동아시아인의 DNA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단 한차례 만나 유전자를 교류했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결과다. 미국 템플대 조슈아 G. 슈라이버 교수 연구팀은 26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지에 게재했다.
 
프랑스 예술가 '피에르 뒥(Pierre Duc)'이 그린 헬멧을 쓴 네안데르탈인을 땅에 그린 모습.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수차례 만났으며, 동아시아인에서 이른바 네안데르탈인 DNA 비율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AP=연합뉴스]

프랑스 예술가 '피에르 뒥(Pierre Duc)'이 그린 헬멧을 쓴 네안데르탈인을 땅에 그린 모습.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수차례 만났으며, 동아시아인에서 이른바 네안데르탈인 DNA 비율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AP=연합뉴스]

현대인 유전자의 1~4%는 네안데르탈인...호모 사피엔스, 아프리카 떠난 직후 네안데르탈인 만나
 
연구진은 “현생인류는 전 세계 어디서나 발견되지만, 약 10만년 전에는 대부분 아프리카에 살았다”며 “현생 인류 역시 아프리카에서 다른 대륙으로 퍼져나가면서, 당시 유라시아 동ㆍ서부에 각각 살았던 네안데르탈인과 맞닥뜨리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약 8만 5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빠져나온 직후부터 약 3만년 동안 네안데르탈인과 지리적으로 같은 지역에 살며 자손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 ‘만남의 흔적’은 현대인의 유전자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모든 염기 서열을 해석하기 위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2003년에 완료되고, 2010년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마저 분석되며 이를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다. 2010년 5월, 당시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진화인류학연구소장은 “서로 다른 인류 간의 교배가 기존 생각보다 더 빈번히 이뤄졌을 것”이라며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현대인의 유전자 안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1~4% 섞여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12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만났다는 증거가 시베리아(빨간 점으로 표시)에서 발견됐다. 그간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는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이동하며 다른 모든 인류 종을 대체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과 현생인류 훨씬 이전의 호모 에렉투스가 전세계 각 지역에서 각자 진화해왔다는 '다지역 기원설'이 대립해왔다. 최근 연구들은 다지역 기원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래픽=Nature Ecology & Evolution]

2012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만났다는 증거가 시베리아(빨간 점으로 표시)에서 발견됐다. 그간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는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이동하며 다른 모든 인류 종을 대체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과 현생인류 훨씬 이전의 호모 에렉투스가 전세계 각 지역에서 각자 진화해왔다는 '다지역 기원설'이 대립해왔다. 최근 연구들은 다지역 기원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래픽=Nature Ecology & Evolution]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 산업기술센터장은 “2012년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데니소바 동굴에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섞인 한 소녀의 5만년 전 화석이 발견됐다”며 “네안데르탈인뿐만 아니라 데니소바인 역시 서로 유전자를 주고받았으며 호모 사피엔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동아시아인, 네안데르탈 유전자 12%~20% 높아...호모 사피엔스, 유럽ㆍ동아시아로 각각 퍼져나갔나
 
이번 연구의 특징은 네안데르탈인과 유전자를 교류해온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이른바 '네안데르탈 DNA' 비율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현대 유럽인과 동아시아인의 방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동아시아인의 유전자에서 네안데르탈인 DNA 비율이 약 12~20%가량 높게 나온 것이다.  
 
미국.영국.일본 등의 국제 협력으로 실현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성과로사람 염색체의 모든 DNA 염기배열을 해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2010년 네안데르탈인의 dna 또한 분석할 수 있게 됐고, 현대인의 유전자 중 1~4%는 네안데르탈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포토]

미국.영국.일본 등의 국제 협력으로 실현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성과로사람 염색체의 모든 DNA 염기배열을 해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2010년 네안데르탈인의 dna 또한 분석할 수 있게 됐고, 현대인의 유전자 중 1~4%는 네안데르탈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포토]

박종화 센터장은 “만약 현생 인류의 공통 조상이 네안데르탈인과 먼저 교배를 한 후 유럽과 아시아로 이동했다면, 네안데르탈인의 DNA 비율이 현대인에게서 일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그러나 이 비율이 차이가 난다는 것은 처음부터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각각 퍼져나갔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템플대 연구진이 인류의 기원 모델 5개를 수학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유럽과 아시아인의 공통조상인 네안데르탈인과 먼저 교배했고, 그 후에 유럽과 아시아에서 각각 따로 자손을 남겼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 다지역에서 각자 현생인류로 진화했나 
 
모로코에서 최초로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을 재구성한 것. 기존에는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여러 인종을 완전히 대체했다는 설이 유력했지만, 오늘날에는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인종과 교배해, 순수한 호모 사피엔스 설은 힘을 잃게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로코에서 최초로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을 재구성한 것. 기존에는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여러 인종을 완전히 대체했다는 설이 유력했지만, 오늘날에는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인종과 교배해, 순수한 호모 사피엔스 설은 힘을 잃게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나와 다른 모든 인종을 ‘대체’했다는 이른바 ‘아프리카 기원설’이 또 한 번 힘을 잃고, 반면 이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다지역 기원설’이 힘을 얻게 될 가능성도 있다. 다지역 기원설은 현생 인류 이전에 이미 여러 갈래로 나뉜 호모 에렉투스가 전 세계 곳곳에서 각자 유전자 교환ㆍ유사진화를 거쳐 오늘날의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게 됐다는 설이다. 즉 네안데르탈인 DNA 비율이 다르다면,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각자 진화해온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만난 패턴도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화 센터장은 그러나 “현생 인류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 가지 가능성으로 단정 짓기는 여전히 힘들다”며 “그러나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수차례에 걸쳐 유전자를 교환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템플대 연구진 역시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여러 인류 종 사이의 상호작용은 매우 복잡하다”며 “다만 여러 인류 종간의 상호 작용이 매우 빈번했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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