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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어 대만도 탈원전 포기 … 아시아서 한국만 탈원전

대만이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 선언을 철회했다. 대만의 탈원전 정책이었던 전기사업법 조문(2025년까지 원전 중단)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59.5%로 나오면서다. 대만 정부는 3개월 이내에 새 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키로 했다.
 
탈원전 ‘선배’인 대만을 벤치마킹해온 정부 입장에선 난감한 소식이다. ‘에너지 전형(轉型) 정책’(대만)과 ‘에너지 전환계획’(한국)은 표현이 닮았다. 원전 전면 중단도 시점만 다를 뿐 방향성은 일치했는데 앞서가던 대만이 다른 길로 가버린 것이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아시아권에서 한국만 탈원전 국가로 남게 됐다”고 논평했다.
 
현재 주요 원전 보유국의 에너지 운용 정책은 크게 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①탈원전→원전 재가동 ②탈원전 속도 조절 ③원전 증가가 그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첫 사례는 대만 외에 일본이 있다. 일본 시코쿠(四國)전력은 이카타(伊方) 원자력 발전소 3호기를 10월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전역에서 8기의 원전이 조용히 가동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원전 제로’를 선언했던 일본은 전체 원전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0%로 늘릴 예정이다.  
 
두 번째 사례는 벨기에다. 2025년까지 원전을 순차 종료키로 하고 국가 전력의 40%였던 원전 7기 중 6기를 중단한 벨기에는 올겨울 ‘대규모 정전’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달 원전 2기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도 현재 75%인 원전 비중을 50%로 낮추는 목표 시점을 당초보다 10년 늦추기로 했다. 중국과 인도는 되레 원전을 늘리고 있다.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화력발전보다 원전이 낫다는 논리에서다.
 
한국 정부는 ‘마이웨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대만 탈원전 투표 결과에 대해 “그런 국민투표가 우리는 없기 때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 계획은 70년에 걸친 의사결정”이라며 기존 계획을 고수할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국민 인식이 ‘원전 유지’에 기울어 있다는 점이다. 19일 ‘제2차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 ‘유지·확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대만보다 전력수요가 크고 화석연료 수입도 많다”며 “대만보다 한국의 궤도 수정 필요성이 더 크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업부를 통해 ‘이해관계자(원자력학회)가 한 조사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조사는 한국갤럽이 의뢰 기관을 거론하지 않고 진행된 것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자력학회는 “가치 중립적 기관에 맡겨 학회·정부가 공동 여론조사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이 산업부 관계자는 “공동조사 계획이 없으며 여론조사로 정책을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발을 뺐다.
 
한국에서 탈원전은 애초부터 분쟁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독일·스위스 등은 수십년간 논쟁과 공론화를 거쳤고,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결정했다. 반면 우리는 국민적 합의보다는 정치적 선택 때문에 이뤄진 측면이 크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여부는 공론화위원회까지 동원해 여론에 묻자더니 탈원전은 왜 공동조사를 못 한다는지 모르겠다”면서 “공론화위원회에서 청와대의 바람과 다른 결론(건설 재개)이 나온 이후 여론에 기대선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082년까지 원전 제로’나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 없다’ 등 특정 시점을 못 박은 게 정책 무리수라고 지적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명분을 쌓기 위해 2022년까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다면 한전이 모든 적자를 떠안게 된다”면서 “발전 효율이 낮은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수주 원전의 완공 시점까진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게끔 신한울 3·4호기는 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서유진·장원석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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