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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낡은 항만, 해양관광단지로 탈바꿈시켜 지역경제 살린다

본궤도 오른 항만 재개발 사업
지난 20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 빌딩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김경배 인하대 교수, 해양수산부 정성기 과장, 심정섭 거제빅아일랜드PFV㈜ 대표, 부산항만공사 전찬규 실장(왼쪽부터).

지난 20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 빌딩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김경배 인하대 교수, 해양수산부 정성기 과장, 심정섭 거제빅아일랜드PFV㈜ 대표, 부산항만공사 전찬규 실장(왼쪽부터).

비틀스의 도시로 잘 알려진 영국 리버풀. 이곳은 한때 세계 최대 무역항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20세기 들어 물류 방식이 변화하고 전쟁을 겪으면서 급속도로 황폐해졌다. 하지만 오랜 노력 끝에 항만 재개발 사업에 성공, 지금은 수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문화 명소로 변신했다. 엘브필하모니콘서트홀로 유명한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몰락한 도시를 되살렸던 ‘항만 재개발 사업’이 국내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경남 거제시 고현항은 최근 1단계 부지 조성 공사가 끝났고, 부산 북항과 인천 내항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정부는 이 같은 낡은 항만을 재개발해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13개 항에서 19개 사업 추진
민간 자금 3조7000억원 유치
일자리 5만4000개 창출 목표

항만 재개발 사업은 노후·유휴 항만은 물론 그 주변 지역을 통합 개발해 지속 가능한 혁신성장 거점으로 재창조하는 사업이다. 2007년 관련법(항만과 그 주변 지역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하면서 막이 올랐다. 현재 13개 항에서 19개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돼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 빌딩에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항만 재개발 사업의 의미와 비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는 자리였다. 이날 좌담회에는 해양수산부 항만지역발전과 정성기 과장, 고현항 재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거제빅아일랜드PFV㈜ 심정섭 대표, 부산항만공사 재개발사업단 전찬규 실장, 인하대 건축학부 김경배 교수가 참석했다.
 
해수부 정성기 과장은 “국내 상당수 항만이 건설한 지 벌써 50~60년가량 돼 노후화가 심하고, 일부 준설토 투기장(수심을 깊게 팔 때 나오는 흙을 쌓아둔 곳)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며 “항만 재개발 사업은 이 같은 항만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를 되살리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항만 재개발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부산 북항이다. 2008년 5월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2013년에는 인천 내항 재개발 사업 로드맵이 나왔고, 이듬해에는 최근 1단계 사업을 준공한 고현항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동해·묵호항 1단계 사업이 준공했다. 사업이 시작된 지 10년가량 됐지만 현 정부에서도 이 사업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할 만큼 관심이 높다. 정부는 북항·내항·광양항 등에 3조7000억원 규모의 민간 자금을 유치해 5만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
과거 낡은 유휴 항만이었던 거제시 고현항

과거 낡은 유휴 항만이었던 거제시 고현항

부산항만공사 전찬규 실장은 “북항은 재개발 사업 시작 후 근대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사업이 다소 지연됐다”며 “북항 1부두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부두인데 이를 원형 그대로 보존할지를 두고 상당 기간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해수부와 부산시는 결국 1부두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로 하고 나머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북항은 특히 항만은 물론 인근 주변 지역·철도를 묶어 통합 개발한다. 면적만 362만㎡에 이른다.
 
최근 1단계 사업을 준공한 고현항은 민자 1호 사업이다. 심정섭 거제빅아일랜드 대표는 “고현항 재개발 사업은 60만㎡ 규모로, 사업이 마무리되면 문화·관광·주거·상업·판매시설이 복합적으로 들어서는 해양관광 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현항은 2013년 민간이 사업을 제안하는 형태로 사업이 시작됐고 최근 1단계 16만6512㎡ 규모의 부지 조성 공사를 완료했다. 지금은 2단계 부지 조성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항만 재개발 사업에는 개발 경험을 갖춘 민간 기업은 물론 주민 등 지역 사회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김경배 인하대 교수는 “사업 자체가 항만과 그 주변 지역을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것인 만큼 민간의 도움 없이 정부 힘만으로는 불가하다”며 “정부가 법제화 등을 통해 개발 여건을 만들어주면 민간이 자본과 경험을 토대로 신도시를 개발하고, 여기에 지역 사회의 협조와 참여가 있어야 하펜시티나 리버풀처럼 성공적인 항만 재개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단계 공사를 완료한 고현항의 모습

1단계 공사를 완료한 고현항의 모습

항만을 재개발하는 데 지역 사회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김 교수는 “항만을 아무리 근사하게 탈바꿈시켜도 사람이 찾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사람을 불러 모을 킬러 콘텐트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개발 계획 수립 때부터 지역 특성과 역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특성과 역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주민이고 지역 사회다. 또 지역 사회가 참여해야만 개발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활성화하며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같은 부작용을 차단하고 지역 경제가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정 과장은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문제를 민간 사업자에게만 맡기면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그래서 해수부는 법제화를 통해 사업장마다 지역협의체를 만들어 항만 재개발 사업을 시민참여형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아이디어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냈다. 사업의 수립·집행 등 전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해 기획·조언·감시자 역할을 하는 형태다. 부산 북항과 인천 내항, 포항 구항 사업을 시민참여형으로 진행 중이다.
 
지역 특성 살려 개발계획 차별화
매립 등을 통해 해양관광 중심지로 탈바꿈하게 될 고현항.

매립 등을 통해 해양관광 중심지로 탈바꿈하게 될 고현항.

항만 재개발 사업을 통해 지역 사회가 얻는 이점은 뭘까. 정 과장은 “무엇보다 낙후한 지역 경제가 되살아난다”며 “개발 사업을 통해 얻는 세수도 적지 않아 그 자체만으로도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각종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등 부가가치도 높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고현항 1단계 사업만 해도 총 투자비 2247억원 중 84.6%인 1900억원이 지역에 부족한 배수펌프장·도로·파출소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데 쓰였다”며 “1단계 사업에 대한 취득세 등 세금도 1280여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향후 사업지 내에 각종 건축물이 올라가면 거제시는 세금으로만 5000억원 이상을 걷게 된다.
 
정부는 현재 19개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결국 이 사업은 민간 사업자·투자자를 유치해야 시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업장마다 지구계획을 수립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예컨대 북항은 마리나(요트 등을 위한 항만)를 중심으로 한 관광중심지구로 개발해 향후 동북아의 해양관광 중심지가 되게 한다는 식이다. 정 과장은 “이런 식으로 각 사업장을 특화하면 민간 자본 유치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항만이라는 곳이 기본적으로 바다를 끼고 있고 철도·도로가 잘 연결돼 있다”며 “그러다 보니 호텔 등을 짓고 싶어 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은데 이 덕에 고현항 1단계 부지는 이미 100% 분양됐고 2단계 부지도 50% 이상 팔려 나갔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건축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주고 있다”며 “북항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취득세 등의 조세 감면 혜택 등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정부의 제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2018~2027년)에 포함됐고, 내년께 지구 지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항만 재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과 주민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주민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함부르크시는 재개발 사업을 알리기 위해 아파트 견본주택 같은 것을 지어놓고 주민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끊임없이 소통했는데 우리도 이런 시도를 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정리=황정일 이코노미스트 기자 obidius@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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