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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이 궁금한 사람들 여기 모여라

남의 집만큼 궁금한 공간도 없다. 다른 사람들은 과연 집을 어떻게 꾸며놨는지, 어떤 가구와 물건을 쓰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친구·가족 등 특별한 관계가 아니고선 남의 집 방문이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라서 더 그렇다.  

남의 집 거실에 모여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남의집 서재' 프로그램 참가자들. [사진 남의집 프로젝트]

남의 집 거실에 모여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남의집 서재' 프로그램 참가자들. [사진 남의집 프로젝트]

보이차를 좋아하는 호스트 집에 모인 '남의집 보이차' 프로그램. [사진 남의집 프로젝트]

보이차를 좋아하는 호스트 집에 모인 '남의집 보이차' 프로그램. [사진 남의집 프로젝트]

 
같은 맥락으로 최근 입소문이 난 프로그램이 있다. ‘남의집 프로젝트’다. 이름 그대로 남의 집에 찾아가 집주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의 취향을 나누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일면식도 없는 남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 반대로 손님 입장에선 잘 모르는 사람의 집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는 게 가능한가 싶지만 2017년 1월 처음 시작한 후 지금까지 60여 건의 모임이 성사됐다. 오는 12월엔 싱가포르에서, 내년 1월엔 중국 상하이에서도 열린다. 
처음엔 집에서 단순히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것에서 발전해 지금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남의집 마그네틱', 보이차를 마시고 관련 이야기를 하는 '남의집 보이차' 등으로 콘텐트가 다양해졌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 모임을 열고, 또 찾아올까. 궁금증에 직접 모임에 찾아가 봤다.  
 
낯선 사람들끼리 남의 집에 모여 함께 취미를 즐기는 '남의집 수수께끼' 프로그램. '좋아서 하는 밴드' 멤버인 음악가 조준호씨가 취미로 즐겨 푸는 와이어 퍼즐을 손님들과 함께 풀고 있다. 윤경희 기자

낯선 사람들끼리 남의 집에 모여 함께 취미를 즐기는 '남의집 수수께끼' 프로그램. '좋아서 하는 밴드' 멤버인 음악가 조준호씨가 취미로 즐겨 푸는 와이어 퍼즐을 손님들과 함께 풀고 있다. 윤경희 기자

"안녕하세요. 남의 집, 오셨죠?" 
지난 11월 첫째주 일요일 오후. 홍대 근처에 있는 한 음악작업실에 앞에 도착한 순간, 자신을 '문지기'라 칭하는 김성용 남의집 프로젝트 대표가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에선 이 모임의 호스트인 조준호씨가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그는 밴드 '좋아서 하는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겸 작곡가다. 조씨는 "오늘은 음악이라는 본업보다 쉴 때 즐기는 취미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모임을 열었다"고 했다.  
남의집 수수께끼

남의집 수수께끼

 
참가자는 총 6명. 20~30대 직장인으로 모두 여자였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참가자의 80%가 20~30대 여성이다. 그는 "보통 모임별로 1~2명의 남성 참가자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여성들"이라며 "이들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다른 모임에도 연이어 참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선 와이어 퍼즐(철사로 만든 퍼즐)을 시작으로 4시간 동안 몇 가지 퀴즈와 보드게임을 풀었다. 퍼즐을 푸는 동안엔 조씨가 남아프리카 여행에서 가져온 홍차를 나눠 마시며 여행 중 매료됐다는 남아프리카 음악을 들었다. 원탁의 기사를 소재로 한 보드게임을 할 땐 영화 '반지의 제왕' OST를 틀어 웅장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처음에 어색해하던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편해졌다. 자연스럽게 책장에 꽂혀 있는 조씨의 책을 빼보기도 하고, 한쪽에 쌓여 있는 다른 퍼즐을 가리키며 "어떤 게 가장 어렵냐"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4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다. 이번이 두 번째 참가라는 30대 직장인 최예원씨는 "호스트의 취향을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모인 자리라 아는 사람끼리 모임을 가지는 것보다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된다"며 "나도 조만간 내 집에 손님들을 초대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년 11월 16일 문을 연 '띵굴마님의 집' 시청점에 재현된 주방. 실제 띵굴마님은 주방에 물건을 많이 올려놓지 않는 편이지만, 이곳엔 주방에서 사용하는 많은 물건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냄비 등의 주방용품들을 꺼내놨다. 변선구 기자

2018년 11월 16일 문을 연 '띵굴마님의 집' 시청점에 재현된 주방. 실제 띵굴마님은 주방에 물건을 많이 올려놓지 않는 편이지만, 이곳엔 주방에서 사용하는 많은 물건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냄비 등의 주방용품들을 꺼내놨다. 변선구 기자

지난 11월 16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빌딩 안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유명인의 주방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세련된 살림솜씨를 보여주는 파워블로거로 시작해 책 출간과 '띵굴시장'이라는 오프라인 마켓 운영까지 하고 있는 ‘띵굴마님’ 이혜선씨의 주방을 그대로 재현한 '띵굴마님의 집'(시청점)이다. 약 330㎡(100평)에 달하는 널찍한 공간엔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그의 주방이 똑같이 재현됐고 그가 사용했던 냄비와 프라이팬, 정갈하게 음식을 담아내던 그릇, 식재료를 깔끔하게 정리했던 수납용품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진열돼 있었다.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띵굴마님의 수납 노하우를 한눈에 보여주는 수납장. 사진으론 보이지 않지만, 서랍마다 식재료와 물건들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변선구 기자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띵굴마님의 수납 노하우를 한눈에 보여주는 수납장. 사진으론 보이지 않지만, 서랍마다 식재료와 물건들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변선구 기자

띵굴마님이 직접 사용해보고 선별한 살림살이들. 띵굴시장을 통해서도 선보였던 물건들이다. 변선구 기자

띵굴마님이 직접 사용해보고 선별한 살림살이들. 띵굴시장을 통해서도 선보였던 물건들이다. 변선구 기자

 
이곳의 정체는 띵굴마님의 주방을 쇼룸 형태로 보여주고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매장이다. '오버더디쉬' '디스트릭트Y' 등을 만든 셀렉트 다이닝 전문가 손창현 대표(오티디 코퍼레이션)가 이씨가 직접 사용하는 살림살이부터 즐겨 먹는 건강한 먹거리까지 1500여 가지 제품을 한 공간에 모았다. 손 대표는 "많은 주부가 띵굴마님이 사용하는 제품과 집에 대해 궁금해했다. 시간·공간 제약 없이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관련 제품을 자유롭게 구경하고 살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픈 당일 인천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30대 주부 박소영씨는 "평소 인스타그램으로 늘 찾아보던 띵굴마님의 집을 직접 보고 싶었다"며 "그동안 눈여겨봤던 물건 몇 가지를 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의집 프로젝트와 띵굴마님의 집에는 '취향'이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 남의 취향을 궁금해하고,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따라 하고 싶어하는 요즘 사람들의 심리를 잘 반영했다. 남의집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 띵굴마님의 집은 하드웨어로 이를 보여주는 셈이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소장(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은 "자신의 집을 꾸미고 SNS를 통해 보여주는 것을 즐기게 되면서 취향이란 게 생겨났고, 자연스레 따라 하고 싶은 다른 사람의 취향에도 관심이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남의집 프로젝트의 경우 손님은 새롭고 좋은 취향을 경험해보는 기회로, 집주인 입장에선 공들여 가꾼 집 또는 취향을 자랑하는 기회로 삼는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이제 집 꾸미기는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련 물건을 직접 사고 파는 상거래로까지 발전했다"며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취향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이 보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과)는 "이제 집은 휴식 공간을 넘어 문화 공간이 됐다"면서 "집 꾸미기 욕구가 강해진 젊은 세대가 남의 집 인테리어뿐 아니라 그 사람의 삶과 가치관까지 습득하고 경험하고자 하는 '지식 욕구'가 강해진 결과"라고 말했다. 유명인뿐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까지 '집'이 말해주는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 뒤 취사선택 하려는 건강한 호기심이 왕성해질 거란 설명이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남의집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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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