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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새 30% 하락…암호화폐 투자자 ‘지옥에서의 한 주’

‘지옥에서의 한 주’.
미국 경제 전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암호화폐 투자자가 처한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한 주 만에 30% 넘게 하락하면서다.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4000달러(약 450만원)로 떨어졌다. 암호화폐 정보업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6일 오후 3시 비트코인은 3982.57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25일 ‘검은 일요일’의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날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처음 4000달러 선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다.
25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400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400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연합뉴스]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미 뉴욕 거래 시장을 기준으로 25일 자정 비트코인 가격은 3635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올 초 개당 1만4000달러대를 오가던 비트코인 시세는 11개월여 만에 3분의 1 토막도 안 되는 가격으로 내려갔다.  
 
다른 암호화폐 처지는 비슷하거나 더 암울하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 통계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비트코인 값은 70.9% 하락했다. 리플(-83.7%), 이더리움(-84.7%), 라이트코인(-86.6%) 낙폭은 80%를 웃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이오스(-61.7%), 스텔라루멘(-56.2%) 가격도 올 초와 비교하면 반 토막에도 못 미친다.  
 
지난 한 주 암호화폐 시세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최근 일주일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33% 폭락했다. 지난해 말과 올 초 암호화폐 시장을 덮쳤던 ‘패닉 셀(공포 심리로 인한 매도세)’이 재연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다시 불거졌다.
 
이날 국내 암호화폐 커뮤니티엔 투자자의 ‘비명’이 넘쳐났다. “코인판은 이제 끝인가” “돈 모을 땐 힘들더니 없어지는 건 한순간” “하필 이런 때 ‘국가 부도의 날(영화)’ 개봉, 코인 팔고 금 사야 하나” 등 글이 올라왔다.  
 
암호화폐 투자자를 지옥으로 내몬 원인은 여러 가지다. 불씨는 ‘하드 포크’다. 하드 포크는 암호화폐 개량(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채굴자 주도로 화폐 종류가 쪼개지는 걸 말한다. 식기로 쓰는 포크 끝처럼 한 종류의 암호화폐가 여러 가지로 갈라진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기존의 암호화폐 종류가 그대로 유지되는 개량 방법인 소프트 포크와 차별화해 하드 포크라 부른다. 지난해 8월과 9월 비트코인에서 분화한 비트코인캐시, 비트코인골드가 하드 포크의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14년 뉴욕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 현장 입구. [연합뉴스]

지난 2014년 뉴욕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 현장 입구. [연합뉴스]

 
최근 비트코인캐시를 둘러싸고 하드 포크 찬반, 경영진 간 주도권 다툼이 일면서 가격 폭락을 촉발했다. 하드 포크로 기존에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시세 하락과 불투명한 시장 전망 탓에 암호화폐 채굴이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미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다시 불거진 ‘규제 리스크’도 한몫했다. 미국 법무부가 테더(암호화폐 거래를 위해 쓰이는 일종의 전자 상품권)를 활용한 비트코인 시세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에 최근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공개(ICO, 주식 상장처럼 암호화폐를 시장에 공개적으로 거래되게 하는 것)에 대한 조사와 제재에 나선 것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오하이오주가 암호화폐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호재’가 이날 전해졌지만 혼란한 시장을 잠재우진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 암호화폐 경영진 내분과 혼란이 폭락을 불러왔다”며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고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3000달러 선으로 추락한다면 대혼란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탄생 10주년을 맞은 비트코인이 1990년대 후반 기술주가 겪었던 진통을 겪고 있다”며 “시장이 다시 회복될지, 아니면 더 악화할지 전망은 엇갈린다”고 전했다.
 
책 『넥스트머니』를 쓴 암호화폐 시장 전문가 이용재 씨는 “아직 법적ㆍ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반쪽짜리’ 시장인 데다 신규 유입 자금까지 줄어들면서 상당수 투자자가 작은 변수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며 “상당수 투자자가 하락세를 점치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ㆍ염지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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