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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 남북 첫 공동 유네스코 문화유산 됐다

 민족 고유의 세시풍속이자 스포츠인 씨름이 남북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공식 표기는 ‘한국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씨름’으로 남측 표기(ssireum)와 북측 표기(ssirum)를 둘 다 적는다. 
 외교부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모리셔스 포트 루이스에서 열린 제13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11월 26일~12월 1일) 첫 날인 26일 오전(현지시간) 24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합의(컨센서스)로 씨름의 남북 공동 등재가 결정됐다. 남과 북 공동 명의의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유산으로 인정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원회는 "남북의 씨름은 정신과 육체를 함양하는 동시에 마을 공동체의 단결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그 연행과 전승 양상, 공동체에 대한 사회·문화적 공통점이 있어 공동 등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 정부 수석 대표인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북측 대표로 장명호 민족유산보호지도국 국장이 참석했다.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의 한 장면. 씨름을 즐기는 18세기 생활상이 담겼다. [중앙포토]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의 한 장면. 씨름을 즐기는 18세기 생활상이 담겼다. [중앙포토]

 앞서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지난달 말 남과 북이 각기 제출한 씨름의 등재 신청에 대해 ‘등재 권고’ 판정을 했다. 남측은 2016년 3월 등재 신청을 했고, 북측은 2015년 3월 신청했다가 한 차례 보류 판정을 거쳐 올해 3월 재신청을 한 상태였다. 심사 권한을 갖고 있는 평가기구의 의견이 위원회에서 뒤집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평가기구는 남북의 씨름 모두에 대해 공통적으로 “정신과 육체를 함양하는 동시에 마을 공동체의 단결을 이끌어 내는 놀이 문화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네스코 남북공동등재 결정문에는 남과 북이 각각 신청서에 적어낸 씨름에 대한 정의, 의미가 그대로 실렸다. 두 사람이 샅바를 잡고 기술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전통 민속 경기라는 것과 전통 명절, 장날, 축제 등에서 개최되며 우승자는 황소를 상품으로 받고 ‘장사’라고 불리는 점, 가정과 지역 공동체를 통해 전승된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기술됐다.
 북측에서 씨름은 2013년 국가무형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됐으며 주로 평양에 위치한 씨름협회와 교육위원회, 사회과학원, 국가기관과 노동자단체 등을 통해 전승되고 있다. 남측에서는 2011년 부터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국가 목록에 씨름이 포함돼 있다.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신청한 '대한민국의 씨름'과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은 진행 방식과 전승 양식 등이 거의 같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신청한 '대한민국의 씨름'과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은 진행 방식과 전승 양식 등이 거의 같다. [사진=연합뉴스]

 기존 남과 북의 같은 문화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사례는 이전에도 있다. 아리랑과 김치(한국은 김장 문화, 북한은 김치)다. 하지만 남북이 각기 신청해 등재된 것이지, 씨름 같은 공동 등재 신청은 아니었다. 
공동 등재 추진은 올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측이 제안해 이뤄졌다. 북측은 처음에는 소극적인 반응이었지만 최근 들어 논의가 급속히 진전됐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국빈 방문 기간인 지난 달 16일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유네스코 사무국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고, 아줄레 사무총장이 지난 15~17일 평양에 특사를 파견하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프랑스 국빈 방문 기간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씨름의 공동 등재를 비롯한 남북 문화 교류에 유네스코의 협조를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프랑스 국빈 방문 기간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씨름의 공동 등재를 비롯한 남북 문화 교류에 유네스코의 협조를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파리에서 남북이 함께 ‘등재 외교전’을 펼친 것도 작용했다. 이병현 유네스코 주재 한국 대사 등이 김용일 북한 대사와 함께 “남북은 같은 언어ㆍ풍속을 공유하고 있으며 남북 관계의 상황이 변해 씨름의 공동 등재를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이 됐다”는 점을 내세워 회원국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 한다. 통상 등재 신청을 하면 평가기구와 회원국별 위원회의 승인 등을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미 남북이 각기 해당 과정을 마쳤기 때문에 공동 등재 신청이 새로운 절차를 밟지 않도록 양해가 이뤄졌다. 
 공동등재는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궁극적으로는 남북 간 문화 교류 활성화 등을 통한 민족 동질성 회복 노력 등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씨름을 계기로 DMZ의 국제적 생태 자연 보존 지역 설정 등을 계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씨름은 종묘제례악·강강술래·택견 등에 이어 한국의 스무 번째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이 됐다. 북측은 아리랑과 김치에 이어 세번째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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