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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표결 직전 자리뜬 판사 "투표 했었다면···자책감"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동료 판사 탄핵 안건에 대해 전체 105명 가운데 찬성 53표로 가결했다. 강정현 기자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동료 판사 탄핵 안건에 대해 전체 105명 가운데 찬성 53표로 가결했다. 강정현 기자

지난 19일 판사 평의회 격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동료 법관에 대한 ‘탄핵 검토 결의안’이 나온 뒤, 법원 내 내홍이 일주일 넘게 그치지 않고 있다.  
 
차성안(41ㆍ사법연수원 35기) 수원지법 판사는 26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자신이 정리한 법관대표회의 속기록을 게시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그는 “지난해부터 대표회의 모든 회의를 참가 또는 방청했다”며 “이번 탄핵안건 관련 토론은 가장 훌륭한 토론 중 하나”라고 적었다.
 
차 판사가 스스로 정리한 속기록에 따르면 지난 19일 ‘탄핵 검토’ 결의안이 가결된 직후, 한 대표 판사가 “아 OOO 부장님 왜 가셨어, 가지 말라고 했더니”라고 말했다. 참석자들 전언에 따르면 OOO 부장은 서경환(52ㆍ연수원 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위 법관인 서 고법부장은 코트넷에 “나중에 한 표 차로 탄핵안건이 가결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내가 끝까지 있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겠다’는 나름의 자책감이 들었다”며 “내가 속해 있는 법관대표회의 결의로 인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젊은 동료 판사가 탄핵소추 대상으로 거론되는 게 두렵다”고 적었다. 서 고법부장의 글에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중표 서울동부지법 판사도 찬성하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 [중앙포토]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 [중앙포토]

서울고법 대표 중 한 명인 서 고법부장은 김태규(51ㆍ28기) 울산지법 부장판사 등과 지난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블랙리스트 관련 대법원 자체 진상조사단 때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렵사리 만들어진 법관대표회의가 전임 정부 시절 법원행정처처럼 엘리트 판사 몇몇이 끼리끼리 움직이는 집단으로 변질된다면 그건 개혁이라고 볼 수 없지 않겠느냐”며 “법관대표회의가 잘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고 말했다. 
 
강경파 일부, 대법원장까지 압박 모양새
강경파 역시 온건파와 마찬가지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장외전’을 벌였다. 류영재(35ㆍ40기) 춘천지법 판사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은 사법부가 덮을 것인지 아니면 검찰ㆍ국회를 통해서라도 잘못을 드러내고 판단받을 것인지 문제”라며 “차라리 후자가 더 낫다고 본다”고 적었다. 경우에 따라선 김명수 대법원장까지 압박하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수원지법에 재직 중인 송승용(44·29기) 법관회의 공보판사도 “꼭 가야 할 자리는 아닌 것 같다”며 김 대법원장과의 27일 만남 자리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차성안 판사는 사법정책연구원 논문을 인용하며 법관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연방사법회의는 판사에 대한 징계 논의 중 탄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직접 하원에 탄핵 논의를 요청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사법회의(Judicial Conference)는 ‘법원행정처 폐지’에 찬성하는 법원 내 판사들이 전국법관회의가 롤 모델로 삼은 기구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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