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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단풍지옥, 못살겠다" 관광객 몰린 교토 비명

"중간에 서지 마세요. 노!노!노~노 피쿠차(no picture) 헷도(head) 헷도! 헷도 아탓쿠(attack)~ 노 스토프(no stop)…."
 
일본 각지에서 단풍이 절정이던 지난 주말 교토(京都) 아라시야마(嵐山)의 대나무숲길 지쿠린(竹林) 부근 기차 건널목.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 아라시야마 지역에 몰려든 관광객들의 모습[TV아사히 화면 캡쳐]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 아라시야마 지역에 몰려든 관광객들의 모습[TV아사히 화면 캡쳐]

배치된 경비원들이 철로 안에서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일본식 영어를 섞어가며 애원했다.
 
"건널목 철로안에서 사진을 찍으면 위험하니 중간에 서지 말고 통과해달라","자칫하면 건널목 차단기에 머리를 다칠 수 있으니 빨리 피하라"는 뜻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단풍의 명소인 교토가 몰려든 관광객들때문에 지난 주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1년 내내 넘쳐나는 외국인 관광객에다 내국인들까지 근로감사절(23일)이 겹친 3연휴를 이용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에겐 즐거운 ‘단풍 여행’이 교토에 사는 주민들 사이에겐 ‘단풍 지옥'으로 부를만한 '관광 공해의 악몽’으로 다가왔다고 TV아사히와 TBS 등 민영 방송들이 앞다퉈 전했다.
 
헤이안(平安)시대 귀족들의 별장지로 개발돼 현재 교토를 대표하는 명소가 된 아라시야마 주변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경비원들이 연신 호루라기를 불어댔지만, 외국 관광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역 주변 차도를 걸었다

 가게앞마다 줄이 늘어서 있는 역 주변 식당들은 들어갈 엄두 조차 못 낼 정도의 대 혼잡이었다.    
아라시야마의 상징인 155m의 목조 다리 도게츠(渡月)교는 평소엔 2~3분 정도면 통과가 가능했지만 지난 주말엔 사람숲에 막혀 전진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평소보다 10배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지난 주말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 아라시야마를 상징하는 도게츠교 건너는 관광객들의 모습[TV아사히 화면 캡쳐]

지난 주말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 아라시야마를 상징하는 도게츠교 건너는 관광객들의 모습[TV아사히 화면 캡쳐]

2년전에도 이 곳을 찾았다는 이탈리아인 관광객은 "2년전 비슷한 단풍철에 방문했을 때는 관광객들이 이 정도로 많지 않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인파 분산을 위해 교토시는 이달부터 도게츠교·지쿠린·덴류사 등 아라시야마내 6개 관광 명소의 시간대별 예상 혼잡도를 색깔로 표시해 관광객들에게 안내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몰려들지 않은 평소의 교토 도게츠교의 모습.서승욱 특파원

관광객들이 몰려들지 않은 평소의 교토 도게츠교의 모습.서승욱 특파원

지난해 교토를 찾은 관광객수는 내ㆍ외국인을 합쳐 5000만명을 넘고, 교토에서 숙박한 외국인 관광객만 353만명에 달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직격탄을 맞은 건 관광객들에게 점령당한 주민들의 교통수단,그중에서도 시내 노선버스다. 
"볼거리가 많은 교토는 버스 여행이 제격"이란 말에 충실한 교토의 관광객들은 버스로만 몰린다. 그래서 평소에도 버스는 항상 만원이지만 지난 주말엔 정말 최악이었다고 한다. 
 
TBS보도에 따르면 24일엔 버스 정류장마다 관광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버스가 도착해도 고작 5명 정도만 탈 수 있을 정도로 버스 내부가 혼잡했기 때문에 버스가 지나가도 기다리는 사람들의 수가 줄지 않았다. 
 
교토시는 올해부터 버스 1일권 가격을 100엔(1000원)비싼 600엔으로 올리고, 대신 지하철+버스 1일 이용권은 300엔 싼 900엔으로 가격을 낮췄다. 지하철 탑승을 유도하기 위해서였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다고 한다.
지난 주말 교토의 버스 정류장 앞에 늘어서 있는 관광객들. [TV아사히 화면 캡쳐]

지난 주말 교토의 버스 정류장 앞에 늘어서 있는 관광객들. [TV아사히 화면 캡쳐]

 
지역 주민들은 "우린 버스타기는 아예 포기했다"고 하소연하기 일쑤다. 또 대부분의 도로는 정체가 심해 자동차들이 움직이기 조차 힘들다. 
 
옛 교토의 정취가 그대로 살아있어 '교토여행의 꽃'으로 불리는 전통의 유흥가 기온(祇園)거리는 또다른 문제로 골치를 썪고 있다. 마이코(舞妓)로 불리는 '게이샤(芸者) 견습생'들을 마치 파파라치처럼 추적해 사진을 찍으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때문이다. 
 
게이샤는 요정 등에서 술을 따르고 전통 춤과 노래로 흥을 돋우는 여성이다. 짙은 화장에 기모노 차림의 마이코가 탄 택시 앞을 관광객 20여명이 막아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지난 주말 일본 방송에서 자주 보도됐다.
교토시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배부하고 있는 매너 팜플릿

교토시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배부하고 있는 매너 팜플릿

 
때로는 마이코들의 몸을 만지거나 기모노를 잡아끄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이코를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하는 내용의 안내판이 삽화와 함께 기온 거리 군데군데에 설치됐다. 
 
지역 주민단체들에선 "전통적인 기온 거리가 외국인들에 의해 망가지고 있다”는 탄식이 터져나온다. 일본의 경우 해외 관광객들의 수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에 ‘관광 공해’의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지난달엔 일본 관광청이 처음으로 관광 공해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용 한계를 넘는 관광객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이미 전세계적 현상이다.
 
TBS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선 대형 여행선의 입항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막아섰다. 관광객들의 쓰레기 투기가 심각한 피렌체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유명 관광지의 계단에 물을 뿌려 관광객들이 아예 그곳에 앉지 못하게 만든다고 한다. 
 
영국 런던에선 ‘유명 연예인과 함께 런던 시내를 검색하는’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해 인파가 붐비지 않는 변두리로 관광객들을 유도하고 있다. 또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새로운 호텔 건설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취했다고 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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