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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추악한 속내 드러냈다" 인권문제 건들지 말라는 北

북한 노동신문이 26일 미국에 대해 “인권 문제로 우리의 양보를 받아내려고 한다”며 “미국의 추악한 속내”라는 표현을 동원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 선전선동부의 지휘 감독 하에 제작되며, 북한 당국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대변한다. 인권 문제를 꺼내지 말라는 요구를 북한이 미국에 공식적으로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인권 문제를 거론한 북한 노동신문 11월26일자. 빨간 테두리 안 기사가 해당 내용이다. [노동신문 캡처]

인권 문제를 거론한 북한 노동신문 11월26일자. 빨간 테두리 안 기사가 해당 내용이다. [노동신문 캡처]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거론하며 인권 문제를 연결시킨 부분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지금 미국은 우리의 핵문제가 조미(북ㆍ미) 관계 개선의 걸림돌인 것처럼 운운하지만 그것이 풀려도 인권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교착 상태인 북ㆍ미 비핵화 협상이 타결된 후를 가정한 내용이다. 노동신문은 이어 “(미국은 비핵화 문제가 풀려도) 연이어 새로운 부대조건들을 내들며(내밀며) 우리 체제를 저들의 요구대로 바꿀 것을 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핵화 이후 체제 안전 보장을 받는 부분에서 인권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북한의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노동신문은 이어 “미국은 더 이상 부질없이 놀아대지 말고 달라진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변천된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분별 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이것이 암울한 내일을 피하기 위한 출로”라고도 주장했다.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경우 협상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미국이 앞으로 북한의 인권을 테이블에 의제로 올릴 경우 비핵화 협상 자체가 험로를 걸을 수 있다는 뜻을 북한이 분명히 한 것이다.  
 
유엔은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총회를 열어 북한의 인권침해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2005년 이후 13년째다. [사진 유엔웹TV 캡처]

유엔은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총회를 열어 북한의 인권침해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2005년 이후 13년째다. [사진 유엔웹TV 캡처]

 
북한은 1차 6ㆍ12 북ㆍ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미국에 대해선 직접적 비난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이날은 외곽매체도 아닌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에 대해 “추악한 속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유엔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북한 인권결의를 채택한 것을 두고도 “미국의 터무니없는 광대극”이라고 규정했다. 유엔은 14년째 매년 대부분 만장일치 형식으로 북한 인권결의를 채택해왔다. 한국 정부도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한다”는 기조로 동참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유엔 북한인권 결의에 대해 “우리 공화국의 영상을 흐리게 해 저들의 제재 압박 책동을 합리화하고 조미 협상에서 우리의 양보를 받아내며 나아가서 반공화국 체제 전복 흉계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비핵화 해결 후엔 미국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를 흔들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최근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내놓은 북한 인권 보고서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다. 과거 미국 노예제도 문제를 지적한 1850년작인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과 최근의 총기사고 문제까지 거론했다. 이같은 전방위적 방어 태세는 북한이 그만큼 이 문제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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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북한 인권 공세가 거세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선제적 방어 조치를 취했다고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중간선거 직후인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미국 민주당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장의 불만을 표출한 수준이 아니라 내년의 비핵화 협상 국면까지 염두에 둔 사전적인 경고로 해석해야 한다”며 “비핵화 후에도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며 협상은 계속 하겠지만 인권은 거론하지 말라는 뜻을 담은 다목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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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