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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축구가 키웠다...프랑크푸르트 한국인 골키퍼 이다혜

독일 FFC 프랑크푸르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골키퍼 이다혜. 송지훈 기자

독일 FFC 프랑크푸르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골키퍼 이다혜. 송지훈 기자

 
“페널티킥 상황을 만나면 투지가 불타올라요. 골키퍼가 주인공이 되는 장면이잖아요. 온 몸을 던져 슈팅을 막고, 내 골대를 지키는 그 짜릿함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어요.”
 
지난 1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만난 이다혜(26)는 밝은 표정으로 ‘골키퍼 예찬론’을 이야기했다. “한 골을 막아낸 쾌감은 한 골을 넣은 것과 똑같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소년 시절 공격수로 주목 받던 그가 과감히 골키퍼로 포지션을 바꾼 이유이기도 하다.
 
이다혜는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명문 클럽 FFC 프랑크푸르트 소속 골키퍼다. 12팀이 경쟁하는 여자 분데스리가에서 프랑크푸르트는 단연 최고 명문이다. 지난 2014-15시즌엔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프랑크푸르트2(2군) 소속으로 언니들이 유럽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던 이다혜는 올 시즌을 앞두고 꿈에 그리던 1군에 합류해 더 큰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유럽여자대학축구선수권대회에서 프랑크푸르트 대표로 3위에 오른 이다혜(오른쪽 두 번째). [사진 이다혜]

유럽여자대학축구선수권대회에서 프랑크푸르트 대표로 3위에 오른 이다혜(오른쪽 두 번째). [사진 이다혜]

 
이다혜는 독일에서 나고 자랐지만, 여전히 가족들과 함께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어 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어도 유창하게 잘 한다. ‘몸은 독일에 있어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켜가겠다’는 부모의 뜻에 따랐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구단을 비롯해 주변 지인들이 꾸준히 독일 국적 취득을 권유하지만, 이다혜는 번번이 고개를 저었다. “독일 국적을 선택하면 여러모로 편리한 게 사실이지만, 때로는 힘들더라도 지켜가야할 것이 있다”고 언급한 그는 “독일에서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생활하는 나와 내 가족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독일 여자축구계도 ‘급성장하는 골키퍼’로 이다혜를 주목하고 있다. 올 여름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여자대학축구선수권대회(7인제)에 출전해 3위에 입상한 이후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 이다혜는 모교인 괴테대학교 선수들과 함께 이 대회 지역 예선에 출전해 프랑크푸르트시(市) 대표 자격을 얻었고, 독일 국내 예선에서 뮌헨에 이어 준우승하며 본선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본선에서는 3-4위 결정전에서 다시 만난 뮌헨에 승부차기승(3-2)을 거뒀다. 이다혜는 “결승 문턱을 넘지 못한 건 안타깝지만, 독일 예선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한 뮌헨에 설욕할 수 있어 기뻤다”면서 “승부차기에서 상대 키커의 슈팅 방향을 미리 읽고 몸을 날려 막아냈다. 내가 승리를 이끌어낸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괴테대는 올해도 프랑크푸르트 대표 자격을 얻었고, 독일 예선에서 2위를 했다. 내년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본선에 또 한 번 나설 자격을 얻었다.
 
유럽여자대학축구선수권대회 3위 입상 직후 이다혜(오른쪽)와 동료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이다혜]

유럽여자대학축구선수권대회 3위 입상 직후 이다혜(오른쪽)와 동료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이다혜]

 
어린 시절 이다혜는 ‘공격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지난 2010년 한국 17세 이하 여자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전 상비군으로 선발돼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대표팀 훈련에 참여한 적도 있다. 당시 룸메이트로 인연을 맺은 ‘우승 주역’ 여민지(25ㆍ스포츠토토)와는 지금도 SNS 통해 안부를 주고 받는다. 8년 전 기억을 떠올린 이다혜는 “당시 학교 정규 수업에 빠질 수 없어 도중에 독일로 돌아와야했다”면서 “친구들이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장면을 지켜보며 함께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수문장으로 거듭난 건 지난 2011년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코치가 “공격수도 좋지만, 골키퍼로 대성할 유연성과 체격(신장 1m77cm)을 타고 났으니 딱 1년 만 포지션을 바꿔보자”고 제안한 게 발단이었다. 이다혜는 “골키퍼 훈련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실전에서는 상대 선수의 슈팅을 막아내며 느끼는 희열이 대단했다”면서 “당시를 기점으로 내 축구 인생의 길이 달라졌다”고 했다.  
 
함께 만난 부친 이내철 씨는 “독일에서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산다는 게 딸에게는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는데, 우리 가족의 결정을 군말 없이 받아들여 준 딸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모친 박종순 씨는 “다혜가 핸드볼 선수 출신인 아빠의 운동 신경을 잘 물려 받은 것 같다”면서 “도전을 즐기는 딸이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늘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독일 FFC 프랑크푸르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골키퍼 이다혜. [사진 이다혜]

독일 FFC 프랑크푸르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골키퍼 이다혜. [사진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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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