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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한 번에 통신 대란…EMP 공격 땐 일순간에 석기 시대

25일 오후 서울 충정로 KT아현지사 화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현장정리를 하고있다. 장진영 기자

25일 오후 서울 충정로 KT아현지사 화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현장정리를 하고있다. 장진영 기자

 24일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벌어진 ‘통신 대란’은 본격적인 전자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계기도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전의 핵심무기인 EMP(Electro Magnetic Pulseㆍ전자기파)탄이 서울 곳곳에서 터질 경우 일순간에 ‘석기 시대’로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통신구 화재는 EMP탄 피해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되지 못한다는 경고다.
EMP 공격은 크게 핵 EMP와 비핵(非核) EMP로 구분된다. 핵 EMP의 경우 핵탄두나 핵탄두를 개조한 폭탄을 대기권에서 폭발시킬 때 발생하는 충격파(E1-HEMP)와 핵분열 시 대량 발생하는 감마선이 공기분자와 충돌해 발생하는 자기유체역학 현상(E3-HEMP)이 넓은 지역에 피해를 준다. 그런데 핵EMP는 핵 공격에 따른 효과이기 때문에 이 단계에 이르면 사느냐 죽느냐의 결정이 된다.  
반면 비핵 EMP는 대규모 코일로 전자기 충격파를 일으킨다. 규모는 핵 EMP보다는 작지만, 주변 반경 수 km 내의 전기ㆍ전자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 경우 누가 공격했는지를 곧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실상 피격 지역은 원시 시대로 회귀해 복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EMP탄이 파괴적인 이유는 EMP가 일순간에 전자회로에 들어가면 회로가 그 에너지를 버티지 못하고 타버리기 때문이다. 군사작전에 쓰는 레이더와 감시장비가 다 타버리는 것은 물론 운행 중인 자동차, 전철이 멈춰 버린다. 불행히도 항공기가 날아가고 있었다면 그대로 추락한다. 휴대폰도, 노트북도, 전자회로가 있는 장비는 모두 망가진다. 이같은 손상은 영구적이다. EMP탄을 발전소에 떨어뜨리면 해당 발전소를 폭파하는 효과를 얻는다. 이미 이라크전 때 미군이 EMP탄으로 이라크 발전소를 공격한 전례가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자 저장장치에 보관된 각종 금융ㆍ부동산 정보다. 전자기파를 차단하는 장비를 갖추지 않거나 차폐 시설에 보관하지 않을 경우 EMP 공격으로 개인의 금융 자산 정보나 부동산 정보 등이 그대로 사라지면서 사회 붕괴를 방불케 하는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은 “납과 같은 단단한 차폐장치 속에 보관돼 있지 않을 경우 디지털 정보는 다 사라진다”며 “이때문에 정부도 과거 조선왕조실록을 전국 곳곳에 보관했듯이 주요한 정보 데이터는 분산 보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산 보관’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EMP 대책이 마련됐는지는 불투명하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의 EMP 방호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올해에야 처음으로 민간 EMP 방호 기반사업 예산이 편성됐을 정도다.
군의 대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육군은 향후 재편성될 6개 군단 부대의 지휘통제시설 중 2개소에만 EMP 방호시설을 구축한 상태다. 해군은 EMP 방호시설이 전무하다. 함대사급 기준으로 보면 1함대와 2함대만 각각 오는 2022년, 2024년 구축 목표를 세웠을 뿐이고, 작전사ㆍ3함대ㆍ잠수함사는 계획조차 미정이다. 공군 역시 전력지원체계에 대한 EMP 방호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한편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난해 9월 EMP를 공식 거론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9월 3일 핵실험 직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탄을 새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이제 고공에서(수소탄을)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초강력 EMP 공격까지 가할 수 있다”고 했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김정일 때부터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EMP탄을 개발해왔고,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분야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성은 “테러 단체가 EMP탄을 입수해 사용할 경우 비핵 EMP탄으로도 최소 수 km 내 타격을 가할 수 있다”며 “군은 지금부터라도 미래지향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혜ㆍ이근평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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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