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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이야기] 문교부 “대학원·기술 빼라” 까탈 … 우여곡절 끝 ‘한국과학원’ 문패 달아

1971년 출범한 한국과학원(KAIST)이 1981년 1월 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통합하면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란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통합 개원식에 참석한 이한빈 이사장, 이주천 초대 원장, 이정오 과학기술처 장관(완쪽부터). [사진 카이스트]

1971년 출범한 한국과학원(KAIST)이 1981년 1월 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통합하면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란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통합 개원식에 참석한 이한빈 이사장, 이주천 초대 원장, 이정오 과학기술처 장관(완쪽부터). [사진 카이스트]

1971년 2월 16일 개원한 한국과학원(KAIS)은 초창기에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특히 명칭을 둘러싸고는 개원 전부터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명칭이 한국과학원으로 확정됐지만 애초에 제안했던 우리말 이름은 ‘한국과학기술대학원’이었다.  

그러자 애초 과학기술 특수대학원 설립을 반대했던 문교부는 이름을 두고 심한 압박을 해왔다. 명칭에서 ‘대학’이나 ‘대학원‘이라는 단어는 쓰지 말라며 펄쩍 뛰며 반대하고 나섰다. 문교부가 관장하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과학기술처가 주관하는 과학기술 교육·연구 기관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정규 교육기관에서 쓰는 단어를 빼야 문교부와 과기처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는 관료주의적인 이유도 달았다. 어쩔 수 없이 대학원 대신 ‘원’이라는 단어로 절충해 ‘한국과학기술원’으로 명명하려고 했다.  
나는 영문 이름으로 카이스트(KAIST·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를 제안했다.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는 과학기술 교육기관이라는 사명을 분명히 하고 66년 발족한 산업기술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구분도 하기 위해 ‘고등(Advanced)’이라는 단어를 넣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명칭의 최종 결정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또 터졌다. 인문계 출신으로 이뤄진 고위 공무원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최고로 가는 교육 연구 대학원에 ‘기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조선 시대의 신분상 서열을 염두에 둔 시대착오적인 의견이었다. 선비가 가장 위에 있어야 하며 기술자인 ‘공’은 상인과 더불어 사회의 하위 계층이라는 개념에 바탕에 둔 그릇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1971년 출범한 한국과학원(KAIST); 홍릉 캠퍼스의 전경. [사진 카이스트]

1971년 출범한 한국과학원(KAIST); 홍릉 캠퍼스의 전경. [사진 카이스트]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한국 최초의 과학기술 특수대학원은 ‘기술’이란 단어를 빼고 ‘한국과학원’이라는 이름으로 발족하게 됐다. 영어 명칭도 KAIS(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로 정해졌다. KAIS는 20년이 지난 81년 1월 KIST와 통합 과정에서 명칭에 비로소 ‘기술’이라는 단어를 다시 넣으면서 원래 이름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되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름뿐이 아니었다. 당시까지 상아탑적인 대학·대학원 교육에 익숙했던 한국 과학기술계에서 특수대학원인 과학원에 맞춰 가르치고 연구할 전문가도 충분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 과학기술인은 물리·화학 등 순수 기초과학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심지어 과학원에 설치하기로 했던 산업공학과에서 교수로 일할 박사학위 소지자를 찾는 것은 아예 불가능했다. 산업공학은 과학기술과 산업현장, 그리고 기업 경영을 이어주는 고리 역할을 하는 전공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의 산업과 경제를 일으킨다는 과학원의 설립 이념을 실현하는 길은 첩첩산중일 수밖에 없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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