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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금수저 청약’이 된 신혼희망타운

주정완 커리어TF팀장

주정완 커리어TF팀장

부모의 재력이 없으면 사기 어려운 집. 다음달 위례신도시에서 첫 분양 예정인 ‘신혼희망타운’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청년 주거정책인데 첫 삽을 뜨자마자 ‘금수저 청약’ 논란이 뜨겁다.
 
정책의 취지는 좋았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청년들에게 집 걱정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공약에서 “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집 문제로 결혼을 미루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구체적인 분양가와 청약 조건을 공개했다. 자세히 뜯어보면 의외의 결론이 나온다.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가는 신혼부부는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대신 재력가 부모를 둔 ‘금수저’가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위례신도시에서 가장 싼 신혼희망타운은 전용면적 46㎡의 분양가 4억원짜리다. 최우선 공급 대상은 월 소득 400만원 이하(맞벌이 기준), 결혼 2년 이내의 신혼부부다. 최대한도(집값의 70%)까지 대출을 받아도 1억2000만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결혼 후 첫 달부터 매달 400만원씩 모아도 꼬박 2년6개월이 걸린다.
 
어찌어찌 집값의 30%를 현금으로 내고 입주에 성공해도 대출이 문제다. 매달 통장에서 대출 원금과 이자로 100만원 정도가 빠져나간다. 첫 달부터 원금을 나눠서 갚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전매제한 기간(8년)에는 집을 팔아서 대출을 갚지도 못한다. 8년 뒤 집을 팔면 시세차익의 최대 50%는 정부가 가져간다. 100만원씩 ‘월세 아닌 월세’를 내다가 나중에 시세차익의 절반 정도를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신혼희망타운은 대출을 적게 받고 자녀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집값의 70%를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 30%만 대출을 받으면 시세차익의 최소 10%(자녀 둘 이상)에서 최대 30%(무자녀)만 정부에 돌려주면 된다. 부모가 더 많은 돈을 보태줄수록 자녀 부부의 시세차익이 커지는 구조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정부가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느라 세심한 배려를 하지 못했다”며 “소득이 적은 신혼부부에게 월 100만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지우는 것은 설계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혼을 미루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신혼희망타운이 정작 결혼을 미룰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도록 설계된 것도 아이러니다. 자녀가 없는 부부라면 결혼 2년을 넘기는 순간 당첨 확률이 매우 낮아진다. 신혼희망타운을 원하는 커플이라면 아예 결혼을 늦게 하거나, 적어도 혼인신고를 최대한 늦추는 게 유리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주정완 커리어TF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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