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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탈원전 폭력’을 국민이 제압한 대만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지난 토요일 대만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좌파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국민이 폐기해 버렸다. 대만은 지방선거 때 국가 현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제도가 있다. 탈원전 폐기안이 투표자의 50% 이상,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 동시 찬성을 받아야 하는 엄격한 조건을 통과했다. 차이잉원 정부의 파괴적 탈원전을 국민이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다.
 
대만 사람들은 극단적인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 강화는커녕 석탄·가스 발전의 급속한 확대로 인한 이산화탄소(CO2)의 대량 증가에 직면했다. 과연 토요일 자정 현재, 1kWh 전력을 생산할 때 주요 나라들이 뿜어내는 CO2 양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앱(electricityMap)에 들어가 봤더니 대만은 566g을 기록했다. 석탄으로 10GW, 가스로 8GW 전기를 만들고 있었으며 태양광과 풍력은 합해서 1GW도 안 된다. 탈원전·신재생의 꿈은 근사했으나 깨어 보니 매캐한 탄소 공화국이었다. 작년 가스 발전소 고장 사고로 전 가구의 60%가 블랙아웃 공포를 겪고 전기료가 치솟은 사건도 탈원전에 분노를 일으켰다.
 
말이 나온 김에 같은 시간 ‘electricityMap’에 표시된 다른 나라들의 1kWh당 CO2 발생량도 검색해봤다. 신재생·탈원전 한다는 독일이 497g, 신재생과 원전을 함께 하는 영국이 364g, 원전을 주요 발전원으로 채택한 프랑스가 100g이었다. 독일은 한국의 탈원전 이념가들에게 안데르센 동화 같은 꿈의 나라일지 모르나 객관적인 지표로는 서유럽에서 가장 더러운 공기를 생산하는 나라일 뿐이다. CO2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2100년까지 지구 온도의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시대 기준으로 1.5도 이내에서 잡아야 한다는 세계기후협약의 결의를 거스르는 나라가 대만과 독일인 셈이다. 대만의 토요일의 기적은 탈원전 정책의 현실을 외면하는 몽상가적 특성과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반지구적 속성을 극적으로 비춰준다. 차이잉원 총통은 책임을 진다며 집권당 주석직을 사임했지만 그건 시작이다. 급속한 레임덕에 따른 정치 혼란과 2020년 재집권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 우리 얘기를 할 차례다. 김수현 정책실장이 사제(司祭) 역할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숭상하는 탈원전 미신의 현실은 참혹하다. 대만의 원전은 처음부터 수입 기술이었고, 독일은 원전 말고도 히든 챔피언 기술이 수도 없이 많은 나라여서 탈원전 피해는 국면적이고 제한돼 있다. 반면 한국의 원전은 반도체, 스마트폰과 함께 몇 안 되는 세계 최고의 일자리·먹거리 산업 중 하나이기에 피해는 넓고 근본적이다. 폭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문 정부의 탈원전 속도전은 지난 1년6개월간 이 원전 저 원전 다 잡아먹고 마지막으로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선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한울 3·4호기가 공중에 뜨면 그동안 5000억원 이상 들여 두산중공업이 만들어 놓은 원자로, 증기 발생기, 터빈 발전기 등은 졸지에 고물 신세가 된다. 두산중공업의 원자력 전문 인력 1000여 명이 잘리거나 전직해야 하고, 연쇄적으로 700여 협력·하청 기업은 사라지며 1만여 명 직원들은 거리로 나앉는다. 무엇보다 설계·부품·인력 등 원전 생태계가 완전 붕괴됨으로써 해외 수출을 따 온다 해도 국내 공급이 불가능해진다. 문 대통령이 원전 세일즈를 하기 위해 내일 체코로 출국한다. 반가운 일이지만 신한울 3·4호기를 짓는다는 전제가 없으면 국민을 기만하는 외교 쇼다.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신한울 3·4호기 살해는 대국민 범죄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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