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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내비 스톱 … 배달앱 기사들 하루 공쳤다

[KT 통신대란] 기자 목격기
서울 서대문구 상점가에 25일 통신장애로 인한 카드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서대문구 상점가에 25일 통신장애로 인한 카드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불편’의 영역이 아니었다. 인터넷과 전화는 내 삶을 ‘점령’하고 있었다. 서울 마포에 거주하는 기자의 KT 통신망을 이용하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은 24일 서울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먹통이 됐다. ‘나가면 낫겠지’ 하는 생각에 집을 나섰지만 온 동네가 마찬가지였다.
 
오전 11시쯤, 데이터가 점점 약해지더니 인터넷이 아예 불통이 됐다. ‘무슨 상황인가’ 싶어 지인에게 전화를 하려 했지만 전화와 문자마저 끊겼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옆집 사는 사람에게 미리 인사라도 해둘걸 하는 때늦은 후회를 했다. 처음엔 우리 집만 이러는 줄 알았다. 노트북을 챙겨들고 인근 카페로 갔다.
 
40분 후 서울시 마포구 합정 지하철역 앞에 있는 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직원 얼굴도 하얗게 질려 있었다. 카드결제가 안 되고 있었다. “잠시만요”를 반복하던 직원은 결국 “현금 있으시냐”고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건물 전체가 KT 회선을 쓰기 때문에 1층 화장품 가게나 3층의 피부관리숍도 마찬가지였다. 전산처리하는 포스(POS) 기계와 카드결제기는 모두 유·무선으로 연결돼 있다.
 
서울 서대문구 상점가에 25일 통신장애로 인한 현금인출이 불가능함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서대문구 상점가에 25일 통신장애로 인한 현금인출이 불가능함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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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공책을 꺼내 쓱쓱 줄을 긋고 커피 한 잔 한 잔, 판매 잔 수를 적어나갔다. ‘카카오페이 가능합니다’라는 발랄한 표지판이 오늘만큼 무의미할 수 없었다. 오던 손님들에게 “카드결제가 안 됩니다”라고 일일이 설명하던 직원은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토요일 점심시간은 홍대 인근(마포구 서교동)의 망원동, 연남동의 자영업자에게 ‘가장 매출이 잘 나오는 날’이다. 정오가 되자 불안한 사장님과 놀란 손님들이 계산대 앞에서 마주했다. 연인과 함께 망원동을 찾은 윤소현(22)씨는 “카드결제 되나요?”를 서너 군데 물어서야 결국 적당한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KT가 아닌 다른 통신사를 쓰는 식당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되어 있었다. 낮 1시45분, KT 아현지사가 화재로 인해 먹통이라며 안내하는 ‘긴급재난문자’는 KT 사용자에게는 1통밖에 오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통신사 사용자에게는 4통이나 도착했다. 결국 재난 상황을 알리는 문자도 통신망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고립된 KT 사용자는 더 소외되고 있었다.
 
돈과 손만 묶인 것이 아니었다. 발이 묶인 이도 많았다. 교통카드도 휴대전화 속에 들어가 있다. 오후 2시40분, 관악구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합정역으로 이동한 김유진(30)씨는 지하철역 안에 갇히고 말았다.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일산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던 성기동(32)씨는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이 멈추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위치기반’ 서비스도 유·무선이 멈추면 오류가 나기 일쑤다.
 
망원역 인근 약국에서는 인터넷이 끊기며 병원에서 발급한 처방전이 전달되지 않아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저녁 장사를 준비하는 자영업자들도 식자재 납품업체와 통화가 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오후 5시쯤, 부분적으로 통화와 문자가 복구됐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은 여전히 힘들었다. 사람이 붐비는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는 여전히 통화와 문자가 불가능했다.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볼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없었다.
 
1시간쯤 지나자 홍대입구역 2번 출구 뒷길에는 ‘배달 앱’을 이용해 음식을 배달해주는 배달 기사들의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 있었다.  
 
기사 안모(40)씨는 “KT를 사용하는 기사들은 오늘 하루 공쳤다. 앱으로 주문을 받아 우리가 전화해 배달 가는 구조인데 인터넷이 끊기니 하루 밥벌이가 끊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녁이 돼도 ‘발생한 화재야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비상통신망이 작동하지 않으리라고는 상상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머리가 멍했다.
 
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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