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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탁현민 첫눈 오면 놓아준다더니” … 청와대 일각선 “농담처럼 오간 말인데”

탁현민. [뉴시스]

탁현민. [뉴시스]

지난 24일 서울에 첫눈이 내리면서 정치권에 ‘강제 소환’된 인물이 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다. 지난 6월 탁 행정관이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며 사의를 반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임 실장의 ‘첫눈’ 발언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기자들에게 공개해 화제가 됐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첫눈이 내렸다. 청와대 쇼 기획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보자”며 “쇼로 시작해 쇼로 연명하는 이 정권이 끝날지 모른다”고 적었다. 배현진 한국당 대변인도 “부디 이 정권이 한 공연기획자의 손에 연명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달라”고 논평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도 “기억은 국민을 배반했지만 이제 그만 그를 놓아주자”고 촉구했다.
 
탁 행정관은 취임 초부터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2007년 쓴 책 『남자마음설명서』에서 “등과 가슴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당하는 기분”이란 등의 표현이 문제가 됐다. 야권에서 “여성혐오적 가치관을 가진 탁 행정관을 경질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정현백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청와대에 탁 행정관의 사퇴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도 불거졌다. 대선 직전 탁 행정관이 투표를 독려하는 ‘프리허그’ 행사를 기획하면서 문 대통령의 선거홍보 음성을 배경음악으로 튼 게 문제가 됐다. 현행 선거법상 특정 정당·후보를 지지 혹은 반대하는 내용의 투표참여 권유 활동은 금지돼 있다. 탁 행정관은 지난 2일 항소심 재판에서 벌금 70만원 형을 받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청와대 실무진에 불과한 행정관이 이처럼 정국의 주요 인물로 부상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탁 행정관이 ‘쇼통(show+소통) vs 소통’으로 엇갈리는 현 정부에 대한 평가의 정점에 선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수야당은 지난해 8월 새 정부 출범 100일 대국민보고대회를 ‘쇼통’이라고 공격했다. 당시 바른정당은 “‘쇼통’의 끝을 봤다. 시중에서 탁현민 청와대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아다니는 게 지나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올해 7월 문 대통령이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깜짝 호프미팅’을 가진 자리에서 대선 전 만났던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또다시 등장하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세상이 좁은 거냐, 아니면 탁현민의 기획력이 탁월한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건군 70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시가행진 대신 연예인 축하공연을 한 것을 놓고도 비슷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처럼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만 탁 행정관이 끄덕없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가 그만큼 두텁다는 방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무적 메시지를 대중 정서에 잘 부합하게 포장해 전달하는 기획 능력은 탁 행정관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 현 청와대에서 탁 행정관의 위치는 대체 불가능”이라고 잘라 말했다.
 
탁 행정관은 지난 2일 항소심 선고 직후 “제가 쓰여야 한다면 쓰임이 있을 때까지는 따르는 게 도리”라며 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임종석 실장도 지난 6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탁 행정관의)기획능력, 일하는 능력이 욕심 난다”며 “적어도 겨울까지는 역할을 마저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는 탁 행정관에게 내년 초 예정된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까지 역할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 청와대 인사는 “‘첫눈’ 발언은 사실 청와대 내부에서 농담처럼 오간 말인데 김의겸 대변인이 이를 기자들에게 알리면서 너무 무게가 실려 버린 감이 있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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