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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죽기전까지 고통"···동료투서에 파탄난 경찰부부

“유리 벽에 갇혀 감시당하는 것 같았다.”
 
아내를 향한 음해성 투서. 이후 벌어진 상급기관의 강압 감찰과 아내의 죽음. 충북 충주경찰서 소속 정모(39) 경사는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내 피모(당시 38세·여) 경사가 되뇌던 말을 곱씹었다. 피 경사는 지난해 10월 26일 충주시 연수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피 경사가 갑질을 일삼고 상습적으로 수년간 지각을 반복했다’는 동료 직원의 투서가 비극의 시작이었다.
 
이 투서를 빌미 삼아 충북지방경찰청 감찰실 관계자들은 2개월 동안 피 경사를 조사했다. 조사 과정에서 출·퇴근하는 피 경사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증거로 제시됐고, 감찰관에게 미행을 당한 정황도 확인했다. 정 경사는 “음해성 투서와 상식 밖의 감찰로 가족이 망가지는 아픔을 겪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전날 음해성 투서를 낸 혐의(무고)로 검찰 조사를 받는 충주서 소속 A경사(38·여)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A경사는 숨진 피 경사와 함께 근무하며 지난해 7월부터 3개월간 모두 3차례에 걸쳐 충북경찰청과 충주서에 음해성 익명 투서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A경사는 “음해가 아니라 정당한 투서였다”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다음은 정 경사와의 일문일답.
 
음해성 투서를 보낸 당사자가 구속됐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첫 단추가 꿰어졌다고 생각한다. 사법부의 올바른 판단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A경사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여전히 부인을 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 당일 저녁까지도 미안하다는 말이 전혀 없었다. 괘씸하고 용서가 되지 않는다. 본인이 한 행동으로 가족이 파탄나는 아픔을 겪었다.”
 
투서에는 어떤 내용이 있었나
"당시 A경사가 충주서 청문감사관실에 근무했다. 어떤 내용으로 투서를 해야 감찰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투서에는 아내가 동료들에게 갑질 행위를 했다고 돼 있다. 아내는 수사과 서무업무와 ‘킥스(KICS·형사사법기관 전자업무 관리 시스템)’를 담당했다. 직원들 애로 사항을 듣고 지원 업무가 주된 일인데 갑질을 했다고 적었다. 아내가 업무 실적이 좋아 해외 연수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독점이라고 표현했다. 수사과 특성상 야근이 잦은데도 이를 허위 초과근무라고 적시했다.”
 
아내를 잘 아는 사람이 투서했을 거라고 추측했을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같은 부서 사람을 의심했다. 그런데 수사를 통해 청문감사관실에 근무하는 A경사가 음해성 투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A경사는 본인이 투서를 접수해 놓고 아내에게 ‘네가 왜 이런 투서를 받아?’라고 처음 말한 사람이다.”
 
강압 감찰은 어땠나.
"투서 내용이 익명인 데다 사실관계가 확인된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끼워 맞추는 식이었다. 실적을 위한 감찰이었다. 경사 계급이 경찰에서 하위직이라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해외연수는 업무성과와 평가지표에 의해 선정되는 것이지 ‘보내주세요’라고 말해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누가 봐도 허무맹랑한 내용인데 출퇴근 시간에 몰래 와서 감시했다. 감찰에서 어느 하나 밝혀낸 게 없다.”
 
아내가 억울해 했겠다.
"비밀리에 감시를 한 사실을 조사과정에서 녹취록을 듣고 아내가 알았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2개월 동안 부서 동료 하나하나를 불러 조사했다. 아내는 ‘사람이 유리 벽에 갇혀 감시당하는 것 같다. 나로 인해 동료들까지 피해를 봐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자주 말했다.
 
왜 음해성 투서를 냈다고 생각하나.
"아내가 업무 성과가 좋았다. 11월 근무평정을 앞두고 7월부터 투서를 낸 것으로 미뤄 본인이 승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 A경사가 솔직하게 얘기를 안하고 있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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