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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아현지사 같은 곳 전국에 56곳…취약한 ‘스마트라이프’

박원순 서울시장이 25일 새벽 0시40분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을 방문해 사고원인과 공동구 관리실태 등을 점검했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25일 새벽 0시40분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을 방문해 사고원인과 공동구 관리실태 등을 점검했다. [뉴시스]

백업·화재 ‘사각’…D급 ‘국사’의 예고된 인재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가 대규모 통신마비로 이어지면서 전국에 설치된 ‘국사’들의 화재방재 및 관리 실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지방 대도시의 주요 국사에서 불이 날 경우 도시 전체의 통신이 마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국사’란 각종 통신회선을 정보통신망 기간시설인 혜화·구로지사 등에 연결하는 중간지점을 말한다.
 
25일 KT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0분 현재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복구율은 이동전화 53%, 인터넷 77% 등에 머물렀다. 전날 오전 11시12분 화재가 난지 만 하루가 다 된 상태에서도 통신 먹통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아현지사 화재는 2003년 1월 25일 사상 초유의 인터넷 대란에 이은 최장 불통 사례로 남게 됐다.
 
이에 대해 KT 측은 “아현지사는 A·B·C·D등급 중 백업체계를 갖추지 않은 D등급이어서 복구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A~C등급 국사는 통신구가 이원화돼 백업이 되는데, D등급은 단선 체계여서 가입자를 일일이 접촉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D등급으로 분류된 KT의 ‘주요 국사’ 중 하나에 불이 날 경우 통신 마비나 복구 장기화 등 피해가 재현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관계자들이 화재로 손상된 케이블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관계자들이 화재로 손상된 케이블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 국사 56개…D등급 27개는 백업시설 없는 단일회선 
KT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혜화·구로 등 A등급부터 아현지사 등 D등급까지 56개의 주요 국사가 있다. 이곳들의 주요 회선을 각 동 단위로 연결하는 하위 국사는 전국 300곳 이상인 것으로 KT 측은 파악하고 있다. 이중 정부의 정보통신망 기반시설인 혜화·구로국사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전국망으로 인증한 A~C등급 29곳을 특별 관리하고 있어서다. 등급별로는 A등급 17개, B등급 8개, C등급 4개 등이 전국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반면 이번에 불이 난 아현국사는 29곳의 특별관리대상 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 KT 측이 정부가 지정한 특별관리대상 외에 아현국사 등 전국 27개를 자체적인 D등급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KT의 D등급 국사는 A~C등급과는 달리 백업시설을 갖추지 않은 단일회선으로 운영된다. 당장 전국 27곳의 D등급 국사에서 불이 날 경우 도시 전체의 통신마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허술한 화재방재 설비에 대한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아현지사는 통신설비가 밀집된 집중 국사인데도 소화기만 비치돼 있었을 뿐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곳의 지하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돼 있었다.
 
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손상된 케이블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손상된 케이블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94년 서울 종로화재 등 유사사고 속출 
과거에도 아현국사와 유사한 화재로 수차례 대형 통신장애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도 예고된 인재라는 말이 나온다. 1994년 3월 10일 발생한 서울 종로5가 통신구 화재는 서울시내와 수도권 일대에 무더기 통신두절 사태를 초래했다. 화재 당시 지하 통신구 내의 광케이블이 타면서 통신선로 32만1000회선이 손상돼 전화회선과 방송회선 등이 모두 끊겼다. 시민생활과 밀접한 전화회선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만인 14일 오전에야 완전 복구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18일에는 대구 지하통신구에서 불이 나 대구시내 통신망이 마비되기도 했다. 2000년 2월 18일에는 서울 여의도 전기·통신 공동구에서 불이 나 21일까지 사흘간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한편, 이번 아현지사 화재는 통신장애 사태가 만 하루를 넘기면서 최근 15년새 최장 불통 사례로 남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과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2014년과 올해 각각 공개한 자료를 종합하면 2004년 이후 통신장애는 총 23차례, 55시간40분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사고 대부분은 소프트웨어 오류나 하드웨어 불량에 의한 것이어서 복구까지 하루를 넘긴 사례는 없었다.
 
황창규 KT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화재현장을 방문, 현장을 둘러본 후 취재진과 인터뷰 중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황창규 KT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화재현장을 방문, 현장을 둘러본 후 취재진과 인터뷰 중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KT 오성목 사장은 “이번처럼 망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타사 망을 사용하는 것을 정부와 사업자 등과 협의 중”이라며 “25일 저녁까지 90%를 복구해서 소상공인과 가입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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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