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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가문경영’ 실험 성공할까…일단 '계열 분리'는 수면 아래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문경영' 실험에 나섰다. 재계 안팎에선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성공한다면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문경영' 실험에 나섰다. 재계 안팎에선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성공한다면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 SK그룹]

 지난 8월 고(故) 최종현 회장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홀로그램으로 환생했다. 그의 20주기 추모행사에서다. 환생한 최 회장은 “글로벌 기업 SK가 되기까지 청춘을 바쳐 국가와 회사를 위해 달려와 준 SK 식구들 수고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아들과 딸, 손주의 이름을 직접 부른 건 물론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 조카들을 거명하며 아버지(최종건 SK 창업주)가 잘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고 최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홀로그램 구현 아이디어를 내고, 선친의 멘트까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행사 이후 3개월이 지난 23일 최태원(58)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SK㈜ 주식 329만주(4.68%)를 동생인 최재원(55) 수석부회장과 사촌 형 최신원(66) 회장 등 친족들에게 증여했다. 
SK 관계자는 "이번 증여는 최태원 회장이 어려울 때 친지들이 자신에게 힘들 모아준 것에 대한 보답이다. 또 선친이 조카들을 친아들처럼 대한 것을 최 회장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조치"라고 말했다. 
또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계열 분리설을 잠재우면서 '가문경영'을 실험하겠다는 취지이기도 하지만 그룹을 자산 기준 재계 3위로 올려놓은 최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증여 이후에도 SK㈜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의 합(30.8%)은 그대로다. 지주회사인 SK㈜가 그룹 주력업체들을 거느리는 지배구조 역시 바뀌지 않았다. 다만 최 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은 23.1%에서 18.4%로 줄었고, 최 수석 부회장의 지분은 2.3%로 늘었다. SK가(家) 2세 경영인의 ‘맏형’ 격인 최신원 회장 가족의 지분도 늘어났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최 회장은 2015년 경영복귀 후 대주주 일가와 전문경영인의 공동 경영 체제를 굳혔다. 최고 경영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관계사들이 이사회를 통해 자율·책임경영을 하는 구조다. 최 회장은 ‘딥 체인지’와 ‘사회적 가치’라는 화두를 그룹 내에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자처한다. 1998년 그룹 총수에 오른 최 회장은 2003년 소버린 자산운용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었고, 두 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최 회장이 가문경영 실험에 나선 것도 오랫동안 미래를 고민해온 결과라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가문경영이란 다수의 친족들이 회사를 쪼개지 않고 함께 경영하는 것을 일컫는다.
SK그룹 대주주일가 사촌형제들은 남다른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을 관전 중인 최창원 부회장, 최신원 회장,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왼쪽부터) [사진 SK그룹]

SK그룹 대주주일가 사촌형제들은 남다른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을 관전 중인 최창원 부회장, 최신원 회장,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왼쪽부터) [사진 SK그룹]

 이번 증여에서 사촌동생인 최창원(54)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빠진 것을 두고, 계열 분리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 아니냔 해석도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 10월 SK케미칼 지분을 30%대로 끌어올리며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했다. SK㈜와 지분을 나눠 가진 SK건설을 제외하면 사실상 그룹에서 독립된 상태다. 하지만 SK디스커버리 계열 사업이 여전히 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완전 독립보다는 ‘느슨한 계열 분리’ 전망도 있다.
SK 관계자는 "최창원 부회장이 빠진 것은 본인이 증여를 고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대기업 규제도 SK에 닥친 과제다. SK그룹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서 내부거래 비중은 세 번째(26.8%), 금액(42조8000억원)으론 가장 높았다. SK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서의 사익 편취 의혹과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도 해소해야 한다.
일각에선 대주주 일가 등기임원 등재율이 낮은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 10월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 대주주 일가의 등기임원 등재율은 5%로 10대 그룹 평균(12.3%)보다 낮았다. 대주주 책임경영 측면에선 부정적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재계에선 SK그룹이 신성장동력 발굴에 성공한다면 가문경영 실험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00년대 중반까지 정유·통신이 그룹의 양대 축이었지만 지금은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모빌리티 기업으로 영토를 넓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SK그룹은 가족회의를 통해 모범적으로 한 사람에게 경영권을 주는 형태를 만들었고, 최태원 회장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지분을 나눴다. 이번 일이 대주주 일가가 갈등 없이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단 점에서 경영권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김도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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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