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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걸린 중국산 고춧가루, 냉동삼겹살이 힌트였다

광학현미경을 통해 본 중국산 냉동고추로 만든 고춧가루와 국산 건고추로 만든 고춧가루의 세포벽 모습. [사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

광학현미경을 통해 본 중국산 냉동고추로 만든 고춧가루와 국산 건고추로 만든 고춧가루의 세포벽 모습. [사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

김장철이면 기승을 부리는 중국산 고춧가루를 족집게처럼 잡아내는 판별법이 등장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전남 농관원)은 최근 ‘광학현미경 판별법’을 개발해 공개했다. 중국에서 들여온 냉동 고추를 국내에서 건조할 때 일어나는 변화를 이용해 중국산을 알아내는 방법이다.

 
중국산 홍고추는 보통 냉동고추 형태로 수입된다. 건고추(270%) 보다 냉동고추(27%)의 관세율이 저렴해서다. 국산 홍고추의 경우 수확 후 세척·건조해 건고추 상태로 보관ㆍ유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수확 후 얼린 상태로 들여온 중국산 고추는 국내에서 건조 과정을 거친 뒤 유통된다. 급랭했던 고추를 건조할 때 수분이 나오고 세포벽이 파괴된다. 이 파괴된 세포벽을 확인하는 게 광학현미경 판별법이다.
 
국산의 3분의 1 가격인 중국산 냉동고추로 만든 고춧가루는 그간 국내산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문가도 빛깔과 냄새 만으로 판별하기 어려웠다. 고추를 곱게 빻는 과정은 원산지 식별을 더욱 힘들게 했다.
광학현미경을 이용한 중국한 냉동고추 판별법을 주도적으로 개발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 이인우 주무관. [사진 품관원 전남지원]

광학현미경을 이용한 중국한 냉동고추 판별법을 주도적으로 개발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 이인우 주무관. [사진 품관원 전남지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현미경 판별법은 전남 농관원에서 원산지 표시 단속 업무를 맡은 이인우(41) 주무관이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냉동삼겹살이 불판에서 녹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주무관은 “생삼겹살과 달리 얼린 삼겹살이 뜨거운 불판에 올라가면 하얀 진물처럼 액체가 나오고 흐물거리는 것을 보고 말린 고추와 냉동고추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는 대학 실험실에서 검증됐다. 얼리지 않고 말린 국산 고춧가루의 단면을 살펴본 결과 세포벽이 그대로인 것과 달리 냉동 후 건조한 중국산은 파괴돼 있었다. 이에 따라 전남 농관원은 광학현미경과 휴대용 현미경을 도입해 단속에 활용하고 있다.
 
현미경 판별법은 연일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산 냉동고추와 국산 건고추를 섞은 고춧가루를 전국 초ㆍ중ㆍ고교 급식용으로 식자재 업체에 납품한 경북 지역 가공업체 2곳이 최근 적발됐다. 이들 업체는 중국산과 국산을 5대 5 안팎의 비율로 섞은 고춧가루 284t(40억7000만원 상당)을 '국내산 100%'로 속여 학교급식 식자재 업체, 대형 유통업체, 김치 제조업체 등에 부정 유통했다. 
 
현미경 단속법의 가장 큰 장점은 짧은 분석 시간이다. 기존 이화학적 분석 방법은 중국산 고춧가루의 특정 성분 함량을 분석해야 해 2주 정도 걸렸다. 현미경 단속법은 1시간이면 결과를 알 수 있다. 시료 수집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증거를 인멸하던 업체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산 냉동고추로 만든 고춧가루의 세포벽 풍괴 현상을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확인하는 모습. [사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

중국산 냉동고추로 만든 고춧가루의 세포벽 풍괴 현상을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확인하는 모습. [사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

 
성과는 단속 건수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 농관원의 중국산 냉동고추 단속 건수는 2016년 1건에서 현미경 단속법을 처음 도입한 지난해 21건에 이어 본격 활용을 시작한 올해 56건으로 늘었다. 현미경을 활용하면 이미 김치에 들어간 고춧가루도 냉동고추인지 확인할 수 있다. 전남 농관원은 현미경 판별법을 특허로 출원했다.
 
이 주무관은 “김장철을 맞아 원산지를 속인 중국산 냉동고추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며 “현미경 단속법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부정 유통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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