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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리는 코뿔소와 복기하는 인간의 차이

기자
정수현 사진 정수현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15)
코뿔소는 앞만 보고 달리는 습성이 있다. 이를 이용해 인디언은 코뿔소를 뒤에서 쫓아 절벽으로 모는 방법을 썼다. 바둑에서는 이런 잘못을 피하기 위해 복기가 필수다. [중앙포토]

코뿔소는 앞만 보고 달리는 습성이 있다. 이를 이용해 인디언은 코뿔소를 뒤에서 쫓아 절벽으로 모는 방법을 썼다. 바둑에서는 이런 잘못을 피하기 위해 복기가 필수다. [중앙포토]

 
코뿔소는 앞만 보고 달리는 습성이 있다. 이를 이용해 미국 인디언은 코뿔소를 뒤에서 쫓아 절벽으로 몰아가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면 코뿔소와 같은 처지가 될 수도 있다. 바둑에서는 이런 잘못을 피하기 위해 복기한다.
 
지나온 과정 되돌아보는 복기
복기는 한판의 바둑을 두고 나서 그 과정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복싱이나 축구 같은 경기를 하고 나서 비디오를 돌리며 잘잘못을 분석해 보는 것과 같다. 프로기사는 바둑시합을 하고 나서 의례 복기를 한다. 경기가 끝났을 때 패한 쪽은 분한 감정을 느껴 바둑돌을 쓸어 담고 빨리 자리를 뜨고 싶다. 그러나 프로는 그런 감정을 누르고 복기를 한다.
 
물론 복기가 의무는 아니다. 시합이 끝나면 자리에서 그냥 일어서도 된다. 하지만 TV 바둑 같은 데서 복기하지 않고 일어서면 그 기사는 팬들의 질타를 받는다. 복기 없이 일어서면 매너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기사는 팬의 눈을 의식해 복기하는 것은 아니다. 복기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복기하면 실착이나 패착을 찾아내 무엇이 잘못됐나를 알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전혀 생각지 못한 수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어느 수험생의 오답 노트. 어느 분야든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해 나간다면 분명 발전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기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중앙포토]

어느 수험생의 오답 노트. 어느 분야든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해 나간다면 분명 발전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복기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중앙포토]

 
당연한 상식이지만 어느 분야든 자신이 잘못한 점이나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해 나간다면 분명 발전이 있을 것이다. 복기하지 않는다면 무엇보다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기 쉽다. 무엇을 잘못 했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또다시 시행착오를 범하게 된다.
 
세상의 바둑판에서도 복기는 유익할 것이다. 그래서 바둑을 아는 CEO는 회사에서도 복기하자고 주장한다. 행정 전문가들은 정부의 행정도 복기해야 실패를 거듭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복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되돌아보며 잘잘못을 따져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복기의 중요성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는 것을 귀찮게 여기는 면도 있다.
 
인생의 종반에 선 시니어는 종종 과거를 돌아보기도 한다. 동창생을 만나 옛일을 추억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이것은 복기가 아니라 회상이다. 복기가 되려면 그때 무엇을 잘하고 잘못 했나를 분석하는 반성의 성찰을 해야 한다.
 
시니어의 입장에서 과거의 잘잘못을 분석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확실히 복기는 성장과 발전을 해야 하는 젊은 세대에게 더 필요하다. 그렇다고 시니어에 복기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일 년 동안 어떻게 지내왔는가를 되돌아보면 뭔가 개선을 해야 할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을 고쳐 나간다면 시니어도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삶 나아지게 하는 생활 속 복기
예전에 나를 찾아온 한 바둑학원 원장에게 복기를 권했던 적이 있었다. 그 바둑학원은 두세 달 정도 지나자 분위기가 확 달라져 있었고, '복기'라는 한 마디가 이끌어낸 변화에 속으로 감탄했었다. [사진 pixabay]

예전에 나를 찾아온 한 바둑학원 원장에게 복기를 권했던 적이 있었다. 그 바둑학원은 두세 달 정도 지나자 분위기가 확 달라져 있었고, '복기'라는 한 마디가 이끌어낸 변화에 속으로 감탄했었다. [사진 pixabay]

 
바둑이 아닌 생활 속에서 복기해 준 경험이 있다. 예전에 한 바둑학원 원장이 찾아온 적이 있다. 성황을 이루던 바둑학원의 운영이 이상하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위기의식을 느낀 그 원장은 바둑학과 교수에게 어떤 해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방문한 것이다.
 
그때 복기를 해 보라고 권했다. 바둑학원 운영에서 가장 큰 문제점을 찾아내 한 달에 한 가지씩 고쳐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바둑학원에 가서 눈에 띄는 문제점을 같이 찾아보았다. 상담실의 구조, 학부모 관리, 교육방법 등 몇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우선 그런 것부터 개선해 보라고 했다.
 
두세 달 정도 지난 후 그 바둑학원에 들렀더니 분위기가 확 달라져 있었다. 상담실이 깔끔해졌고 벽에는 원장이 아이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보였다. 학원의 교육목표를 써서 표구한 액자도 보였다. ‘복기’라는 한 마디가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속으로 감탄을 했다.
 
현재보다 나은 삶을 살려고 한다면 프로기사처럼 복기를 실천해 보자.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shjeong@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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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