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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둘러앉은 12개국 손님…이스라엘판 '한끼 줍쇼' 마법

‘모르는 사람과 한끼 가정식’도 판다고?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6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나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나라다. 스타트업의 기본 목적은 물론 재정적인 성공이다. 하지만 삶의 조건을 보다 인간적으로 바꾸고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상을 함께 지향하는 스타트업도 적지 않다. ‘인간의 얼굴을 한 창업’이다. 좋은 일이나 즐거운 일을 하고 비즈니스 성공도 함께 거두는 ‘일석이조’형 창업이기도 하다.  

 
잇위드를 이용해 방문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가정집에서의 식사 장면. 국적이 각각인 12명의 손님이 이스라엘 가정집의 손맛을 즐기며 주인 부부와 4살배기 아들, 그리고 강아지와 어울린 유쾌한 저녁이었다. 채인택 기자

잇위드를 이용해 방문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가정집에서의 식사 장면. 국적이 각각인 12명의 손님이 이스라엘 가정집의 손맛을 즐기며 주인 부부와 4살배기 아들, 그리고 강아지와 어울린 유쾌한 저녁이었다. 채인택 기자

어서 와, 우리 집 식탁은 처음이지
이런 스타트업의 하나가 2012년 이스라엘의 가이 미츨린이 창업한 ‘가정식 요리 플랫폼’인 ‘잇위드(EatWith)’다. 음식 솜씨 좋은 사람이 여행자, 지역 주민, 외국인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함께 음식을 즐기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가정식을 즐기고 대화하며 어울릴 수 있다.  
잇위드를 이용해 방문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가정집의 저녁 식사에 나온 요리. 다진 양고기를 육계나무에 말아서 오븐에 구웠다. 촉촉한 고기 맛이 은은한 계피향과 잘 어우러졌다. 채인택 기자

잇위드를 이용해 방문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가정집의 저녁 식사에 나온 요리. 다진 양고기를 육계나무에 말아서 오븐에 구웠다. 촉촉한 고기 맛이 은은한 계피향과 잘 어우러졌다. 채인택 기자

 
낯선 곳에서 가정식 맛보고 어울림도  
사실 외국 여행을 하더라도 현지 가정에 초대받아 가정식을 맛볼 기회는 흔치 않다. 대개 음식점에서 파는 관광객용 음식만 먹다 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실 혼자 살거나. 업무가 바빠 자기 나라에서 살면서도 제대로 된 가정식을 맛볼 기회는 않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현지인이 사는 모습을 보고 대화하는 일은 드물다. 해외여행을 떠나도 거리와 명승지, 박물관, 갤러리, 해, 식당이나 돌아보고 와서 그 나라를 제대로 구경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나라 사람과 제대로 대화를 할 기회도 마찬가지도 거의 없다. 같은 지역을 여행하는 외국인끼리 서로 만나 대화하고 어울리며 함께 식사할 일도 마찬가지다.  
잇위드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정식을 매개로 이런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접촉 기회를 얻는 서비스인 셈이다. 손님을 초대하는 집주인이 현지인이 아닌 우리 지역에 사는 외국인일 수도 있다. ‘이웃집 찰스네’를 찾아 이국적인 가정식을 맛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우리 커뮤니티에서 먼 나라 가정의 모습과 현지식을 즐길 수 있다.  
잇위드를 이용해 방문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가정집의 주요리인 닭고기 냄비. 고기와 채소, 허브를 10시간 정도 끓여 만든 요리인데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스라에 전통 슬로 푸드라고 했다. 채인택 기자

잇위드를 이용해 방문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가정집의 주요리인 닭고기 냄비. 고기와 채소, 허브를 10시간 정도 끓여 만든 요리인데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스라에 전통 슬로 푸드라고 했다. 채인택 기자

 
원하는 도시와 시간대, 가격대 선택
물론 잇위드는 유료 서비스다. 가정집을 방문해 가정집을 맛보고 싶은 사람은 잇위드 앱이나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이 원하는 도시와 지역, 시간을 등록하고 음식 가격대를 선택한다. 음식 가격을 잇위드에 지불하면 잇위드는 15%의 수수료를 떼고 해당 가정에 지급한다. 손님이 내는 음식값은 1인당 평균 3만 원대라고 한다. 현재 이스라엘 전역은 물론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뉴욕과 시카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이탈리아의 로마, 독일 베를린 등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요리 교실과 식사 코스를 함께 여는 집, 옥상에서 식사하는 집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안전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잇위드는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주인이 신청하면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가정집 입구에 걸린 잇위드의 소박한 표식. A4용지에 컬러 프린터로 인쇄했다. 채인택 기자

이스라엘 텔아비브 가정집 입구에 걸린 잇위드의 소박한 표식. A4용지에 컬러 프린터로 인쇄했다. 채인택 기자

 
텔아비브에서의 유쾌한 잇위드 경험
이스라엘 출장 중 텔아비브의 가정집에서 잇위드 서비스를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이스라엘인 2명과 러시아·인도·아르헨티나·스페인·루마니아·독일·영국·이탈리아에서 온 기자들을 합쳐 모두 12명이 함께 가정식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이층집 안에 들어서자 부부가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았다. 4살배기 아들의 까르륵하는 웃음이 온 집에 넘쳤다. 테라스에 들어서니 식기가 세팅된 긴 식탁이 보였다. 우리를 초대한 주인 부부는 남편은 이스라엘 공군 조종사 출신으로 현재 엘알 항공의 보잉 787 여객기 기장이고, 부인은 육아 휴직 중이었다.  
남편이 대형 여객기를 조종하는 자기 일에 관해 이야기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부인은 할머니로부터 요리법을 물려받았다는 이스라엘 전통 ‘슬로 푸드’를 차례로 내왔다. 다진 양고기를 육계나무 가지에 말아서 오븐에 30분 동안 익힌 콥트 요리, 닭을 갖가지 채소와 허브에 절여 10시간 동안 끓여 뭉글뭉글하게 한 요리 등은 정성이 넘쳤다. 부인은 이스라엘 전통 요리와 음식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전통 유대인 음식, 동유럽 유대인이 들여온 다양한 음식, 오늘날 이스라엘 음식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은 아랍 음식 등 이스라엘 가정식 음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육아 휴직, 휴가, 텔아비브의 휴일 등에 대한 손님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대화는 끝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손님들끼리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안면을 트기 시작했다. 음식을 즐기면서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여행자끼리 수다는 끝이 없었다. 잇위드는 서비스를 팔면서 세상을 보다 살맛 나게 하는 스타트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보틱스 기술을 이용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리워크가 개발한 척수 장애인 보행장치. [리워크 홈페이지]

로보틱스 기술을 이용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리워크가 개발한 척수 장애인 보행장치. [리워크 홈페이지]

 
장애 얻자 장애인 걷게 하는 스타트업 창업
장애인을 위해 창업한 스타트업도 있다. 신경과학, 로보틱스를 비롯한 첨단 기술을 이용해 장애인의 삶을 보다 인간적으로 만들어주는 ‘휴먼 기술 서비스’를 지향하는 스타트업이다. 아미트 고퍼 박사가 운영하는 하는 ‘리워크(Rewalk)’가 바로 그런 스타트업이다. 고퍼 박사는 오래 전부터 스타트업 분야에서 '신화'로 통했다. 의료용 영상기술업체인 엘신트(Elscint)를 창업해 의료진이 뇌를 비롯한 장기 깊숙한 부문의 영상을 보면서 수술이 가능한 실시간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의료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준 놀라운 기술이다.  
하지만 성공의 정점에 올랐을 무렵 그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운명에 대한 그의 대응은 놀랍게도 새로운 창업이었다. 고퍼 박사는 로봇 기술을 응용해 마비 장애인을 다시 일어서고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아르고(Argo) 메디컬 테크놀로지를 창업했고 나중에 회사 이름을 ’다시 걷는다‘는 뜻의 ’리워크‘로 바꾸었다.  
 
2013년 3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군 작전 도중 중 부상으로 척수가 손상돼 휠체어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의 라디 카우이프와 미국의 테레사 해닝언이 이스라엘 스타트업 리워크가 개발한 로보틱스 보행기를 이용해 일어서서 걷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해닝언, 한 사람 건너 카우이프, 오바마 대통령, 리워크 창업자인 아미트 고퍼 박사. [유튜브 화면 캡처]

2013년 3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군 작전 도중 중 부상으로 척수가 손상돼 휠체어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의 라디 카우이프와 미국의 테레사 해닝언이 이스라엘 스타트업 리워크가 개발한 로보틱스 보행기를 이용해 일어서서 걷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해닝언, 한 사람 건너 카우이프, 오바마 대통령, 리워크 창업자인 아미트 고퍼 박사. [유튜브 화면 캡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스타트업의 삶 행복
2013년 이스라엘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는 리워크 로보틱스를 가장 먼저 방문했다. 리워크의 기술이 미군 상이군인의 재활에 도움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 작전 중 부상으로 척수손상을 입어 휠체어 생활을 하는 상이군인인 이스라엘의 라디 카우이프와 미국의 테레사 해닝언이 오바마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앞에서 리워크의 로봇 기구를 이용해서 다시 걷는 모습을 보여줬다. 기술이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모습이다.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스타트업이다. 고퍼 박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의 삶이 참으로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경없는 엔지니어(EWB)' 로고. [EWB 이스라엘 페이스북]

이스라엘 '국경없는 엔지니어(EWB)' 로고. [EWB 이스라엘 페이스북]

 
‘국경 없는 엔지니어’, 국경 넘어 희망을 주다
20년간 1600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한 테크니온 공대에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인류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돕자는 글로벌 사회운동도 함께 펼친다. 이 대학 토목공학 교수인 마크 탈레스닉이 창설하고 운영하는 ‘국경 없는 엔지니어(EWB)’라는 조직이 중심이다. 글로벌 사회운동 스타트업인 셈이다. ‘글로벌 엔지니어들에게 영혼’을 모토로 삼는다. 영혼이 있는 엔지니어를 지향하는 운동이다. 탈레스닉은 유네스코가 진행하는 ‘개발도상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엔지니어링(SEDC)’도 주도한다.  
이스라엘 EWB 회원들이 에티오피아의 한 걸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달고 있다. 태양광 패널을 위한 발전 시설은 인도주의 단체들이 전력난이 심각한 저개발국가 지원에 많이 사용한다. [EWB 이스라엘 페이스북]

이스라엘 EWB 회원들이 에티오피아의 한 걸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달고 있다. 태양광 패널을 위한 발전 시설은 인도주의 단체들이 전력난이 심각한 저개발국가 지원에 많이 사용한다. [EWB 이스라엘 페이스북]

 
탈레스닉 교수의 EWB는 우선 과학기술 지식을 모아 소형 풍력 발전기를 개발해 개발도상국인 에티오피아와 네팔에 보내는 운동을 펼쳐왔다. 가난한 주민들이 연료를 살 돈이 없어 집 근처 숲의 나무를 무작정 벌목하는 바람에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EWB는 공학적으로 효율이 높은 소형 풍력 발전기를 개발해 네팔에만 20만 개를 보냈다. 가정집 부엌에서 쓸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생산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과 동물에서 나오는 분뇨와 쓰레기를 발효해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바이오가스’라는 장치도 개발해 보급 중이다. 자칫 자연을 해치고 전염병이 온상이 될 수 있는 분뇨와 쓰레기를 물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메탄으로 분해하는 바이오 공학 장치다. 메탄은 연소하기 때문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가스 1기에서 나오는 메탄은 한 가정에서 부엌용 연료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분량이다. 쓰레기도 치우고, 주민들의 숲 벌채도 막는 일석이조의 장치다. 공학기술을 활용해 개도국 주민의 삶을 향상하고 지구 환경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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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이어서 지속가능한 스타트업 문화 
첨단 기술과 스타트업이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현장이다. 테크니온 공대의 질 이너 홍보 및 대외협력 국장은 “이런 ‘휴먼 스타트업’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문화가 지속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이스라엘 현지 취재를 통해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인류의 삶을 보다 인간답게 바꾸고 살맛 나는 세상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작업이 다양한 기술과 스타트업을 통해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다. 

예루살렘·텔아비브·하이파(이스라엘)=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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