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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南습격훈련' 올해도 했다…폭파 뒤 드러난 北GP 실체

지난 20일 시범 철수 대상인 비무장지대(DMZ) 내 북한 감시초소(GP)가 폭파될 때 산등성이를 따라 좌우 80m 길이의 불꽃이 일었다. 땅굴처럼 생긴 북한 GP의 형태를 유추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당시 산등성이에 길게 펼쳐진 잔해는 지하갱도 곳곳에서 폭약이 터졌다는 점을 나타냈다. 일단 겉보기로는 파괴가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북한 GP의 독특함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하에 견고하게 구축된 이들 시설은 실제 들어가서 확인해야 완전 파괴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0일 북한이 시범철수 대상 GP 폭파 장면에 나선 모습. 지하갱도를 따라 산등성이 80m 길이 구간 폭파가 목격됐다. [국방부 제공 영상 캡처]

지난 20일 북한이 시범철수 대상 GP 폭파 장면에 나선 모습. 지하갱도를 따라 산등성이 80m 길이 구간 폭파가 목격됐다. [국방부 제공 영상 캡처]

지하시설 주축 이루는 북한 GP
 
북한에서 민경초소로 불리는 북측 GP는 단순한 감시탑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약 100m 정도 길이의 공간이 숨겨져 있다. 1950년대부터 북 전역 진지가 지하갱도 중심으로 구축되면서 GP도 지하로 들어갔다. 소형 초소 개념인 북측 GP의 감시탑은 나중에 세워졌다. 북한군 소속으로 서부전선 GP에서 9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남한 GP가 관측을 위해 전망 좋은 고지대에 성처럼 구축되자 대응 성격으로 북한도 소형 초소를 올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심정보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심정보 기자 capkim@joongang.co.kr

 
안찬일 소장은 이어 "북한은 감시탑에서 약 10m 아래 1.2m 높이의 갱도 입구를 2~3중 철문으로 설치하고 여러 개의 방에 생활관, 교환실, 탄약고 등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 시설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각 방을 나누는 콘크리트 벽의 두께가 최대 50㎝에 달하는 데다 갱도 구조가 미로처럼 돼있다. 폭격을 받을 경우 피해 지점이 더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시설이 암반지대에 위치한 점도 견고함을 더한다. 화학전과 핵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이렇게 만들었다는 게 안찬일 소장의 설명이다. 북한군 GP는 공격의 선봉이자 최초의 방어선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기지이기 때문이다.
 
북측 GP에선 1개 민경소대가 근무한다. 2달에 한 번 교대한다, 산 뒤편에 철문이 있다. 소형 초소는 사다리로 오르내린다. 북측 GP엔 전기가 공급된다. 월남을 막기 위해 전기철책을 둘렀기 때문에 최전방이지만 전기걱정이 없다. 이 때문에 전기장판을 사용할 수 있어 한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물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300-400m 산 아래에서 길어와야 한다. 북한 GP병은나름 최고대우를 받는다. 1980년대 이전에는 조종사보다 더 대접을 잘 받았다. 지금도 육군 중에선 가장 처우 좋은 부대다. .최근 GP병 출신 탈북자 진술에 따르면 그래도 식사가 부족하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좋지만 절대적 기준에 못 미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북한 GP병이 북측 GP 주변에서 밭을 일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 아군과 북한군 초소가 마주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 아군과 북한군 초소가 마주보고 있다. [연합뉴스]

 
웬만한 폭파에도 끄떡없는 이 시설물을 파괴하기 위해선 북한이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북한 역시 지하시설이 완전히 철거되지 않는 한 진정한 GP 철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의식해 폭파 작업에 나선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이날 폭파가 이뤄지기 전까지 북한은 망치와 곡괭이를 이용한 수작업으로 GP의 상부 구조물을 철거해왔다. 군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북한 GP가 폭파되는 영상을 촬영해 정밀분석에 들어갔다”며 “연기, 폭파음, 폭발 잔해로 파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면밀하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GP에선 지하 갱도의 붕괴가 포착되기도 했지만, 육안으로는 10개 GP의 지하시설 파괴 상황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판문점 인근의 한 북한군 초소에 인공기와 북한군 육군 깃발이 나란히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판문점 인근의 한 북한군 초소에 인공기와 북한군 육군 깃발이 나란히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측 땅굴 GP 철거 검증은 어떻게? 고심 빠진 軍
 
북한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는 게 군의 방침이다. 그러나 검증을 어떻게 할지는 확정된 게 없다. 군 당국자는 “이번 달 철거 작업을 완료하고 올해 내 상호 검증을 완료한다는 일정 목표만 나온 상태”라며 “검증 방법은 북측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은 일단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검증 때처럼 북측 GP 현장을 직접 찾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북한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9일 아군 GP 병력이 태극기와 유엔기를 내리며 철수하고 있다.북한군 GP가 지하기지라면, 아군 GP는 성과 같은 개념이다. [국방부 제공]

지난 9일 아군 GP 병력이 태극기와 유엔기를 내리며 철수하고 있다.북한군 GP가 지하기지라면, 아군 GP는 성과 같은 개념이다. [국방부 제공]

검증에 대한 확실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북한과 협의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다면 대비책 없이 GP 철수부터 합의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례도 있다. 북한은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지난 1일부터 해상에서 적대행위 중지 조치 일환으로 포문을 폐쇄하기로 했음에도 서해 개머리해안 포문을 3일간 열어놨다. 당시에도 미이행에 따른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을 빚었다.

 
9·19 군사합의 당시 GP 철수 검증을 구체화하지 못한 데는 북한의 소극적 태도가 한몫했다고 한다. 당시 JSA 비무장화를 놓고 ‘남·북, 유엔사 3자협의체’ 검증 방식을 정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런 자세가 비핵화 검증 전략을 연상케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불리하거나 원하지 않는 협의에 대해선 지연작전을 활용해 유리한 국면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올해에만 南 GP 습격 훈련 8차례 진행한 北
 
실제 북한은 한국과 달리 GP를 공격 개념으로 여기는 등 이곳에 적지 않은 전략적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북한은 남측 GP 습격 훈련을 2016년 2회, 2017년 16회 실시했다. 올해에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이전 8차례에 걸쳐 해당 훈련을 진행했다. 북한은 이 훈련을 위해 남측 GP의 모형을 구축하고 투척기(유탄발사기), 14.5㎜ 고사총, 82㎜ 비반충포(무반동총) 등을 동원하는 등 실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반면 남한의 GP 관련 훈련은 수색·정찰 활동 등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형태와 전략 개념뿐 아니라 수적인 측면에서도 북한 GP는 남측과 차이를 보인다. 군은 DMZ 내 북한 GP를 160여개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60여개인 남측 GP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향후 GP 철수가 일대일로 이뤄진다면 남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구역별 철수 방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와 관련 북한과 합의안이 나온 건 없다. 그런데 국방부는 “앞으로 모든 GP를 철수해 DMZ의 실질적 비무장화를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북측 GP 특성상 항공감시, 지상감시 모두 어렵기 때문에 이 시설 철수는 남측이 섣불리 양보할 사안이 아니다”며 “‘모든 GP 철수’라는 대원칙을 밝히기에 앞서 방법론적으로 신중한 합의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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