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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WITH 樂: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OST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OST는 퀸 음악의 종합선물세트다. 브라이언 메이가 기타로 연주하는 20세기 폭스사 로고송부터 디테일이 살아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OST는 퀸 음악의 종합선물세트다. 브라이언 메이가 기타로 연주하는 20세기 폭스사 로고송부터 디테일이 살아있다.

개봉 전부터 벼르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를 드디어 봤다. 주말 오후 극장을 채운 아저씨 아줌마 관객들이 마트 고객처럼 많았다. 영화 초반부 아내에게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던 쉰 중반의 아저씨는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눈가로 자주 손이 갔다.  
 
먼저 고백하자. 나는 퀸의 팬인 적이 없었다. 퀸은 나와 동시대 밴드였으나 1980년대 중반 내가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내 기준에 그들은 록 밴드가 아니었다. 록의 배신자, 록의 유다였다. 그 때가 아마 퀸의 멤버인 드러머 로저 테일러와 베이시스트 존 디콘이 국내에 방문했을 즈음 일게다. 라디오에서는 매일 같이 ‘라디오 가가(Radio GaGa)’가 흘러나왔다. 슬슬 뮤직비디오의 공습이 시작되며 라디오의 위기설이 등장하던 때라 라디오 DJ들 입장에서도 이 곡은 찬송가 아니었겠는가? 
 
하지만 그런 시대사적 고민을 중학생이 할 리는 없다. 나는 음악 자체에 반감이 있었다. 반복되는 드럼 비트와 전자 음악이 등장하는 도입부는 뭐란 말인가? 이건 디스코이자 댄스곡이었다. 후렴구에 등장하는 가사 “라디오 가가, 라디오 구구”는 더욱 참담했다. 록 팬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둘기를 위한 노래였다. 당시 나는 이런 행위는 위대한 록의 정신을 훼손하는 신성 모독행위로 간주했다.  
 
물론 영화의 제목이자 초기 명작인 ‘보헤미안 랩소디’는 좀 달랐다. 그 곡은 멜로디도 아름다웠고 실험적이었으며 드라마틱했다. 영화 속에서는 무한 반복되는 “갈릴레오” 오버더빙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 곡은 방송 금지곡이었으며, 합법적인 방식으로는 들을 수 없었다. 당시 나는 시내 지하상가 음반점에 가서 금지곡 리스트를 내밀곤 했었다. 일주일쯤 기다리면 가게 주인은 밀교(密敎)의 사제라도 된 양 이 곡들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서 은밀히 건넸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분홍색 카세트테이프 B면의 첫 번째 곡이었다.  
 
하여간 극장에서 울려 퍼지는 이 곡 도입부의 피아노 반주와 프레디 머큐리의 짜릿한 보컬, 그리고 중반부 등장하는 브라이언 메이의 기타 간주는 금지곡 테이프의 추억과 중년의 록 스피릿을 깨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영화와 음악의 포만감이 가라앉은 자리에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연민이 자라났다. 프레디 머큐리는 이중(二重)의 소수자였다. 어려서는 인도계(정확히는 영국령 잔지바르 출신이라고 한다) 이민자라고 놀림을 받았고, 커서는 동성애자라는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살았다. 영화 속 대사처럼 그의 선택이 아닌 것들로 힘겨운 삶을 견딘 것이다. 그나마 음악으로 성공했으니 위안은 된다. 사람들은 말한다. ‘라이브 에이드’(에티오피아 난민을 돕기 위한 콘서트)처럼 음악으로 하나 되는 감동이나 바흐나 말러 음악에 담긴 인류애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종종 이런 말들이 달팽이관 속의 휴머니즘에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길 때가 있다. 혹시 일상에서 만나는 외국인 노동자, 난민, 동성애자 등에게는 불편한 심사를 드러내는 건 아닌지. 타인을 시중에 유통되는 몇 몇 단어로 규정지어 버리는 순간, 하나의 온전한 개인은 사라지고 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식이라면 프레디 머큐리도 그저 인도계 동성애자일 뿐이다. 나와 다른 이방인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온전히 그려볼 수 있는 상상력과 관용을 갖추지 못한 사회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금지곡으로 만든 사회만큼이나 후지다. 이런! 마지막에 무거워졌다. 분위기 전환할 겸 이렇게 외쳐보는 걸로 마무리. “록은 죽지 않는다. (Rock will never die)”  
 
글 엄상준 TV PD 90emper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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