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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는 500m 높이의 해발 50m 산이 있다

이스라엘 여행은 쉽지 않다. 독실한 기독교인(혹은 유대교인)이 아니면 선뜻 텔아비브행 비행기 표를 끊기가 어렵다. 정작 이스라엘에 가서도 현기증 날 정도로 복잡한 순례 명소를 다니다 실망했다는 사람이 많다. 사해는 다르다. 지구에서 가장 짠 물에 둥둥 뜨는 체험을 즐기고, 사막에 우뚝 솟은 고대 요새 마사다(Masada)를 오르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 추위가 매서워지는데, 이스라엘은 뭇 생명을 녹여버릴 듯했던 더위가 물러간다. 가장 여행하기 좋을 때다.
 

마사다 국립공원 일출 하이킹
사해 인근 유대 역사 서린 바위산
로마군에 맞서 3년간 버틴 요새
함락당한 후 유대인 2000년 유랑
헤롯왕 궁전 유적도 남아있어
훈련 마친 군인 필수 순례 코스

일출시각에 맞춰 마사다를 걸어 오르는 사람들. 뱀처럼 구불구불한 트레일 이름이 '스네이크 패스'다. 사해 너머 요르단 모압 산맥 쪽에서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최승표 기자

일출시각에 맞춰 마사다를 걸어 오르는 사람들. 뱀처럼 구불구불한 트레일 이름이 '스네이크 패스'다. 사해 너머 요르단 모압 산맥 쪽에서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최승표 기자

세계에서 가장 짠 바다 사해에서는 수영을 못해도 몸이 둥둥 뜬다. 최승표 기자

세계에서 가장 짠 바다 사해에서는 수영을 못해도 몸이 둥둥 뜬다. 최승표 기자

 
해발 58m, 진땀 나는 구불길
사해는 이스라엘 동부와 요르단 경계에 길게 걸쳐 있다. 남북 길이가 약 67㎞, 동서 폭이 약 18㎞다. 바다라 불리지만 호수다. 사해 주변은 기독교 성서에도 많이 나오는 유대 광야다. 성왕 다윗이 자신을 견제하던 사울 왕을 피해 숨었던 협곡, 예수가 40일간 금식하며 사탄에게 시험받았던 광야가 여기다. 하나 이 사막에서 가장 기막힌 곳은 마사다다. 약 2000년 전 이스라엘 저항군이 로마에 맞서 결사 항전을 벌였던 요새로, 이스라엘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멀리서 마사다를 보면 그냥 퍼석퍼석한 바위산 같다. 미국 모하비 사막이나 중동에 허다한 사막 지형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정상에 올라보면 안다. 이곳이 왜 천혜의 요새였는지.
마사다 정상부에 서면 사막 속 호수 사해와 건너편 요르단까지 훤히 보인다. 최승표 기자

마사다 정상부에 서면 사막 속 호수 사해와 건너편 요르단까지 훤히 보인다. 최승표 기자

마사다 정상에서 해 뜨길 기다리는 사람들. 최승표 기자

마사다 정상에서 해 뜨길 기다리는 사람들. 최승표 기자

마사다를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케이블카를 타고 3분 만에 순간 이동하거나 이름처럼 뱀처럼 구불구불한 스네이크 패스(Snake path)를 따라 걷거나.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케이블카를 타지만 무릎이 성하다면 걸어 오르는 것도 좋다. 2000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에는 이게 더 어울린다. 케이블카로 오른 뒤 걸어서 내려오는 것도 괜찮다. 낮만 피하면 된다. 무더위도 피하고 기막힌 장관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일출 시각에 맞춰 산을 오른다.
오전 5시 국립공원 입구에 다다랐다. 수학여행을 온 듯한 이스라엘 학생들, 앳돼 보이는 신참 군인들도 보였다. 칠흑 같은 어둠이었지만 손전등은 쓰지 않았다. 달빛과 밝아오는 여명에 의지해 약 50m마다 180도 꺾이는 지그재그 길을 하염없이 올랐다. 해가 뜨지 않았는데도 30분 만에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학생들은 수시로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이따금 ‘떼창’도 불렀다. 가이드 오퍼 도리는 애국심을 북돋는 국민가요 ‘Jerusalem of gold’라고 일러줬다.
사막에 사는 새 트리스트럼이 요새에 앉아 사막을 굽어보고 있다. 최승표 기자

사막에 사는 새 트리스트럼이 요새에 앉아 사막을 굽어보고 있다. 최승표 기자

마사다 성벽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여행자들. 최승표 기자

마사다 성벽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여행자들. 최승표 기자

1시간 만에 정상에 닿았다. 마사다산의 해발고도는 58m. 뒷동산 높이도 안 될 듯한데 절대 우습게 봐선 안 된다. 호숫가부터 걷기 시작하는데 사해 해발이 -420m다. 500m 가까운 높이를 오른 셈이다.
때마침 사해 너머 요르단 모압 산맥 위쪽으로 해가 떠올랐다. 군인과 학생, 여행자가 미어캣처럼 일제히 동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이드가 스마트폰에 담긴 노래를 틀었다. 비틀스의 ‘Here comes the sun.’ 후줄근한 몸을 난간에 기댄 채 호수와 하늘이 붉게 물드는 광경을 감상했다.
 
이스라엘을 결집하는 힘
마사다 정상부는 평평한 마름모꼴이다. 남북 600m 동서 300m에 달하며, 둘레에 4m 높이의 성벽이 둘려 있었다. 마사다를 요새로 만든 건 로마 통치 시절 이스라엘의 괴뢰정권 수장 헤롯 왕이다. 그는 예수 탄생 소식을 듣고, 베들레헴 일대의 두 살 이하 유아를 모조리 학살했을 정도로 잔혹한 왕이었다. 
마사다 북쪽에는 헤롯왕이 지었던 화려한 로마 궁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최승표 기자

마사다 북쪽에는 헤롯왕이 지었던 화려한 로마 궁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최승표 기자

 헤롯은 기원전 37~31년 궁전 겸 요새로 마사다를 활용했다. 지금도 로마 고전주의 벽화와 목욕탕, 절벽에 지은 3층짜리 호화 궁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 가이드는 “유대인의 반란, 이집트의 공격을 두려워 한 헤롯은 이스라엘에 집을 22개 갖고 열흘마다 거처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궁전 안에는 로마식 목욕탕도 있었다. 한국식 찜질방처럼 온실, 냉실도 갖췄다. 최승표 기자

궁전 안에는 로마식 목욕탕도 있었다. 한국식 찜질방처럼 온실, 냉실도 갖췄다. 최승표 기자

헤롯이 가꾼 궁전은 로마에 격렬히 저항하던 유대 열성분자의 요새로도 쓰였다. 70년 로마 황제 티투스가 예루살렘 성을 함락하자 저항군과 가족 약 1000명이 마사다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풀 한 포기, 물 한 방울 없을 것 같은 사막에서 3년을 버텼다. 헤롯이 만든 대형 곡식 창고, 물탱크, 비둘기장 덕분이었다. 그러나 저항군의 최후는 비참했다. 유대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가 쓴 『유대 전쟁사』를 간추리면 이렇다.
로마군이 난공불락의 마사다를 공격하기 위해 토성을 쌓아가며 서쪽으로 접근했다. 이스라엘 노예를 동원했기에 저항군은 차마 동포를 공격할 수 없었다.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저항군은 결정했다. 로마의 노예가 되느니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기로. 그리고 10명을 선발해 저항군과 가족을 몰살한 뒤 다시 한 명을 제비뽑아 9명을 죽이고 자결했다. 며칠 뒤 요새에 들이닥친 로마군을 맞은 건 잿더미가 된 건물과 시신 1000구였다. 생존자는 계단 밑에 숨은 여인 2명뿐이었다. 이때부터 유대인은 이스라엘이 재건된 1948년까지, 2000년 가까운 세월을 세계 각지로 흩어져 살았다.
로마군이 마사다 함락을 위해 서쪽에 구축했던 진지도 발굴 작업을 통해 확인됐다. 최승표 기자

로마군이 마사다 함락을 위해 서쪽에 구축했던 진지도 발굴 작업을 통해 확인됐다. 최승표 기자

저항군의 집단 자결 이야기가 진실인지 전설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결속시키는 힘을 가진 것만은 확실하다. 마사다는 이스라엘 학생의 수학여행 코스, 기초훈련을 마친 군인의 필수 방문 코스다. 그들은 두 발로 바위산을 오르며 “다시는 마사다가 무너지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한다고 한다.
마사다는 이스라엘 군인이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뒤 꼭 들르는 곳이다. 이들은 마사다에 서서 "다시는 마사다가 함락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최승표 기자

마사다는 이스라엘 군인이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뒤 꼭 들르는 곳이다. 이들은 마사다에 서서 "다시는 마사다가 함락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최승표 기자

여행정보
이스라엘 방문 전 외교부 여행경보제도를 확인하자. 가자지구와 반경 5㎞는 ‘철수권고’, 서안지구는 ‘특별여행주의보’ 지역이다. 마사다와 예루살렘, 갈릴리 등 한국인이 주로 찾는 곳은 ‘여행자제’ 지역이다. 대한항공이 인천~텔아비브 노선을 주 3회 운항한다. 텔아비브에서 사해까지는 자동차로 약 150㎞, 2시간 거리다. 이스라엘은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환전은 미국달러를 가져가 현지에서 하는 게 낫다. 1셰켈 약 300원. 마사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28셰켈(약 8500원), 케이블카는 편도 28셰켈. 사해의 11월 평균 기온은 17~25도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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