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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25조 금광’ 안 먹히자 인도네시아 금광으로 유혹

SL그룹으로 이름 바꾼 ‘돈스코이호’ 수배범
SL블록체인그룹(이하 SL그룹)은 지난달 초부터 국내외에서 금광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고 홍보하며 투자  회원을 모집했다. 금을 채굴해 자신들이 새로 발행한 암호화폐 트레져 SL 코인과 일정 비율(1코인은 금 0.2g)로 교환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그룹의 전신은 보물선(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하던 싱가포르 신일그룹. 신일그룹이 보물선을 담보로 암호화폐를 발행하려 했다면 SL그룹은 금광을 내세웠다. 국내 금광은 경북 영천과 문경 일대 광산. 현장에는 금 채굴을 위한 갱도가 확보돼 있으며 금맥 확인도 끝났다는 내용도 담았다. 금 채굴을 위한 행정절차인 인허가를 완료했으며, 현장에는 인부들이 묵을 기숙사 준비도 모두 끝냈다고 했다. 현장을 국내외 언론에 공개한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이 밖에 각종 인허가 서류와 지질보고서를 공개하고 곧 금 채굴을 시작한다고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금 매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금 원석만 1000만t이며 t당 50g의 금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500t가량의 금을 채굴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시가로 25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회사 측 “유승진 전 회장과 무관”
초기 백서엔 ‘코인 개발자 = 유승진’

현지선 “외국인 광업허가도 불법”
유씨 변호사 “SL 코인 급조된 듯”

 
과연 이런 금광산이 국내에 존재할까. 중앙SUNDAY는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전문 기관에 이 같은 광산이 실재하는지 문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금광산은 금 함유량이 통상 t당 3g 안팎이라고 한다. SL그룹 측이 주장하는 t당 금 함유량 50g은 15배가 넘는 막대한 양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와 같은 규모의 금광산이 존재한다는 얘기를 최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SL그룹이 주장하는 해당 지역에 수사관을 보내 현장 확인한 결과 이 같은 금광산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0월 중순이 넘어가자 국내 광산 이야기는 슬그머니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도네시아에서 금광 공동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부 언론은 SL그룹 측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검증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이랬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10월 30일 SL 블록체인 그룹은 세계 7위 금 생산 국가인 인도네시아 광산그룹인 PT. Koin Industri와 금광물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금번 인도네시아 금광물 공동 개발 협약 체결로 트레져(Treasure) SL 코인의 비즈니스 모델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SL그룹 측은 협약식 사진도 함께 배포했다. 며칠 후에는 인도네시아 금광산 현장(노천광산) 앞에서 회사 관계자들이 찍은 사진을 추가 공개했다. 하지만 해당 광산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 광업허가서 등 각종 서류와 현지 행정절차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 구체적 정보는 없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투자상담 등 각종 전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승민 변호사(YSM & PARTNERS 대표)는 “2009년 광업법 개정 후 인도네시아 광산 채굴 현장은 아수라장”이라며 “발행된 1만 개의 광업허가서 중 25%는 실제 현지인이 채굴 목적으로 받은 것이며, 나머지는 허가서를 팔 목적으로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중앙정부의 규제가 엄격해 개인이든 법인이든 외국인이 광업허가서를 사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적지 않는 이가 허가서를 현지인들로부터 불법으로 사들인 뒤 투자자를 모아 돈만 챙긴 뒤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SL그룹 측에 인도네시아 광산 개발 관련 자료와 추가 설명을 요청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SL그룹 측은 자신들의 사업이 유승진 전 회장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지난 10월 초 공개된 백서에는 코인 개발자가 유승진(가명 유지범) 전 회장으로 돼 있었다. 이후 갑자기 송명호 회장으로 바뀌었다. 송 회장은 유씨의 뒤를 이어 싱가포르 신일그룹 회장을 맡은 바 있다. 경찰은 송씨가 가상 인물이거나 유씨가 지인 중 동명 인물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의 법률 대리인인 허형욱 변호사조차 “SL 코인이 급조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허 변호사에 따르면 9월 말께 “백서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를 맡을 사람을 보낼 테니 위임계약서를 만들어 달라”고 유씨가 연락해 왔다는 것이다. 허 변호사는 “30쪽 남짓한 백서를 보고 제대로 된 암호화폐 백서로 보이지 않았다”며 “돈을 모아야 투자자들의 피해를 변제할 것 아니냐는 얘기를 유씨가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백서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내용이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강력한 보안성, 송금 속도 세계 1위를 내세우지만 이와 관련된 기술적 근거는 단 하나도 백서에 나와 있지 않다. 블록체인 기술의 일반적인 내용을 짜집기했다는 것이다.
 
SL그룹은 돈스코이호 인양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공언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SL그룹의 전신인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최초로 발견했기 때문에 소유권을 주장하지만 ‘최초 발견’은 거짓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최근 구속된 해군 대령 출신 탐사대장 진모씨가 과거 동아건설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공동으로 참여해 발견한 돈스코이호의 좌표 등 관련 자료를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용역업체 관계자로부터 거액을 주고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금 중 수억원을 빼돌려 유씨의 가족이 빚을 갚거나 고급 자동차를 구입하는 등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도 계좌추적을 통해 새롭게 밝혀졌다. 하지만 수많은 회원은 여전히 보물 코인이 상장되는 이달 30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대박의 꿈이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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